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모의창의적글쓰기] 낭독의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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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일이다.
학생들에게 낭독을 시켜보면 금방 알 수 있는데, 글을 잘 읽는 학생이 글을 잘 쓰고, 그렇지 않은 학생은 글을 못 쓴다는 것이다.
글쓰기의 낭독 효과에 관한 정민 교수의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그는 전달력을 중시해 글을 수정할 때 소리 내어 읽는 낭독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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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글을 잘 읽는 학생이 글을 잘 쓴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글이 소리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는 것만은 사실이다. 애당초 우리 언어는 소리를 바탕으로 만들어졌고 지금까지 주로 입과 귀를 통해 의사를 전달해왔기 때문이다. 문자가 발명된 것은 훨씬 후대의 일이고 지금처럼 문자가 중요하게 된 것도 최근에 가능해진 일이다. 지금도 소리는 여전히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다. 앞서 말한 노교수의 관점도 어떤 관련성을 지나치게 강조한 것이지 근거가 전혀 없는 말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문자는 시각적 부호이지만 우리 뇌 속에 들어가면 상당 부분 청각적 부호와 연관을 맺는다. 사람은 말을 통해 언어를 습득하기 때문에 문자 읽기도 소리와 연관을 맺어야만 이해하기가 쉽다. 그래서 근대에 이르기까지 동서양의 모든 학습은 소리 높여 읽고 암기하는 것이었다. 지금은 묵독을 하지만, 묵독도 실상 마음속 소리로 책을 읽는 것과 같다. 문자 읽기의 시각적 이미지는 대다수 소리의 청각적 울림으로 뇌 속에서 반복하게 된다. 그래서 문어체도 말하고 쉬는 구어체의 리듬과 억양 단위의 의미 묶음을 따라가게 되는 것이다.
글쓰기의 낭독 효과에 관한 정민 교수의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그는 전달력을 중시해 글을 수정할 때 소리 내어 읽는 낭독을 했다고 말했다. 초고를 세 번 소리 내어 읽고 수정한 후 아내에게 다시 읽어달라고 했다. 그래서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이를 고쳤다는 것이다. 동서양의 문인들이 수정하면서 소리 내어 글을 읽었다는 것은 많이 알려져 있다. 영국의 소설가 새뮤얼 버틀러는 눈으로 읽었을 때 괜찮았던 구절도 소리 내어 읽는 순간 무엇이 약점인지 알게 되었다고 한다. 여러분께도 문장이 좋지 않다고 느낄 때 소리 내어 읽으면서 고쳐 보라고 권하고 싶다.
정희모 연세대 교수·국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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