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단장 '거짓말'에 정면반박…당황+분노 못 감춘 김연경의 '동공지진'
[마이데일리 = 인천 박승환 기자] "이런 팀이 있을까 싶다"
김연경은 5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2-2023 V-리그 여자부 GS칼텍스와 경기에서 22득점을 뽑아내며, 세트스코어 3-2((21-25 25-19 25-18 21-25 15-10)로 승리에 큰 힘을 보탰다.
풀세트 접전 끝에 거둔 승리로 기쁨이 가득할 만했으나, 김연경의 표정은 시종일관 굳어있었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바로 지난시즌 6위에 머물렀던 흥국생명을 2위로 끌어올린 권순찬 감독이 지난 2일 갑작스럽게 경질됐기 때문이다.
흥국생명은 당시 보도자료를 통해 '방향성'의 문제를 경질 배경으로 밝혔다. 그리고 5일 신용준 신임 단장은 권순찬 감독과 김여일 단장이 '로테이션' 문제로 갈등을 겪은 끝에 임형준 구단주가 동반 사퇴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일부 맞는 이야기도 있다. 하지만 가장 큰 한 방은 흥국생명의 모기업인 태광그룹 이호진 회장의 입김이었다.
이호진 회장은 평소 권순찬 감독의 팀을 운영 스타일을 못마땅하게 생각해왔다. 이호진 회장은 권순찬 감독이 성적에 집중하기보다는 선수단을 폭넓게 운영하며 많은 선수들이 경험을 쌓을 수 있기를 희망했아. 이호진 회장은 김여일 단장을 통해 권순찬 감독에게 압박을 넣었으나, 끝내 통하지 않았고, 갑작스러운 경질을 결정했다.
흥국생명은 권순찬 감독이 경질된 이후 이영수 수석코치에게 감독 대행 역할을 맡겼다. 하지만 이 체제도 오래가지는 않았다. 이영수 대행은 5일 경기가 끝난 후 "감독님이 나가실 때부터 똑같은 생각이었다"며 "오늘이 마지막 경기였다"며 사임의 뜻을 밝혔다.
이영수 대행은 선수들에게 사임의 소식을 알리지 않았다. 그리고 취재진과 인터뷰를 위해 인터뷰실에 입장한 김연경은 이영수 대행의 사임 소식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해외 리그를 비롯해 국제대회 등 수많은 경험을 해온 김연경. 하지만 너무나도 큰 충격에 동공이 흔들리는 것이 쉽게 느껴졌다.
김연경은 "현대건설은 외국인 선수가 뛰지 못하는 상황이다. 선두와 별로 차이가 나지 않아서 이제 기회가 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에게 좋은 기회였는데, 타이밍이 너무 안타깝다. 감독님에 이어 코치님(이영수)까지, 어디까지 선수들이 감당을 해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복잡한 심경을 밝혔다.
계속해서 김연경은 "경기를 운영하다 보면 맞는 부분도 아닌 부분도 있다.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니다. 포지션, 포메이션은 실수가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로 (감독님이) 경질이 됐다고 한다면 더욱 납득할 수 없다. 그런 것이 문제라면 모든 감독들이 경질될 수 있는 상황이 아닌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권순찬 감독의 경질, 이영수 대행의 사임까지 두 번의 충격을 연달아 받은 김연경은 "다음 감독님은 결국 구단의 말을 잘 듣는 감독을 원하는 것 아니겠나. 누구를 위해 선임되고 경질이 되는지 잘 모르겠다. 이영수 수석코치님까지 나가시게 됐는데, 이제는 우리끼리 해야 할 상황이 됐다. 이런 일이 있나 싶다"며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신용준 신임 단장은 전임 감독과 단장이 경질된 배경으로 '개입'이 아닌 '선수 운영'의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선수들의 입장은 달랐다. 김연경과 함께 인터뷰에 응한 김해란은 직접 이를 경험하기도 했다. 김해란은 "나는 (개입을) 느꼈고, 선수들도 알고 있다. 때문에 마음이 상한 선수도 있다"고 밝혔다.
김연경도 신용준 단장의 주장에 정면 반박했다. 그는 "기용에 대해 이야기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몇 번은 경기를 원하는 대로 하다가 (개입으로 인해) 진 경우도 있었다. 이 팀에 소속이 돼 있는데,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도 부끄럽다. 이런 팀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놀라운 상황이다. 다시는 이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고, 안타깝다"고 분노했다.
[흥국생명 김연경이 5일 오후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진행된 '2022-2023 도드람 V리그' 여자부, 흥국생명과 GS칼텍스의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3-2(21-25 25-19 25-18 21-25 15-10)로 승리한 뒤 기뻐하고 있다. 사진 = 인천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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