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학교 급식실, 조리원 채용 미달사태
학교 급식실 조리실무사(조리원) 인기가 매년 떨어지면서 전국 곳곳에서 미달 사태가 빚어지고 있다. 높은 노동 강도와 열악한 근무 환경, 낮은 임금 등을 이유로 기피하는 것이다. 인원이 제때 충원되지 않아 기존 근무자들 업무가 가중되고, 급식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5일 부산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10월 조리실무사 311명을 뽑는 채용 공고에 165명만 지원했다. 11월에 재공고까지 냈지만 4명만 추가 지원했고, 결국 156명만 최종 선발할 수 있었다. 예정의 50%밖에 뽑지 못한 것이다. 교육청 관계자는 “최근 들어 업무 노동 강도나 정년 퇴직을 이유로 결원이 늘어나 일부러 필요 인원 수보다 100명 더 채용 공고를 냈는데, 기대보다도 50명 더 적게 충원됐다”며 “당장 다음 학기는 대체 인력 풀을 활용해 버틴다고 하더라도, 미달 추세가 매년 이어질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다른 교육청들 상황도 비슷하다. 서울시교육청은 전체 교육공무직 경쟁률이 10대1로 치열한 반면 조리실무사는 499명 모집에 502명만 지원했다. 더욱이 강동송파, 강남서초 등 일부 지역엔 인원이 크게 부족해 이들 지역에만 148명 추가 수시 채용 공고를 냈는데, 추가 채용 응시 인원도 60명에 그쳤다. 인천시교육청은 작년 하반기 학교 조리실무사 302명을 뽑는 채용 공고에 201명만 지원했다. 6개 섬 지역을 제외한 인천 시내에 있는 학교에선 272명을 채용하려 했으나 지원자는 191명뿐이었다. 인천 도심지 학교 조리실무사 채용에서 미달이 발생한 건 처음 있는 일이다. 미달된 조리실무사는 각 학교에서 자체 채용한 기간제 인력으로 채워야 한다.
학교 현장에선 폐질환 대책 등 급식실 환경 개선이 있어야만 학교 급식 인력난을 해결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최근 조리흄(미세 먼지) 발생으로 인한 급식실 종사자 폐암 위험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새로운 인력은 급식실 근무를 기피하고 있다. 이 때문에 기존 인력들이 더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경기 평택에서 고교 급식 조리실무사로 4년째 근무 중인 A(51)씨는 “매일 무거운 조리기구를 사용하고 대량의 식재료를 운반하느라 손목 보호대 없이는 생활이 힘들 정도”라면서 “지난 학기엔 근처 공장 구내식당에 자리가 났다는 말을 듣고 함께 일하던 조리원 12명 중 2명이 동시에 그만둬 업무 강도가 훨씬 커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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