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225] 쭉정이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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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초기 꼴은 대개가 호락호락하지 않다. 평범하게 물상(物像)을 그리는 글자도 있지만 상당수는 전쟁 등의 끔찍한 경험과 맞물려 있다. 정치(政治)라고 할 때의 ‘정(政)’도 그렇다. 정벌(征伐), 공성(攻城) 등의 그림자가 그 바탕이다.
이 글자는 두 요소다. 성(城)을 공격하는 상황[正]과 본래는 무기를 쥐고 누군가를 때리는 모습[攴]의 합성이다. 따라서 이 글자 초기 새김은 완연하게 전쟁을 배경으로 삼고 있다. 그 맥락에서 다시 ‘거둬들이다[徵]’라는 뜻도 얻었다고 본다.
남을 공격해 다스리며 재물까지 뺏는 행위 등을 가리켰던 까닭에 이 글자는 결국 ‘정치’의 의미를 획득했을 듯하다. 지배와 복속이 기본적인 틀이었던 옛 사회에서는 더 그랬을 것이다. 일반 삶과 정치는 맞물려 있어 관련 단어도 퍽 많다.
정치가 어떤 결과를 부르느냐에 대한 평가가 우선이다. 선정(善政)과 인정(仁政)은 다 훌륭한 정치다. 바르고 어질게 백성을 다스리는 일이다. 모두 유가(儒家)의 가치관이 중심인 덕정(德政)과 같은 맥락이다.
그렇게만 정치가 이뤄졌을 리 없다. 나쁜 정치를 표현하는 말도 많다. 우선 폭력적인 권력의 행태를 폭정(暴政)으로 적는다. 가정(苛政)은 가혹한 정치를 일컫는다. 학정(虐政)은 포학한 정치의 지칭이다.
백성을 괴롭히는 악정(惡政)은 낟알 없는 곡식인 쭉정이[秕]처럼 나쁜 정치라고 해서 흔히 ‘비정(秕政)’으로 곧잘 적었다. 어지러운 정치 난정(亂政), 포악한 정치 패정(悖政) 등도 있다. 소모적인 정쟁으로 일관하는 여의도 정치에는 어떤 말이 어울릴까.
코로나 방역 정책의 갑작스러운 전환으로 혼란을 부른 중국 공산당의 정치력도 화제다. 개혁·개방 기간에는 ‘선택과 집중’에 퍽 능했지만 요즘 공산당은 어지럽다. 견고한 통치를 자랑했던 베이징(北京)에도 ‘쭉정이’가 잘 자라나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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