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철의 글로벌 인사이트] 블록화하는 세계, 기업도 ‘글로벌 가치’로 재무장해야

전성철 변호사·글로벌 스탠다드 연구원 회장 2023. 1. 6.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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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베를린 장벽이 붕괴되면서 시작되었던 그 찬란했던 세계화의 도정이 지금 종언의 위기에 처해 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의 용의주도한 반세계화적인 협공 작전으로 볼 때 세계가 당분간 다시 ‘블록화’로 회귀할 가능성은 대단히 높아져버린 것 같다. 앞으로 안타깝게도 이 두 체제 간의 쓸데없는 경쟁으로 지구촌의 많은 자원과 에너지가 심각하게 낭비될 것이다. .

인구나 자원만으로 봤을 때는 사실 ‘블록화’군이 ‘세계화군’보다 더 크다. 그에 비해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화군의 힘은 한마디로, ‘자유 민주주의’ 체제가 가지는 강력한 에너지와 제도적 힘이다.

블록화가 강화되고 세계화가 약화될 때, 가장 큰 피해자는 누구일까? ‘시장’과 ‘자원’의 양면에서 다 해외 의존도가 높은 나라다. 특히 그 나라의 기업들이다. 그 대표적인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우리 기업들은 이런 가능성에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직원들의 영어 실력을 늘리고 그들의 해외 경험을 늘려야 할 것인가? 그것은 아니다. 그보다 수십배 더 중요한 것들이 있다. 무엇인가? 바로 ‘세계화 시대의 가치’로 국가와 기업들이 더 단단히 무장하는 것이다. 바로 ‘글로벌 스탠더드’라 불리는 가치 세트다.

‘시장성’ ‘투명성’ ‘다양성’ ‘문화성’이라는 4가지 가치로 대별되는 글로벌 스탠더드적 가치들은 다 실험되고 검증된 가치들이다. ‘시장성’이란 한마디로 ‘자유’를 의미하고, 투명성이란 ‘정직’을 의미하며, ‘다양성’이란 ‘무차별’을 뜻하고, ‘문화성’이란 ‘예술성’을 의미한다. 2차 대전 후 70~80년 동안 4가지 가치를 명시적으로 추구하는 나라 및 조직과 그러지 않은 다른 나라의 발전 정도 차이는 너무나 많은 사례로 충분히 입증되었다. 남북한 간 발전의 차이와 경로는 그 가장 극적인 예이다. 한마디로, 북한은 이 4가지가 세계에서 가장 결여된 나라였고 대한민국은 그를 쟁취하기 위해 수많은 젊은이가 몇 차례나 목숨을 바쳐 투쟁했던 나라라는 것이다.

이 블록화 대 세계화의 경쟁에서 가장 핵심적 역할을 하는 존재는 단연코 기업이다. 궁극적으로 기업이 강해지는 것이 나라가 이기는 길이다. 이 시대에 기업이 강해지기 위한 ‘핵심 수단’은 무엇일까?

나는 한때 CEO들에게 글로벌 리더십을 가르치는 일에 종사한 적이 있었다. 그 기간 동안 내가 배웠던 것 중 나에게 가장 큰 영감을 준 것은 일본의 한 기업가가 던진 한마디 말이었다 . 바로 일본의 이병철이라 불리는, 마쓰시타 고노스케 회장 (파나소닉 그룹 창립자)의 “회장님은 임원으로 승진시킬 때 무엇을 제일 중요하게 보십니까?”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었었다 그는 “나는 그 사람의 ‘인간에 대한 이해’를 봅니다”라고 답했다. 나는 무릎을 쳤다. 그렇다. 기계를 다루는 엔지니어에게는 그 기계에 대한 이해가 가장 중요하듯이 인간을 다루는 것이 주업인 임원에게는 ‘인간에 대한 이해’가 당연히 가장 중요한 것 아니겠나?

‘인간을 이해’한다는 말이 무슨 말인가? 인간에게 ‘가치’라는 것의 중요성을 이해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인간과 동물이 구별되는 유일한 것이 바로 그 ‘가치’라는 것이다. ‘의리’ ‘합리’ ‘정의’ ‘애국’, 이런 것들이 다 ‘가치’다. 이 ‘가치’가 중요한 이유는 그것이 자주 인간이 내리는 결정들의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사실 그것은 무시무시한 힘을 발휘하곤 한다. 사람이 폭탄을 지고 군중 속에 몸을 던지는 그 결단, 그런 것이 바로 ‘가치’의 힘이다

삼성 이병철 회장은 바로 이 ‘인간에 대한 이해’에 가장 철저했던 기업인이었던 것 같다. 그가 선포했던 삼성 그룹의 ‘핵심 가치’, 삼성의 ‘사훈’이라 불렸던 그 3가지 가치는 삼성을 하나되고 전진하게 만든 핵심 요소였다. 사실, 이 가치는 한마디로, 기업을 ‘이익 집단’에서 ‘이념 집단’으로 변환시키는 수단이다. 내가 강의 준비를 위해 미국의 IBM, 중국의 알리바바를 포함한 위대한 기업을 조사해보니, 그들이 모두 사실상 궁극적으로 다 ‘이익 집단’에서 일종의 ‘이념 집단’으로 변환해 갔음을 알게 되었다 .

이런 이야기들이 시사하는 바가 무엇인가?

한국 기업들은 지금 대부분 세계화를 향한 대장정을 열심히 이어가고 있다. 그 장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은 바로 기업의 가치관을 재정립하는 것이다. 세계화를 추구한다면, 바로 그 세계화의 가치관을 회사에 확고하게 정립 하는 것이다.

그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회사들에는 다 기존의 ‘가치 세트’들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기존의 사훈이 있고, ‘보수’와 ‘진보’의 가치가 있고, 또 직원들 개개인의 가치 세트들이 있다.

회사가 여기에 덧붙여 ‘글로벌 스탠더드적 가치’를 명시적으로 선포하고 이를 따를 것임을 선언하는 것은 직원들의 생각을 하나로 모아 세계화를 향해 전진하는 데 대단한 도움을 줄 수 있다. ‘투명성’ ‘다양성’ ‘문화성’ 같은 것은 제대로 살피면 제도적 보완 조치를 취할 여지가 대단히 많다. 무엇보다, 직원들에게 세계화를 유지, 발전시켜야 할 의무감을 넣어 주는 것도 중요하다.

지구촌의 거대한 물결이 격랑 속으로 빠져드는 이 시점에서, 특히 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 거기에는 CEO의 생각과 판단이 당연히 가장 중요하다.

인간을 가장 용감하게 만드는 것은 궁극적으로 ‘가치’에 대한 확신이다. 그런 면에서 CEO가 글로벌 스탠더드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회사를 리드해 나가는 것이 결국은 승패를 좌우할 것이다. 세계 경제 패러다임의 대변환에 직면한 이 시대의 기업들, 지금이야말로 다시 절실하게 기본으로 돌아가야 할 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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