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무인기 대응 말 바꾸고 혼선 빚는 軍…믿을 수 있나?
군 정보·작전 라인 대폭 개편 필요성 제기돼…‘대통령실 촬영’ 놓고도 여전히 논란
우리 영공을 침범한 북한 무인기가 서울 핵심 구역까지는 진입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던 군이 약 1주일 만에 말을 바꾸면서 애당초 방공 작전 자체가 잘못됐던 것 아니냐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서울로 침투한 무인기에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했고, 1주일 넘게 레이더에 포착된 점들이 무인기인지 몰랐던 것으로 드러나 합참의 작전·정보라인에 대한 대규모 개편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6일 합참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서울로 진입한 북한 무인기 1대는 대통령실 일대 반경 3.7㎞에 설정된 비행금지구역(P-73)의 북쪽 끝부분으로 진입한 것으로 분석됐다. 국가정보원도 전날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북한 무인기에 대한 항적 조사 결과 비행금지구역 북쪽을 지나간 것으로 확인했다고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군은 사건 초기인 지난달 27일 "무인기가 용산 상공을 비행한 항적이 없다"고 했고, 29일에는 "P-73에 침범하지 않았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는데 전날 재분석 결과를 공개하면서 말을 바꿨다. 합참은 "용산 집무실 안전에는 이상이 없다"고 밝혔으나 용산 대통령실 안전을 위해 설정된 P-73이 침범당한 상황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온다.
또 "용산 상공으로는 진입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유지했지만, 무인기의 P-73 진입 가능성이 드러난 전비태세검열이 아직 진행 중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검열 완료 후 또 말이 바뀌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합참이 이처럼 무인기 관련 공개 발언을 번복한 배경에는 정보 판단에서의 혼선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무인기 침범 당시 서울 상공을 감시하는 레이더에 탐지와 소실이 반복되는 특이 항적이 포착됐다. 하지만 상황을 지켜보던 합참 요원들이 이를 무인기라고 평가하지 않으면서 대응 작전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후 전비태세검열에서 탐지·소실이 반복되는 항적을 연결해서 다시 분석한 결과 무인기의 P-73 침범 가능성이 확인된 것이다.
군은 지난주 월요일인 26일 침범 사태 이후 이달 2∼3일에야 P-73 침범 가능성이 있다는 결론에 도달함으로써 결과적으로는 1주일 넘게 항적을 들여다보면서도 ‘깜깜이’ 상태에 있었던 것이나 마찬가지였음이 드러났다. 북한 무인기가 2m급 소형이라 탐지가 어렵다는 초기의 해명에는 사정을 참작할 만한 여지가 있었지만, 실제 항적을 잡고도 판단에 실패한 것인 만큼 방공작전이 처음부터 잘못됐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군은 지난달 27일과 28일에는 레이더에 포착된 정체불명의 항적을 북한 무인기로 추정하고 잇달아 전투기를 출격시켰지만, ‘새 떼’와 ‘풍선’을 무인기로 오인하기도 했다. 또한 북한 무인기가 P-73의 북쪽 끝부분, 가령 종로구와 중구가 접하는 청계천 부근 상공에서 멀리서나마 용산 대통령실을 촬영했을 가능성을 두고도 "여전히 촬영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고 군은 단언했다.
군의 이런 대응은 국가정보원이 전날 국회 정보위에 보고한 ‘촬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판단과 배치된다. 합참은 북한 무인기가 촬영 능력을 갖췄다고 하더라도 유의미한 정보는 얻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북한 무인기에 촬영 장비가 갖춰졌는지 등 판단에 필요한 기초 정보도 없는 상황에서 나온 성급한 판단일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군의 정보 판단 실패와 입장 번복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여론이 힘을 얻고 있다. 지난 정부 시절 훈련보다 행정 업무에 치중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는 군을 쇄신하기 위해서라도 이번 사태를 그냥 넘겨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28일 국회 국방위원회 긴급 현안 질의에서 "영공을 침범한 북한 무인기에 대해 군이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다"며 사과했다. 강신철 합참 작전본부장도 이 장관 사과 전날 "무인기를 격추하지 못한 점에 대해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고개를 숙인 바 있다.
노기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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