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남북] ‘한 점 부끄러움 없다’ vs ‘그러나, 사실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정치인이 되기 전부터 ‘부정부패’에 관심이 있었다. 변호사이던 2005년 ‘지방 정치 부정부패의 극복 방안에 관한 연구’라는 논문을 써서 석사 학위까지 받았다.
이 논문에서 이 대표는 ‘부정부패는 당선 또는 재선이라는 정치적 목적을 가진 지방 정치가와 부당한 이익을 도모하는 자들 사이에서 발생한다’고 봤다. 그러면서 선거 때 허위 사실 유포와 불법 정치자금 수수, 행정 과정에서 지역 개발, 인·허가 관련 배임과 뇌물 등을 부정부패 사례로 들었다. 진단은 제대로 했다.
하지만 처방이 꼬였다. 한편으로는 “우리 사회의 발전과 미래를 위해서는 부패 현실을 그대로 둘 수는 없다”고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지방 정치의 부패를 완전히 방지한다는 것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고 한 것이다. 마치 중병 환자에게 수술로 근본 치료하겠다고 큰소리쳐놓고 정작 의지와 신념은 없는 의사처럼 보인다.
공교롭게도 이 대표가 지방자치단체장을 지낸 시기에 벌어진 각종 부정부패 의혹이 잇따라 사법적 심판대에 오르고 있다. 이 의혹들은 이 대표가 자신의 논문에서 언급했던 부정부패 구조나 유형과 겹치는 것이다. 지난 정부 수사기관에서 제대로 규명하지 않은 사건들이기도 하다.
이 대표는 ‘성남FC 불법 후원금 사건’의 피의자로 다음 주 검찰 출석을 앞두고 있다. 성남시장 시절 두산건설 등 관내 기업들에 부지 용도 변경, 용적률 상향 등 청탁을 받고 그 대가로 성남FC에 후원금을 내게 했다는 ‘제3자 뇌물’ 혐의가 적용돼 있다. 성남FC를 ‘정치적 동지’인 정진상씨를 통해 실질적으로 운영한 이 대표에게 최종 책임이 있다는 것이 지금까지 검찰이 수사한 결과다.
작년 말 이 대표는 검찰 소환에 불응하며 “아무리 털어도 원하는 답이 안 나오다 보니까 이제는 무혐의 처리했던 사안까지 다시 꺼내 나를 소환했다”고 했다. 이 사건 무혐의 처리는 지난 정부 경찰이 한 것이다. 그 과정과 결론은 납득하기 힘들었다. 고발 사건을 39개월간 뭉개다가 이 대표가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되기 한 달 전에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기업 6곳이 성남FC에 광고비를 지급한 사실, 해당 기업들의 현안 민원이 있었다는 사실이 모두 인정된다’면서도 ‘증거 불충분’이라고 했다. 이 사건을 검찰이 수사하려 하자 친(親)문재인 성향 검찰총장이 직접 무마했다는 의혹까지 터졌다. 검찰과 경찰이 모두 민주당 대선 후보 앞에 납작 엎드린 셈이다.
이 밖에도 이 대표는 대장동 비리, 대선 경선 관련 불법 정치자금, 쌍방울그룹의 변호사비 대납 등 의혹으로 측근들과 함께 직간접으로 수사 대상이 돼 있다.
이미 재판에 넘겨진 사건도 있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 당시 세 차례 방송에 출연해 대장동 사업의 핵심 실무자인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업처장을 알면서도 몰랐다고 말한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작년 9월 기소됐다. 그는 “아주 오랜 시간 이재명을 잡아보겠다고 했는데 결국 말꼬투리 하나 잡은 것 같다”고 했지만, 검찰은 공소장에서 “그러나, 사실은”이라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 대표가 김 전 처장에게 대면 보고를 수시로 받아 그를 몰랐다고 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동안 이 대표는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각종 의혹을 부인하며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 검찰이 10년간 털어왔지만 어디 한번 또 탈탈 털어보라”고 했다.
앞으로 수사와 재판도 ‘한 점 부끄러움 없다’는 이 대표와 ‘그러나, 사실은’이라며 혐의를 입증하려는 검찰의 공방이 될 가능성이 크다. 증거와 법리에 따라 사법적 결론이 제때 나와야 할 것이다. 죄지었다면 벌 받는 게 정의다. ‘진실의 순간’은 반드시 오게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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