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무인기, 대통령실 촬영했나... 풀리지 않는 3가지 의문
② 8일간 ‘금지구역 침투’ 왜 몰랐나
③ 野의원은 어떻게 먼저 알았나
군이 5일 북한 무인기의 용산 대통령실 비행금지구역(P-73) 침투 사실을 밝히고 관련 설명을 했지만, 군 안팎에선 각종 의문점이 제기됐다. 북 무인기의 대통령실 촬영 가능 여부를 놓고 군과 국가정보원이 엇갈린 발표를 하고, 무인기의 용산 인근 침투 사실을 대통령실보다 야당 의원이 먼저 파악하는 등 이례적인 일들이 잇따라 벌어졌기 때문이다. 군이 북 무인기의 인천·경기 일대 항적은 사건 당일 탐지해 놓고 정작 첨단 레이더 등 방공 자산이 집중 배치된 P-73 침범은 8일이나 지나 판별한 상황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군 “촬영 못 했을 것” 국정원 “가능성 있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북 무인기의 대통령실 촬영 가능성과 관련해 “여전히 촬영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면서 “거리와 고도와 적들의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봤을 때 구글 이상의 유의미한 정보는 얻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 무인기에 카메라가 달렸는지는 모르지만 그랬다 하더라도 촬영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북 무인기의 카메라는 확대·축소 및 초점 기능 조절 능력이 부족해 원거리 촬영에 성공했을 가능성이 작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국정원은 이날 군 브리핑 5시간 뒤에 열린 국회 정보위에서 “대통령실 촬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국회 정보위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기자들을 만나 “(국정원이) 대통령실 촬영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고 가능성이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했다. 국민의힘 간사인 유상범 의원은 “‘그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답변”이라고 추가 설명했다. 국정원은 또 북 무인기 12대 침투설과 관련해선 “기존 발표대로 5대가 맞다”고 밝혔다.
◇野 의원, 어떻게 먼저 알았나
북 무인기의 P-73 침투는 지난 4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되기 이전부터 민주당 김병주 의원이 지속적으로 주장해왔다. 이에 대통령실은 이날 김 의원의 정보 입수 과정이 수상하다고 주장했다.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출신인 김 의원은 지난달 28일 국회에 제출된 무인기 관련 자료를 분석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김 의원이 ‘종로’ ‘동대문’ ‘남산’ 등 북 무인기 비행경로를 구체적으로 밝혔기 때문에 별도의 첩보를 입수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국회 제출 자료엔 P-73 안으로 침투했다는 내용이 없고, 당시엔 국방부도 합참도 몰랐다”면서 “그런데 김 의원은 군도 모를 때부터 용산 침투 이야기를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의 용산 침투 발표는) 거짓말로 했던 것이냐, 근거가 있던 거면 어디서 받은 것이냐, 모처로부터 우리가 파악 못 한 걸 입수한 것이냐”면서 “자료 출처에 대해 당국이 의심을 품고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와 관련, “30분만 투자하면 누구나 유추할 수 있는데, 대통령실이 마치 북한으로부터 정보를 하달받은 결과로 매도하고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합참 작전본부장 출신인 국민의힘 신원식 의원도 “민주당이 우리 군보다 북 무인기 항적을 먼저 알았다면, 이는 민주당이 북한과 내통하고 있다고 자백하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군, P-73 침투 8일간 왜 몰랐나
군이 북 무인기의 P-73 침투 사실을 파악한 것은 윤 대통령에게 보고하기 하루 전인 지난 3일이었다. 지난달 26일 사건이 발생하고 8일이 지나도록 군은 서울 심장부가 북 무인기에 뚫린 사실조차 몰랐다는 것이다. 군은 당시 P-73 안에 탐지됐다가 소실되기를 반복하는 정체불명의 항적을 발견하긴 했으나 이를 북 무인기로 판단하지 않았다고 했다. 새 떼나 풍선 같은 물체일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는 것이다. 그러나 당시 북 무인기 5대가 우리 영공을 침범해 전투기, 경공격기 등 20여 대의 대응 전력이 투입되는 비상 상황에서 미상 항적이 대통령실 인근에서 발견됐는데도 이를 심각하게 여기지 않았다는 설명은 이해하기 어렵다. 정보 분석력이 현격히 떨어지거나 군이 P-73 방어 실패의 책임을 피하고자 유의미했던 항적을 은폐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합참 관계자는 이날 P-73 침투를 부인하다 뒤늦게 번복한 경위와 관련, “사태 초기 작전 요원들이 보고한 사실에 입각해서 (침범하지 않았다고) 말했던 것”이라며 책임을 아래로 미루는 듯한 발언도 해 논란이 됐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