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중국 대표로 뛰면 배신인가
‘야구 월드컵’으로 불리는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가 오는 3월 8일부터 열린다. 프로야구 KT 투수로 한국 국적인 주권(28)은 이번 대회에 중국 대표로 나선다.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6년 전 2017 WBC에서도 그는 중국 유니폼을 입었다. 그리고 홍역을 치렀다. 22세 청년은 당시 “아예 중국으로 가라” “근본은 역시 짱X” 등과 같이 입에 담기도 힘든 욕설과 싸늘한 시선을 견뎌야 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WBC는 ‘야구의 세계화’란 기치하에 부모·조부모 중 한 명의 혈통에 따라 출전국을 결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중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주권은 열두 살이던 2007년 한국 국적을 얻었다. 한국 대표로 선발되지 못한 주권은 고심 끝에 WBC 경험을 갖고자 중국대표팀 합류를 결정한 것이다. 이 규정 덕분에 이미 많은 선수들이 자신의 국적이 아닌 부모 혹은 조부모 혈통에 따라 WBC에 출전해왔다. MLB(미 프로야구) 정상급 유대계 미국인 선수들이 대거 출전해 ‘무늬만 이스라엘팀’도 있었다. 규정이 옳은지 그른지 관계없이 이는 어느덧 WBC 대회의 매력이 됐다.
주권의 중국 대표팀 합류는 이전에도 지금도 문제될 게 없다. 비난의 대상도 아니다. 그런데 온라인서 다시 비난이 일고 있다. 주권의 소식을 전한 한 기사엔 ‘화나요’ 표시로 도배됐다. 그의 이탈이 괘씸하다는 것이다. 각종 야구 커뮤니티엔 6년 전 보였던 혐오 표현들이 또 나타나기 시작했다. 아마도 주권이란 개인 이전에 중국이란 나라에 대한 비호감 정서가 더 컸을 것이다. 한국 국적 선수가 미국 대표로 출전한다고 했어도 이런 비난이 일었을까.
마침 지난 4일 한국계 미국인 메이저리거 토미 에드먼이 우리나라 대표팀 승선을 사실상 확정 지었다. 에드먼의 어머니는 한국 출신 이민자다. 미국 기사나 커뮤니티엔 에드먼을 향해 “한국으로 가라” “근본은 역시...” 같은 몰지각한 비난이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정반대다. “모국(motherland)을 위해 뛰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돼 기대된다” 같은 격려 글이 대부분이었다. 그의 소식을 전한 기사엔 ‘좋아요’가 가득 찼다.
주권은 “WBC 출전을 결심하기까지 고민이 많았다”면서 “6년 전 받은 상처로 솔직히 두려웠다”고 고백했다. 공교롭게도 중국은 한국과 같은 B조에 속해 있다. 주권은 한국전엔 아예 안 나서겠다고 한다. 그는 “한국 대표팀에 뽑혔다면 당연히 ‘우리나라’ 선수로 WBC에 출전했을 것”이라고도 했다.
꿈의 무대를 좇은 그에겐 잘못이 없다. 야구는 야구로 즐길 때 가장 재미있다. 개인의 결정을 존중하고 선전(善戰)을 격려하는 스포츠 정신을 잃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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