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남아 충전소 갔더니 트럭 줄줄이... 식은땀 나는 전기차 충전 전쟁

이슬비 기자 2023. 1. 6.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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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거리 주행 전기트럭이 휴게소 점령… 승용차는 맴돌다 방전
전기차 이용자가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2일 오후 경기 용인 고속도로 죽전휴게소 서울방향 전기차 충전소에 1톤 전기 포터가 점령하는 등 충전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2023.01.02 /남강호 기자

지난달 29일 저녁 9시쯤 경부고속도로 서울 방향 죽전휴게소에 있는 전기 충전소 주변은 순서를 기다리는화물 트럭으로 북적거렸다. 이곳 충전기 6기는 포터EV(전기차) 한 대가 빠지면 또 다른 포터가 들어오고, 봉고 EV가 빠지면 전기 탑차가 들어오는 식으로 1시간 넘게 충전 행렬이 계속됐다. 충전기 2기가 설치된 서울 만남의 광장 부산 방향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충전소 주변을 맴돌던 아이오닉5, 니로EV 차량들이 결국 충전을 포기하고 차를 돌리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1t 포터 전기차로 배달일을 하는 박모(61)씨는 “8시간 일하는데 한 번에 40분씩 하루 4~5번은 충전해야 겨우 배달한다”며 “고속도로에선 ‘충전을 오래한다’고 다른 운전자에게 욕먹고 지방에선 충전기 찾다 배달 시간을 못 맞추는 일이 부지기수”라고 했다.

충전 인프라가 전기차 급증세를 못 따라가는데다 배터리가 빠르게 소모되는 겨울 한파가 덮치면서 전국에서 전기차 충전 전쟁(Charging war)이 벌어지고 있다. 아파트·상가 뿐만 아니라 고속도로에서도 충전 문제로 다툼을 벌이거나 관청에 신고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환경을 생각해 전기차를 샀는데 충전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운전자들도 늘고 있다. 전기차 확산 속도보다 충전기 보급 속도가 더뎌 전기차 충전 전쟁은 앞으로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 충전 갈등이 가장 심한 곳은 장거리 주행차들이 몰리는 고속도로 휴게소 충전소다. 상용차들이 점령하다시피 충전해 승용차 운전자들의 불만이 큰 것이다. 최근 코나EV를 산 주모씨는 중부내륙 고속도로를 타다 진땀을 흘렸다. 배터리 주행 거리가 얼마 안 남아 급히 휴게소를 찾았는데 충전기 3기 중 1기가 고장 난 데다, 2기는 트럭이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주씨는 “다행히 근처 다른 충전소를 찾았지만 주행 중에 차량이 설 수도 있다는 생각에 내내 아찔했다”고 했다. 다른 니로EV 차주는 “배터리가 2% 남은 상황에서 들어간 고속도로 휴게소는 충전기 고장, 다음 휴게소에선 트럭이 점령하고 있어 결국 보험사 차량을 불렀다”고 했다.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38만9855대다. 3년 사이 330% 급증했다. 특히 전기 화물차는 8만1236대로, 2019년 12월 기준 1140대였던 것과 비교하면 출고량이 매년 급증하고 있다.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지급과 친환경 전기 화물차에 한시적으로 영업용 번호판을 무상 발급해 줬기 때문이다.

지난달 25일 서울 강남구의 한 주차장에서 충전 중인 전기 차량들. /연합뉴스

아파트에선 주민들끼리 편을 나눠 싸우는 모습이 일상이 됐다. 세종시 한 아파트에는 최근 전기차 차주 40여 명이 모인 단체 채팅방이 생겼다. 채팅방에선 “전기차 충전 구역 주차 시간을 초과한 차량을 사진 찍어 올리고, 집단 신고에 동참해달라”는 글들이 올라온다. 현행법에 따르면 완속 충전기에 14시간 이상 주차할 경우 1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김모(32)씨는 “충전 구역에 주차하고 며칠 집을 비운 사이 채팅방이 난리가 나서 공개 사과를 했다”고 말했다. 동네 주민끼리 감시와 신고를 반복한 탓에 동네 분위기마저 냉랭해졌다고 한다.

현재 전국에 보급된 충전기는 총 19만2000기 정도지만 급속 충전기는 1만9000기 뿐이다. 정부는 2025년까지 급속 충전기를 포함해 전체 충전기 대수를 50만기로 확대할 계획이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충전기 양적 팽창도 중요하지만 ‘맞춤형 설치’가 중요하다”며 “고속도로나 관광지는 급속을, 주택가는 완속 충전기를 설치하고 보급 속도를 더욱 높여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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