[카페 2030] 아이 보기 힘든 대만
연말연시를 대만에서 보냈다. 이맘때 타이베이 온도는 우리나라 초가을 날씨에 가까웠다. 오락가락 비는 내렸으나 선선해서 산책하기 좋았다. 숙소 근처에 쑨원(孫文)을 기리는 국립국부기념관이 있었고, 드넓은 광장이 딸려 있어 매일 걸었다. 사람이 무척 많았는데 생경했던 점은 아이보다 강아지가 압도적으로 더 많이 보였다는 것이다.
온통 반려동물 가게로 채워진 거리도 있었다. 새해 카운트다운 보려고 랜드마크인 타이베이101까지 걸어가던 길이었는데, 시내 중심가 근처라 임차료가 만만찮아 보였으나 늦은 밤인데도 손님이 많았다. 대만도 우리나라처럼 반려동물 시장이 커지는가 싶어 검색해봤더니 심각한 저출산 문제와 연결돼 있었다. 단순히 반려동물이 많기만 한 것이 아니라, 반려동물 수가 이미 아이들 인구를 추월한 것이다. 2020년 대만에선 가정에서 기르는 반려동물이 15세 이하 소년과 유아보다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한다.
대만 젊은 층에게 출산을 꺼리는 이유를 물으니 “경제적 문제”가 꼽혔다. 1990년부터 임금 상승률은 정체됐는데 집값은 계속 올랐고, 양육비·교육비 부담이 커졌다. 맞벌이 부부가 늘어났지만 육아휴직을 마음 편히 쓸 수 있는 직장 문화는 조성되지 않았다. 일과 육아의 양립이 어려워지다 보니 능력 있는 여성들은 아예 출산을 포기했고, 여전히 여성에게 육아 부담이 더 큰 대만의 사회적 분위기가 출산을 더 기피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대만을 대한민국이라고만 바꿔도 전혀 낯설지 않은 이야기였다.
작년 11월 대만 국가발전위원회(NDC)는 2035년 자국의 합계 출산율(한 여성이 가임 기간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출생아 수 평균) 예상치를 1.12명으로 제시했다. NDC는 같은 해 한국의 합계 출산율 예상치는 1.18명이라고 했다. 이 보고서의 결론은 결국 대만이 한국을 넘어서서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저출산 국가가 될 것이라는 한탄이었다. 대만의 합계 출산율은 2011년 1.1명까지 떨어져 그래도 ‘1명’은 간신히 유지했지만 2021년 결국 0.98명을 기록, ‘1명’을 사수하지 못했다. 이 역시 우리나라와 판박이다.
대만의 저출산은 안보 위협과도 직결된다. 대만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내세운 중국에 대항하기 위해 국력 확보가 절실하다. 모병제인 대만은 현재 18세 이상 남성의 4개월 군사훈련을 의무화 중인데, 2010년대 중반까지 연평균 16만8000명을 기록한 징집 예상자가 작년엔 11만8000명까지 떨어졌다. 이대로 가다간 10년 이내에 10만명 아래로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대만 정부는 의무 복무 기간을 종전 4개월에서 1년으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나, 강한 반발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아 현실화될지는 의문이다. 우리나라가 징병제를 택하고 있어서 체감하지 못할 뿐 같은 저출산 문제를 겪는 우리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저출산이라는 단어를 이제는 너무도 익숙하게 느껴서 오히려 그 심각성을 덜 체감하는 듯하다. 우리나라도 이대로면 거리에서, 공원에서 아이보다 강아지를 더 많이 보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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