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호환의 두잉세상] 근고지영

전호환 동명대 총장 2023. 1. 6.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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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환 동명대 총장

필자는 올해 신년 화두로 근고지영(根固枝榮)을 택했다. 뿌리가 튼튼해야 가지가 무성해진다는 말로 탄탄한 기본이 있어야 지속 성장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대한민국에 닥친 어려움을 넘으려면 튼튼한 뿌리는 필수라는 생각에 이 화두를 택했다.

필자가 정하고 쓴 올해 신년 화두 ‘근고지영(根固枝榮)’.


한국은 세계 역사상 가장 빨리 선진국 대열에 올랐다. 경제 산업 과학기술 국방 사회 문화 스포츠 정치 등 모든 면에서 이룬 성과는 경이롭다. 무역 규모로는 G7의 반열에 들었다. 한국보다 소득 수준이 월등히 높은 유럽의 강소국 및 싱가포르도 이루지 못한 성과다.

지난 3년 가까이 코로나 팬데믹으로 전 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 갈등 격화는 글로벌 공급망 파괴와 물류 대란을 낳았다. 세계 경제는 인플레이션, 주가 하락과 경기 침체로 신음하고 있다. 우리 경제도 수출 부진, 고금리 및 부동산 시장 침체로 어렵다. 진영논리에 파묻힌 국론분열은 망국으로 이어진 조선 말기 붕당의 흑역사를 보는 느낌이다. 한국호의 침몰을 우려하는 사람이 많다.

외국은 한국을 부러워하지만 한국은 자살률 세계 1위, 삶의 만족도인 행복지수는 OECD 국가 중 최하위인 ‘헬조선’이 된 지 오래다. 출산율도 세계 꼴찌다. 2022년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8이 무너졌고 서울은 0.6 이하로 예상된다. 서울의 경우 성인 남녀 4명이 평생 1명을 낳는 꼴이다. 인구가 집중된 서울에서 아이를 낳지 않으니 인구가 급격히 줄어들 수밖에 없다. 2021년 출생자 수는 26만600명으로 국가 유지 임계선인 30만 명이 깨졌다. 노령인구는 빠르게 증가해 연금이 바닥날 수밖에 없다. 국가의 기본이 흔들리고 있다.

‘총·균·쇠’의 저자 제러드 다이아몬드 교수는 2019년 펴낸 ‘대변동’에서 ‘국가의 생존은 위기·선택·변화에 달렸다’고 했다. 위기를 정확히 진단해 선택적 변화를 성공시킨 국가만 살아남았다는 사회진화론에 입각한 통찰이다.

한국호의 위기는 무엇이고 어떤 선택적 변화가 필요한가. 이 질문의 답은 ‘한국의 위기는 인구 절벽과 수도권 집중이고, 해법은 교육균형발전을 통한 국가균형발전’이라고 필자는 누차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새해 신년사에서 노동·교육·연금의 3대 개혁을 제시했다. 경제성장을 위한 노동 개혁은 ‘노사 법치주의’가 출발점이라고 했다. 기술혁신으로 ‘스타트업 코리아’를 만들기 위해 고등교육의 권한을 지역으로 넘기는 교육개혁을 통해 지역균형발전과 저출산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겠다고 했다. 연금개혁은 적자재정을 보완해서 사회안전망을 확보한다고 한다. 대통령이 추진하는 3대 개혁은 국가 유지의 기본인 법치국가를 실현할 때 가능하다. 기득권 유지를 위한 떼쓰기에 무너진 원칙을 바로 세워야 한다. 교육전문가로서 교육개혁의 방향에 대해 몇 가지 제시한다.

①향후 부산의 23개 대학 중 7개만 살아남는다는 연구보고서가 나왔다. 제2의 도시 부산이 이럴진대 지역 대학 대부분은 문을 닫을 것이 뻔하다. 좋은 대학 하나가 30만 명 규모의 도시 하나를 먹여 살린다고 한다. 독일과 구미 선진국들은 대학이 전국에 흩어져 있어 국가균형발전 동력이 되고 있다. 한계대학의 과감한 퇴출과 대학 간 M&A를 통해 대학의 수를 줄이고 ‘될만한 대학’을 지원해야 한다. 수도권에 집중된 대학의 정원을 조정하고 지방 이전을 통해 전국적으로 골고루 대학도시를 만들어야 한다.

②AI에 지배받지 않은 인간을 키우기 위해서는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 교육이 필요하다. 주어진 시간에 문제를 빨리 풀어내는 수능시험 준비 교육으로 창의력과 연구력을 키울 수 없다. 사고력을 키울 수 있는 문제해결 중심교육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대학이 학생을 선발하는 입시제도로 바꾸어야 한다.

③한국의 대학을 연구중심대학, 교양학부중심대학(4년제), 기술인력양성대학(2년제)의 세 부류로 나누고 권역별로 육성해야 한다. 서울대와 9개의 거점국립대학과 몇 명문사립대학을 연구중심대학으로 육성하자. 연구중심대학은 학부 입학정원을 대폭 줄여 대학원 정원을 늘린다.

④대학은 변화에 보수적이며 기득권 지키기가 강하다. 총장 직선제와 교수 정년 보장 제도를 폐지해 대학에 혁신이 일어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5년 단임의 대통령이 임기 내에 모든 것을 이룰 수 없다. 국가의 기본을 세우는 교육개혁만이라도 완성했으면 한다. 무한경쟁시대에 인적자산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국가의 뿌리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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