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심' 실리는 김기현…나경원 '결단'에 관심 집중
권성동, 돌연 '불출마'선언…친윤 '교통정리' 본격화 모양새
羅 "고민 단계" 출마·불출마 가능성 열어둬
[더팩트ㅣ국회=신진환 기자] 친윤 핵심으로 꼽히는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5일 차기 당 대표 선거 불출마를 선언했다. 친윤 당권 주자들 간 '교통정리'가 현실화한 모양새다. 변수는 남았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강세를 보이는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의 '결단'이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권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3·8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하고 "대통령의 최측근이 지도부에 입성할 경우 당 운영 및 총선 공천에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가 있을 것이라는 당원의 우려와 여론을 기꺼이 수용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차기 국민의힘 당 대표는 내년 치러질 총선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을 쥔다.
권 의원의 전당대회 불출마 선언은 전격적이다. 전국을 돌며 당원들과 접촉하는 등 사실상 당권 행보를 보인 데다 이르면 6일 출마를 선언할 것으로 알려졌었다. 그는 "윤 대통령과 논의할 사안이 아니"라며 "제가 스스로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누구를 지지할 생각은 없고, 제가 이번에 출마하지 않는 것이 대통령 국정운영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하에 불출마를 선언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4월 원내대표에 선출될 정도로 당내 기반과 영향력을 갖춘 인물로 평가받아 온 권 의원은 유력 당권주자로 꼽혀왔다. 당권에 도전한다면 웬만한 당권주자들보다 유리할 것이라는 관측도 많았다. 정가에선 윤 대통령의 의중이 실리지 않아 권 의원이 돌연 마음을 바꾼 것 아니냐는 추측이 많다. 여권 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권 의원이) 갑자기 불출마하겠다는 것은 소위 '윤심'이 어디로 갔는지 확인했다는 일종의 신호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경쟁력이 약하다는 점과 친윤 당권주자 간 출혈 경쟁에 따른 분열 가능성이 적잖은 부담이라는 현실적인 부분을 고려해 권 의원이 불출마로 선회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많다. 지난해 12월 27일 출마 선언을 한 김기현 의원은 친윤 핵심인 장제원 의원과 이른바 '김장(김기현·장제원) 연대'를 띄우며 친윤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당권 레이스 초반이지만, 실제 각종 여론조사에서 김 의원은 최근 약진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권 의원의 지지율은 저조한 편이다.
5일 데일리안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여론조사공정㈜에 의뢰해 지난 2~3일 실시한 정례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힘 지지층 412명에게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로 누가 당선될 것으로 예상하느냐'는 질문에 나 부위원장이 35.0%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김 의원(15.2%) △유승민 전 의원(13.7%) △ 안철수 의원(12.4%) △황교안 전 대표(5.5%) △권 의원(3.4%) △윤상현 의원(1.9%) 차례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김 의원은 이날 국민의힘 서울 송파을 신년 인사회에서 "권 의원의 희생적 결단이 당의 단합을 도모하는 커다란 촉진제가 될 것"이라며 높이 평가했다. 다만 친윤계 당권주자들의 교통정리라는 일각의 해석에 대해 "권 의원이 가진 정치적 역량이나 본인이 가진 판단력이 교통정리라는 표현은 매우 바람직하지 않은 용어라 적절치 않다"며 선을 그었다. 권 의원과 사전교감 여부에 대해선 "그러지 않았다"고 말했다.
시선은 나 부위원장에게 쏠린다. 복수의 여론조사상 1위를 달리는 나 부위원장은 출마 여부에 대해 장고하고 있다. 송파을 신년 인사회에 참석한 그는 "아직은 고민하는 단계"라며 출마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도 그럴 것이 4선 출신 나 부위원장은 21대 총선에서 낙선해 원내 재진입을 노려야 하는 상황이다. 또한 워낙 당 대표 선호도 여론조사에서 독보적인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다.
만약 나 부위원장이 당권 다툼에 참전한다면 당권 구도는 독주체제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미 나 부위원장이 상당한 '당심'을 얻은 것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당이 '국민여론조사'를 반영하지 않기로 전당대회 규칙을 바꿔 변수도 적다. 권 의원의 불출마로 입지가 강화된 김 의원이 나 부위원장과 연대 가능성을 키우는 대목이다.
앞서 김 의원은 출마 회견 당일 나 부위원장과의 연대에 대해 "어떤 형태로든 서로의 공감대를 넓히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야 하고, 지금도 계속해 나가고 있다"면서 "나 부위원장은 많은 장점을 가진 당의 소중한 자신이기에 그 자산을 활용해 더 큰 하나를 만드는 과정을 거쳐나갈 것 같다"고 말했다.
향후 나 부위원장이 불출마하기로 결심한다면 지지하는 당심은 어느 쪽으로 향할까.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나 부위원장이 출마하지 않았을 경우 그를 지지하는 당원들의 표심이 곧바로 김 의원에게 향할 것이라고 단언하기 어렵다. (다른 후보들에게도) 표가 분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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