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세상] ‘일회용품 모니터링’ 시민들

기자 2023. 1. 6.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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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긋이 쉬면서 격하게 아무것도 안 하는 새해를 맞고 싶었지만, ‘정치하는엄마들’이 보낸 소식에 격하게 분주했다. 시간 싸움이기 때문이다. 새해 첫 해가 떠오르면 돌이킬 수 없으리라. 연말이고 주말이고 자시고 간에 ‘쓰레기 덕후’들은 소식을 퍼나르고 온라인 댓글을 달고 전화를 돌렸다. 그 결과 새해맞이 풍선 날리기 행사가 예정된 9곳 중 7곳에서 풍선 날리기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 풍선들은 오래오래 자연을 유랑하는 플라스틱이 되어 새와 바다 생물을 해치고 미세플라스틱으로 쪼개질 팔자였다.

고금숙 플라스틱프리 활동가

과연 이게 이럴 일인가 싶다. 대한민국 행정규칙 ‘공공기관 일회용품 등 사용 줄이기 실천지침’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는 풍선, 페트병 생수, 우산비닐 등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얼마 전 참여한 환경부 회의에도 페트병 생수가 당당히 놓여 있었다. 이 와중에 지난해 11월24일부터 종이컵,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와 젓는 막대, 나이프와 수저 등의 매장 내 사용이 처음으로 금지되었다. 매장 내에서 일회용품 사용 자체를 줄이고 다회용품 사용을 장려하는 제도적 변화였다. 그러나 정부는 이미 제공한 1년간의 계도기간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단속유예를 선언했다.

새해에 고향에 갔다가 서울로 돌아오는 길, 갑자기 꽉 막힌 고속도로가 쑥쑥 뚫려서 봤더니 그 구간부터 버스전용차로가 적용되고 있었다. 만약 버스전용차로제를 어겨도 어떤 단속도 없고 벌금도 내지 않는다면? 지금 일회용품 사용 규제가 딱 그렇다. 어기든 말든 단속을 하지 않으니 민간에서도 일회용품 금지조항을 잘 지키지 않는다. 외려 잘 지킨 곳들만 억울하다. 당장 정부가 단속을 유예하자 재사용 컵 렌털 서비스를 이용하기로 한 100여곳의 카페가 계약을 파기했다.

그래서 우리는 누가 법을 잘 지키고 못 지키는지 알아보고 이 정보를 공유하기로 했다. 일회용 컵만 있는 카페에서 도망치듯 나오고, 일회용 포크를 주는 베이커리 카페에서 빵 산 것을 후회하고, 물 컵을 달랬더니 종이컵을 주는 식당에서 물조차 마실 수 없었던 우리들이 스스로 나서기로 했다. 우리는 매장 내 일회용품 금지 대상을 공부하고 매의 눈으로 살핀다. 참여한 시민 누구라도 카페, 식당, 편의점, 백화점, 공공청사 가는 김에 일회용품 사용현황을 기록할 수 있다. 그렇게 발품을 판 정보는 법 위반 정도에 따라 신호등 표시로 보기 쉽게 지도에 공유된다.

과연 일회용품 없이 운영이 가능할까. 궁금하신 분들께 독일 포장재 법을 소개하고 싶다. 올해부터 독일에서는 5명 이하 기업과 사업장 규모 80㎡ 이하를 제외한 모든 가게에서 다회용 컵과 그릇을 의무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이는 케이터링, 배달 서비스, 레스토랑, 카페 모든 곳에 적용된다. 현재 독일에서는 재사용 컵과 식기를 세척하고 대여하는 전문 렌털업체와 일자리가 급성장하고 있단다.

<노임팩트맨>에서는 “시스템이 변화하기를 기다릴 수는 없다. 우리 개개인이 바로 시스템이다”라고 했다. 우리 스스로가 시스템을 바로 세우는 하나하나의 신호가 되어 시스템을 바꿔보자. 2023년에는 풍선 날리기 행사 없이 느긋한 연말을 맞이하면 좋겠다. 일회용품 사용금지 시민 모니터링 참여(almang.net/1watching).

고금숙 플라스틱프리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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