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확률형 아이템 규제”… 한동훈 “법적책임 묻겠다”

임경업 기자 2023. 1. 6.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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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2월 넥슨의 게임‘메이플스토리’이용자들이 불투명한 확률형 아이템 판매에 항의하기 위해 국회 앞에서 트럭 시위를 하고 있다. /커뮤니티 인벤

공정거래위원회가 확률형(뽑기) 아이템의 관련 정보를 조작했다는 이유로 게임업체 넥슨에 대한 제재 절차에 착수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최근 넥슨코리아에 제재 의견을 포함한 심사 보고서를 발송했다. 넥슨이 뽑기형 아이템을 게임 이용자들에게 판매하면서 뽑기 확률을 제대로 공지하지 않거나 속였다는 혐의다. 앞서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지난해 11월 간담회에서 “게임 아이템 판매 관련 확률 조작에 대한 심의에 착수하겠다”며 확률형 아이템 제재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국내 게임 업계의 핵심 수익 모델인 확률형 아이템이 정치권의 화두로 떠올랐다. 최근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페이스북에 “(민법이 개정되면)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 조작과 같은 거래 위반 행위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적어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제재 가능성을 시사했다. ‘확률 완전 공개’를 비롯한 확률형 아이템 규제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했다.

지난달 20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는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 의무화를 골자로 한 게임법 개정안을 두고 법안소위가 열렸다가 게임 이용자들의 집단 항의가 빗발치는 일도 있었다. 여야 의원이 모두 발의해 소위 통과가 유력했지만, 민주당 간사 김윤덕 의원의 반대로 법안이 계류됐다. 그러자 분노한 게임 이용자들이 김 의원에게 항의 문자와 댓글을 퍼부었고, 하루 만인 21일 김 의원이 “법안을 보완하자는 의미였다”고 백기를 들었다. 정치권에선 “확률형 아이템 논란이 20~30대 유권자들의 표심을 좌우할 문제로 떠올랐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 ‘불공정의 아이콘’이 된 확률형 아이템… “뽑기 확률 속여” 공정위도 넥슨 제재 착수

가치가 높은 확률형 아이템은 뽑기 확률이 1%가 안 되는 것들이 부지기수고, 심지어 0.00001%인 경우도 있다. 이런 아이템을 뽑기 위해 1000번, 1만번씩 뽑기를 하는 이용자들이 나오면서 ‘페이 투 윈(Pay to Win·이기기 위해선 돈을 쓴다)’이라는 말까지 생겼다.

2030세대 이용자들은 이런 수익 구조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30대 게임 마니아 이모(34)씨는 “‘열심히 게임을 한 이용자’가 강한 것이 아니라, ‘현실 세계에서 돈이 많은 사람’이 노력 없이 현질(현금 사용)로 강한 캐릭터를 산다”며 “대리 만족을 얻기 위해 접속한 가상 세계에서 더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국내 주요 게임업체들이 확률을 제대로 표시하지 않거나, 일부를 속이면서 이용자들의 반발을 샀다. 2021년엔 넥슨·넷마블·엔씨소프트 등 주요 게임사들의 확률 투명성 이슈가 일제히 불거지면서 게임 이용자들이 항의 문구를 내건 트럭을 빌려 게임사와 국회 앞 시위를 벌이는 일까지 벌어졌다. 거대 게임사의 ‘갑질’ 프레임까지 더해지면서 확률형 아이템은 2030세대 남녀 모두에게 불공정의 아이콘이 됐다. 젊은 세대 유권자를 잡기 위해 여야 모두 확률형 아이템 제재에 나선 이유다.

◇ 게임업계 “법으로 규제는 과하다”

법안소위에 계류 중인 게임법 개정안은 게임사가 의무적으로 확률 전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이를 어기거나 허위 기재할 경우 처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현재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은 게임사들의 자율 규제로 공개하고 있는데, 90% 이상 국내 게임사가 이를 지키고 있지만 세부 규정이 통일되지 않아 미흡한 부분이 많다는 것이다. 위정현 게임학회장(중앙대 교수)은 “국내 게임사들이 사행성이 강한 확률형 아이템에 의존하면서 신작보다는 자극적인 아이템으로 돈을 벌어 왔다”며 “게임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도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 게임업계에선 “회사 대표 처벌까지 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반응이 나온다. 5명의 의원이 발의한 게임법 개정안은 확률 허위 기재 시 벌금과 게임사 대표 처벌까지 논의되고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심야시간 청소년 게임 접속 금지를 골자로 한 셧다운제가 스마트폰 시대 이후 무력화됐는데도 10년이 넘게 방치됐었다”며 “규제가 한번 생기면 계속해서 기업의 경영 활동을 방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확률형 아이템

2010년을 전후로 국내 게임에 보편화된 일종의 ‘뽑기’형 유료 결제. 돈을 내면 게임 회사에서 정한 확률에 따라 무작위로 아이템이 보상으로 나온다. 원하는 보상을 얻기 위해 여러 차례 뽑기를 하는 경우가 많아 사행성 논란이 있고, 확률에 대한 정보 공개가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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