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과 1000원짜리 공깃밥[폴 카버 한국 블로그]
폴 카버 영국 출신·유튜버 2023. 1. 6. 03:03
드디어 새해가 밝았다.
2022년 12월 31일도 여느 때처럼 해가 서쪽에서 졌고 2023년 1월 1일에도 어느 평범한 날처럼 해가 떴다. 적어도 물리적인 세계에서 그랬다. 그런데 어떤 날은 더 뜻깊은 날이 된다. 지구가 해를 중심으로 한 바퀴 돌았다는 의미로 어제는 작년이 되고, 오늘은 작년의 내년이 되는 시작점으로 새해 첫날이라고 부르니 말이다. 지난해를 어떻게 보냈건 간에 많은 이들이 불쾌한 기억들을 과거지사로 덮어두고 새해 계획을 세웠을 것이다.
많은 이들이 운동 더 열심히 하기, 술 담배 끊기, 결혼하기 등 계획을 세우고 더 나은 미래를 기대한다. 아침 일찍 기상해 산을 오르거나 동해로 가서 2023년 첫 일출을 바라보면서 “올해는 나의 해”라고 외치기도 한다. 물론 이 모든 결심을 다 이루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노력하고자 하는 마음이 새해 첫날에는 뜨겁게 솟구쳐 오른다.
새해 첫 달은 직장에서도 격변의 시기다. 승진, 조직 개편, 부서 이동 등으로 짐 싸기, 책상 옮기기, 축하난 주고받기 등 업무 이외의 활동으로 인해 생산성이 가장 낮은 달이기도 하지만, 이때 보통 연봉 인상 적용도 이뤄진다. 대체적으로는 물가 상승률을 반영해서 연봉이 인상되지만, 물가가 갑자기 뛰는 지금 같은 시기에는 물가 상승률조차 반영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진 않을지 걱정이다.
선후 관계를 구별하긴 힘들지만, 연봉이 오르니 비용도 따라 오른다. 작년 말에 벌써 서울 야간 택시 기본료가 상승했고 올해 초에 지하철 요금까지 오른다는 발표가 있었다. 전기와 가스 요금도 올랐다. 그러나 이 와중에도 공깃밥 한 공기는 주로 1000원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몇 년 전에 먹던 공깃밥과 지금의 공깃밥은 조금 차이가 있긴 하다. 공기에 들어 있는 밥알 수가 점점 줄어든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이라고 부른다. 가격을 올릴 때 받을 비난을 피하는 대신 제품의 부피를 줄여 가격 상승분을 만회하려는 기업의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봉지 단위의 사탕이나 시리얼 과자 같은 식료품을 팔 때 10∼20g 적게 넣고 이전과 같은 가격으로 파는 식이다. 이 슈링크플레이션은 2022년을 대표하는 단어로 꼽힐 정도로 현재의 세계 경제 상황을 드러내는 사회 경제적 현상이기도 하다.
모든 제품에 슈링크플레이션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면, 작년과 똑같은 버스비를 냈는데 내가 가고자 하는 목적지의 95% 되는 지점에서 내려야 한다면 행복해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내가 이 칼럼을 쓰면서 95% 수준에서 문장 중간에 중단해 버리면 독자들은 짜증이 날 것이다.
같은 듯 다른 얘기일 수는 있지만, 이 문제를 공공재 인상과 연결해 보자면 이렇다. 물론 공공재 가격은 간접세 성격이 강하므로 사회적 부의 분배 차원에서 저렴하게 유지하는 것이 맞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제 한계인 것 같다. 여러 해 동안 버텨온 대중교통과 같은 공공재 요금의 인상은 더 이상 피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부끄럽지만 이런 내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구체적인 논거는 찾기 애매하다. 아마도 매해 인플레이션 비율보다 공공재 가격이 더 많이 올라가는 영국 출신이라 그럴지도 모른다. 혹은 영국은 식자재 가격이 한국보다 훨씬 저렴해 공공재 가격이 높더라도 전체적인 물가 면에서 더 버틸 만했을 수도 있다. 한국의 공공재 가격은 조금 인상된다고 해도 여전히 유럽의 여러 나라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기는 하다. 그 대신 한국의 식품 가격은 유럽과 비교해서 꽤 비싼 편이다.
사회 경제적으로 예민한 공공재 가격 인상 문제에 대한 칼럼을 쓰면서도 사실 뾰족한 해결책은 떠오르지 않는다. 그럼에도 다소 불만족스럽더라도 불가피한 현상은 받아들이고, 사회적 협의를 통한 공감대를 이끌어 나가는 태도가 필요할 것이다. 영원한 것은 없다. 1000원짜리 공깃밥도 언젠가 가격을 올리거나 밥알 딱 하나만 달랑 나올지도 모른다. 그날이 오면 지하철 요금은 얼마가 될지 궁금하다.
