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3~5세 무상교육… 유치원·어린이집 통합도
2025년부터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통합하고 만 3~5세 교육비를 전액 무료화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미국 ‘차터스쿨’처럼 자율적으로 학교를 운영하면서 교육과정을 차별화한 공립고를 대거 육성한다. 또, 2025년부터는 초등 3·4학년, 중1, 고1 학생을 시작으로 AI(인공지능)를 탑재한 디지털 교과서를 보급한다. 2026년까지 대학에 대한 규제를 과감히 철폐하고, 다른 규제 권한도 지방자치단체에 이양키로 했다.
교육부는 5일 이런 내용이 담긴 2023년 주요 업무 추진 계획을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윤 대통령이 노동·연금과 함께 3대 중점 개혁 과제로 삼은 교육 개혁의 구체적 윤곽이 나온 것이다.
우선 유치원과 어린이집으로 나뉜 유아 교육·보육 기관을 하나로 합치고 관리 주체도 기존 교육부와 보건복지부에서 시·도 교육청으로 일원화하는, 이른바 ‘유보(幼保) 통합’을 2025년 시작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현재 어린이집은 0~5세(전국 3만3000개), 유치원(8600개)은 만 3~5세 유아들을 맡고 있다. 이를 하나로 합치는 게 대원칙이나, 기존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어느 한쪽으로 몰아주는 게 아니라 각 기관 장점을 갖춘 ‘제3의 유아교육 기관’을 만들어 자연스레 통합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이 ‘제3의 기관’은 0~5세까지 모든 유아들을 돌보고, 보육(어린이집)과 교육(유치원) 장점을 모두 흡수하는 형태로 만든다.
교육부는 이달 중 유보통합추진단을 꾸려 내년까지 근거 법령 등을 만들고, 교사 자격 기준이나 양성 체제, 처우 개선 방안을 마련, 2025년 통합 교육 체계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일단 2025년부터 제3의 기관을 도입해 유보 통합 첫발을 뗀 뒤 기존 어린이집·유치원을 같이 운영하면서 점차 제3의 기관으로 전환을 유도하는 내용이다.
교육부는 ‘유보 통합’을 추진하면서 누리과정(만 3~5세 무상교육) 대상 유아 학부모 교육비 부담을 ‘제로(0)’로 만드는 계획도 내놓았다. 현재 어린이집이나 공립 유치원에 다니는 유아는 학부모 부담이 거의 없다. 반면 사립 유치원은 시도별로 많게는 월 20만원까지 부담해야 한다. 정부가 3~5세 학생 1명당 35만원(교육과정 28만원, 방과후 수업 7만원)을 지원하지만, 표준교육비(유아 1명당 55만7000원)에 못 미쳐 공립 유치원과 달리 사립 유치원은 학부모에게 경비를 따로 걷는다. 교육부가 이 추가 부담을 없애겠다는 것이다.
초·중·고 학교 수업 혁신에도 나선다. 2025년 전면 도입을 앞둔 고교학점제가 제대로 운영되도록 내달까지 보완 대책을 내놓고, 초·중·고교에서 프로젝트·토론형 수업, 인공지능·에듀테크 활용 수업 등 다양한 수업이 가능하도록 ‘교실 수업 혁신 방안’도 올해 상반기 중 마련한다.
또, 미국 ‘차터스쿨(Charter school)’이나 영국 ‘아카데미(Academy)’처럼 자율성을 갖고 학교를 운영하는 다양한 우수 일반 공립고를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차터스쿨은 정부에서 예산을 지원받는 공립 고교지만, 학교 운영이나 교육과정은 일반 공립교와 달리 자율성을 보장받는 일종의 ‘자율형 공립고’다. 차터스쿨은 시민단체나 종교기관 등 다양한 주체들이 학교 운영을 맡으면서 획일화된 공교육 대신 특성화 교육을 하는 데다 학업 성취도가 좋아 학부모 호응이 높다. 과거 이명박 정부 시절 교육부는 자사고(자율형사립고), 마이스터고, 기숙형 공립고 등 다양한 고교 유형을 도입하면서 자율형공립고도 운영했지만, 일반고와 교육과정이 크게 차별화되지 않아 유명무실한 상황이 됐다. 이주호 장관은 자사고·특목고에 뒤지지 않는 우수한 자율형 공립고 모델을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모두 발언에서 ‘다양한 교육’ ‘다양한 학교’를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가 자유와 창의를 존중하고 교육을 통해 사회의 성장 잠재력과 경쟁력을 키우려면 가장 중요한 것이 교육의 다양성”이라며 “국가가 교육을 관장한다고 해서 획일적 콘텐츠, 획일적 특정한 학교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독점 시장에선 소비자의 다양한 수요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경쟁 시장 구도가 돼야 소비자가 원하는 다양한 상품이 만들어진다”면서 “4차 산업혁명 시대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건 다양성이고 다양성을 보장하려면 학교도 다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다양한 고교를 만들기 위해 기존의 자사고·외고를 폐지하려는 전 정부 입장을 뒤집고 해당 학교들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업그레이드 방안을 마련해 상반기 중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는 또 수업 혁신을 담당하는 교사들의 혁신도 중요하다고 보고 교사들의 역량을 키울 수 있는 ‘교육전문대학원(교전원)’을 도입할 계획이다. 올해 대학 두 곳을 지정해 내년부터 교전원을 시범 운영하고, 점차 확대한다. 교전원을 나오면 임용고사 통과 후 수년간 학교에서 근무하고 연수까지 받아야 딸 수 있는 정교사 1급 자격증을 준다는 계획이다.
교육부는 대학 관련 불필요한 규제는 모두 철폐하고, 중앙정부가 갖고 있는 남은 규제 권한은 지방자치단체로 이양하는 계획도 발표했다. 올해 지자체 5곳 정도를 뽑아 지방대와 함께 발전 방안을 세우고 재정도 알아서 쓸 수 있도록 하는 지역중심대학 지원체계(RISE) 사업을 시작하고, 2025년에 전국으로 확대한다. 법령을 개정해 현행법상 교육부가 갖고 있는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 대학의 설립·폐지·지도감독 권한도 지자체로 넘길 계획이다. 대학 규제 조항이 담긴 고등교육법, 사립학교법을 전면 개정하고, ‘깜깜이 투표’ 문제가 심각한 시도교육감 직선제를 시·도지사와 러닝메이트(동반 출마)제로 바꾸도록 공직선거법·지방교육자치법 개정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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