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시선] 연금개혁의 올바른 길

2023. 1. 5.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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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추계자료 ‘쉬쉬’… 미봉책만
부채규모·원인, 국민과 공유해야

행정부와 국회에 연금 개편을 위한 위원회가 가동되고 있다. 연금 개혁 대신 개편이란 단어를 쓰는 이유는 과거 개혁이란 이름을 들어 개악을 시도한 경우가 적지 않아서다. 1998년과 2007년 국민연금 개혁만이 진짜 개혁이다. 그 나머지는 제대로 된 개혁이라고 말하기 민망할 정도다. 2001년 공무원·군인연금 개편은 적자를 세금으로 충당하는 국가지급보장 조항으로 인해, 2010년 공무원연금 개편은 재직자 56%의 연금액이 전혀 삭감되지 않아서다.

의미가 큰 사회적 대타협의 결과라는 2016년 공무원연금 개편은 공무원·사학연금 이해관계자가 주도하다 보니 공정하지 못했다. 공무원연금은 제대로 개혁하지 못했으면서, 국민연금 더 올려주라고 덜컥 합의해버려, 국민연금을 제대로 개혁하지 못하는 빌미를 제공했다. 2016년 공무원연금 개편으로 공무원 사회는 공무원연금 가입자가 국민연금 가입자보다 손해 보고 있다고 알고 있다. 이를 사실로 믿어서인지, 아니면 부끄러움을 몰라서인지, 인사혁신처의 국회 연금특별위원회 보고자료에는 공무원연금 가입자가 국민연금 가입자보다 15% 손해를 보고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 재정추계 보고서는 왜 공개하지 않느냐고 하니, 기획재정부의 공적연금 통합 재정추계 자료를 못 봤느냐고 답했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전 한국연금학회장
언론사가 국회를 통해 건네준 통합 재정추계 자료의 공무원연금 재정추계 내용을 보니, 필요한 정보가 100이라면 5도 안 된다. 국회의원에게는 그 자료가 통할지 몰라도 전문가에게는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는 자료다. 그러니 우리 공무원연금이 이 지경으로 운영된다.

행정부와 달리 국회 예산정책처가 공무원연금 현황을 제대로 발표했다. 적자 보전액만 2022년 현재 가치로 2022년 3.5조원, 2030년 7.9조원, 2070년 19.3조에 달한다. 2070년 적자 보전액은 65세 이상 노인 70%에게 지급하는 2022년 기초연금 액수와 맞먹는다. 개혁 잘했다고 자화자찬 일색인데, 현실은 이처럼 딴판이다. 왜 이럴까? 투명한 자료 공개가 정착되지 못해서다. 2016년 공무원연금 개편에서는 그동안 재정추계에서 사용하던 공무원 생명표를 국민연금 가입자 생명표로 바꾸었다. 바꾸면 수명이 3년 짧아져 그만큼 재정추계 결과가 낙관적으로 나온다. 예를 들자면 이런 식이라는 거다. 그러니 제대로 된 재정추계 보고서를 공개하라는 거다.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 재정추계 보고서는 소수의 전유물이 아니다. 월급과 연금을 부담하는 국민이 먼저 보아야 할 자료이다. 과거에는 당연히 공개되던 자료가 어느 때부터 비공개로 전환되었다. 블랙박스 크기가 커질수록 유혹으로부터 자유롭기 어렵다.

2021년 결산보고서로 공무원연금 현황을 파악해보자. 2021년 126만명 대상의 공무원연금 운영원가가 29.6조원인 반면에, 공무원과 국가가 부담한 금액 합계는 14.2조원이다. 운영원가의 48%만을 부담하니, 적자 보전금이 눈덩어리처럼 늘어난다.

인사처가 특위 자문위원에게 보고한 공무원연금 자료에는 장기전망 자료가 없다. 제대로 된 자료 없이 무슨 논의를 할 수 있을까. 상황이 이러함에도 특위 일정이 짧으니, 공무원연금 등 특수직역연금 논의는 제외하자는 의견이 다수다.

최근 국민연금재정계산위원회는 의미가 큰 결정을 했다. 위원회의 전체 발언 내용을 실명으로 공개하기로 해서다. 국회 특위 자문위원회 역시 모든 회의 내용을 100% 공개해야 한다. 그래야만 문제를 국민과 제대로 공유할 수 있다.

우리가 모방한 일본의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은 우리와 전혀 다르게 운영되고 있다. 100년 뒤에도 줄 돈을 확보하고 있어서다.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건 정치인의 결단과 자료 공개에 있었다. 2007년 국민연금 개혁의 원동력이 되었던 국민연금 미적립부채 규모도 이번에 공개해야 한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중요한 자료를 비밀에 부치며 어설픈 미봉책을 마련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연금제도에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국민과 제대로 공유하는 것이다. 이것만 제대로 해도 연금 개혁의 큰 고비는 넘긴 거나 다름없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전 한국연금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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