2022년 12월 31일도 여느 때처럼 해가 서쪽에서 졌고 2023년 1월 1일에도 어느 평범한 날처럼 해가 떴다. 적어도 물리적인 세계에서 그랬다. 그런데 어떤 날은 더 뜻깊은 날이 된다. 지구가 해를 중심으로 한 바퀴 돌았다는 의미로 어제는 작년이 되고, 오늘은 작년의 내년이 되는 시작점으로 새해 첫날이라고 부르니 말이다. 지난해를 어떻게 보냈건 간에 많은 이들이 불쾌한 기억들을 과거지사로 덮어두고 새해 계획을 세웠을 것이다.
많은 이들이 운동 더 열심히 하기, 술 담배 끊기, 결혼하기 등 계획을 세우고 더 나은 미래를 기대한다. 아침 일찍 기상해 산을 오르거나 동해로 가서 2023년 첫 일출을 바라보면서 “올해는 나의 해”라고 외치기도 한다. 물론 이 모든 결심을 다 이루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노력하고자 하는 마음이 새해 첫날에는 뜨겁게 솟구쳐 오른다.
새해 첫 달은 직장에서도 격변의 시기다. 승진, 조직 개편, 부서 이동 등으로 짐 싸기, 책상 옮기기, 축하난 주고받기 등 업무 이외의 활동으로 인해 생산성이 가장 낮은 달이기도 하지만, 이때 보통 연봉 인상 적용도 이뤄진다. 대체적으로는 물가 상승률을 반영해서 연봉이 인상되지만, 물가가 갑자기 뛰는 지금 같은 시기에는 물가 상승률조차 반영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진 않을지 걱정이다.
선후 관계를 구별하긴 힘들지만, 연봉이 오르니 비용도 따라 오른다. 작년 말에 벌써 서울 야간 택시 기본료가 상승했고 올해 초에 지하철 요금까지 오른다는 발표가 있었다. 전기와 가스 요금도 올랐다. 그러나 이 와중에도 공깃밥 한 공기는 주로 1000원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몇 년 전에 먹던 공깃밥과 지금의 공깃밥은 조금 차이가 있긴 하다. 공기에 들어 있는 밥알 수가 점점 줄어든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이라고 부른다. 가격을 올릴 때 받을 비난을 피하는 대신 제품의 부피를 줄여 가격 상승분을 만회하려는 기업의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봉지 단위의 사탕이나 시리얼 과자 같은 식료품을 팔 때 10∼20g 적게 넣고 이전과 같은 가격으로 파는 식이다. 이 슈링크플레이션은 2022년을 대표하는 단어로 꼽힐 정도로 현재의 세계 경제 상황을 드러내는 사회 경제적 현상이기도 하다.
모든 제품에 슈링크플레이션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면, 작년과 똑같은 버스비를 냈는데 내가 가고자 하는 목적지의 95% 되는 지점에서 내려야 한다면 행복해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내가 이 칼럼을 쓰면서 95% 수준에서 문장 중간에 중단해 버리면 독자들은 짜증이 날 것이다.
같은 듯 다른 얘기일 수는 있지만, 이 문제를 공공재 인상과 연결해 보자면 이렇다. 물론 공공재 가격은 간접세 성격이 강하므로 사회적 부의 분배 차원에서 저렴하게 유지하는 것이 맞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제 한계인 것 같다. 여러 해 동안 버텨온 대중교통과 같은 공공재 요금의 인상은 더 이상 피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부끄럽지만 이런 내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구체적인 논거는 찾기 애매하다. 아마도 매해 인플레이션 비율보다 공공재 가격이 더 많이 올라가는 영국 출신이라 그럴지도 모른다. 혹은 영국은 식자재 가격이 한국보다 훨씬 저렴해 공공재 가격이 높더라도 전체적인 물가 면에서 더 버틸 만했을 수도 있다. 한국의 공공재 가격은 조금 인상된다고 해도 여전히 유럽의 여러 나라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기는 하다. 그 대신 한국의 식품 가격은 유럽과 비교해서 꽤 비싼 편이다.
사회 경제적으로 예민한 공공재 가격 인상 문제에 대한 칼럼을 쓰면서도 사실 뾰족한 해결책은 떠오르지 않는다. 그럼에도 다소 불만족스럽더라도 불가피한 현상은 받아들이고, 사회적 협의를 통한 공감대를 이끌어 나가는 태도가 필요할 것이다. 영원한 것은 없다. 1000원짜리 공깃밥도 언젠가 가격을 올리거나 밥알 딱 하나만 달랑 나올지도 모른다. 그날이 오면 지하철 요금은 얼마가 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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