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선] 필수의료 위기와 적기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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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라면 어린이, 노인들은 생명이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서도 제대로 된 진료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 올 겁니다. 두고 보세요. 이게 경고인지, 협박인지."
지난해 초 필수 의료 취재 과정에서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빠르고 적절한 그리고 과감한 치료가 필요한 상황에서 처방이 나오기는커녕 '필수 의료'의 정확한 경계조차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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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라면 어린이, 노인들은 생명이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서도 제대로 된 진료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 올 겁니다. 두고 보세요. 이게 경고인지, 협박인지.”
소아청소년과에 앞서 산부인과, 흉부외과, 신경외과 등도 오랜 기간 인력난에 허덕여왔다. 그동안 위기에 대한 경고음이 계속됐음에도 정부가 이를 의료계의 엄살이나 꾀병으로 보고 ‘조기 진단’ 시기를 놓친 셈이다.
지난해 7월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사망 사고는 소아청소년과 이전에 존재했던 의료계의 ‘싱크홀’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사고 초기에만 해도 비난의 화살은 병원으로만 향했다. 그러나 원인을 찾던 과정에서 여론은 반전됐다. 결국 “우리나라에 개두술을 할 수 있는 의사가 이제 많지 않다는 현실을 보여줬다”는, 의료계 전체 시스템의 문제로 결론이 맺어졌다. 만약 이 일이 병원 내에서, 간호사에게 벌어진 일이 아니었다면? 일반인이었다면 논란조차 되지 않았을 터다. 지금도, 단 1%라도 살릴 가능성 있는 이름 없는 환자가 그 기회를 잃으면서 필수 의료 영역의 싱크홀은 조용히 그 반경을 넓히고 있다.
조기 진단 시기를 이미 넘었다면, 중요한 것은 완치를 위한 치료다. 발병 원인을 분석하고 정확하게 문제를 제거하는 치료 말이다. 그러나 현재 진행되는 논의를 보면 과연 완치가 가능할까 의구심이 드는 게 사실이다. 빠르고 적절한 그리고 과감한 치료가 필요한 상황에서 처방이 나오기는커녕 ‘필수 의료’의 정확한 경계조차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여기에 실태 파악, 의견 수렴, 시범사업 등으로 시간만 버리고 있는 모양새다.
의료를 지탱하는 병원과 의료인이 필수 의료를 기피하는 원인은 간단하다. 병원이 필수 의료를 축소하는 이유는 수술할수록 쌓이는 적자 때문이고, 의사 개인이 특정 과를 기피하는 이유는 자리가 줄어들고 상황이 열악해지기 때문이다. 결국 모든 산업에서 필요한 것은 ‘당근과 채찍’이라는 단순한 진리가 여기서도 통용된다. 고귀한 생명을 다루는 직업이라고 언제까지 소명 의식만 강요할 수는 없다.
모든 치료의 기본은 ‘적기 치료’다. 한 전공의는 그동안 ‘외과 홀대’의 상징적 인물인 이국종 아주대 외과 교수를 언급하며 “모든 사람이 이 교수처럼 될 수도 없고 되라고 할 수도 없다”며 “그렇기 때문에 ‘이국종’이 한 명도 없어도 문제없이 돌아가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쓴소리를 지금이라도 새겨들어야 한다.
정진수 문화체육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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