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한 김연경 "어디까지 감당해야 하나…이런 팀이 있을까"

김주희 기자 2023. 1. 5. 23:0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기사내용 요약
권순찬 감독 해임한 흥국생명, 이영수 감독대행까지 사임

김연경·김해란 "구단의 선수 기용 개입은 사실"

[인천=뉴시스] 김금보 기자 = 5일 오후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 V-리그 흥국생명과 GS칼텍스의 경기 1세트 흥국생명 김연경과 선수들이 서로를 격려하고 있다. 2023.01.05. kgb@newsis.com

[인천=뉴시스]김주희 기자 = "이런 팀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놀라운 상황이다."

산전수전을 겪은 베테랑 김연경(흥국생명)조차 할 말을 잃었다. 김연경은 "어디까지 감당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며 답답한 마음을 토로했다.

흥국생명은 5일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GS칼텍스와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3-2로 이겼다. 3연승을 달린 2위 흥국생명(15승4패 승점 44)은 1위 현대건설(17승2패 승점 48)과 격차를 좁혔지만, 웃음은 잠시였다.

경기 직후 이영수 흥국생명 감독대행은 사임 의사를 밝혔다. 선수들은 구단의 공식 입장에 반박했다.

잘 나가던 흥국생명은 지난 2일 암초를 만났다. 구단이 "권순찬 감독과 김여일 단장이 사퇴했다"고 발표하면서다.

구단은 권 전 감독이 '사퇴'했다고 알렸지만, 배구계에 따르면 권 전 감독은 구단으로부터 해임 통보를 받았다. 구단이 선수 기용에 개입했단 이야기까지 흘러나왔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신용준 신임 단장은 이에 대해 반박했다.

"선수 기용에 대해 이야기한 게 아니라 선수단 운용에 (감독과 단장의) 갈등이 있던 건 사실이다. 운용에 대해 문제가 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로테이션 문제에 의견이 안 맞았던 것 같다. 팬들이 원하는 건 전위에 김연경과 옐레나가 같이 있는 게 아니다. 그런 부분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의견 대립이 된 거 같다"고 설명했다.

로테이션을 지적한다는 건 결국 선수 기용에 영향을 미치는 내용이지만 신 단장은 '개입'이란 표현에 "그런 건 아니다"고 손을 내저었다. 그리고 "아직 정확하게 파악이 안 된 부분이다. 그 부분에 대해서 정확히 파악된 건 없다"고 발을 뺐다.

이에 대해 선수들은 완전히 다른 입장을 밝혔다.

경기가 끝난 뒤 만난 김해란은 '김여일 전 단장이 선수 기용에 개입했다는 사실을 알았느냐'는 질문에 "선수들도 알고 있었다. 마음이 상한 선수들도 있었다"고 답했다. 이어 "(권순찬) 감독님께 이야기하기도 했다. 마음이 상했다고 말씀드렸다"고 보탰다.

김연경도 "사실이다. 기용에 대해 이야기가 있었던 건 사실이다. 이번 시즌에도 경기를 (구단에서) 원하는 대로 하다가 진 적도 있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기도 부끄럽다.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 자체가 부끄럽다"고 답답해했다. '구단의 선수 기용 개입이 사실이냐'는 확인에도 "나와 있는 그대로가 사실이라고 보면 된다"고 밝혔다.

신 단장이 밝힌 '로테이션 이견'에 대해서도 선수들은 목소리를 높였다.

김연경은 "포지션 부분은 정답이 있는 게 아니다. 실수가 있을 수도, 괜찮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 그런 걸로 경질했다면 더 납득이 안 된다"며 "그렇게 되면 모든 감독님들이 경질될 수 있는 상황인 거 아니냐"고 반문했다.

권 전 감독이 팀을 떠나기 전 흥국생명은 3라운드를 5승1패로 마치며 '순조로운' 선두 싸움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권 전 감독이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팀을 떠났고, 이날 경기 직후 이영수 감독대행도 짐을 쌌다.

[인천=뉴시스] 김금보 기자 = 5일 오후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 V-리그 흥국생명과 GS칼텍스의 경기, 이영수 흥국생명 감독대행이 작전지시를 하고 있다. 2023.01.05. kgb@newsis.com


김연경과 김해란은 경기 직후 인터뷰실을 찾았다 이 감독대행의 사임 소식을 알게 됐다.

김연경은 "선두랑 차이가 많이 안나서 우리에게 기회가 오는 상황이었다. 그 타이밍에 안타까운 일이 생겼다. 선수들도 당황스러워하고 있다"며 "힘든 와중에 오늘 경기를 준비했고 결과가 좋았는데 이영수 코치님까지 이렇게 됐다. 어디까지 감당해야 할지 모르겠다. 복잡하다"며 한숨을 삼켰다.

피해는 고스란히 코트에 서는 선수들이 떠안는다.

"다음 감독님이 오신다고 해도 신뢰할 수 없는 부분 아닌가. 구단에서 원하는 감독님, 말을 잘 듣는 감독님을 선호하고 있다는 거랑 다름 없다"고 꼬집은 김연경은 "당장 8일에도 IBK기업은행과 경기가 있는데 이영수 코치님도 나가신다고 하니 경기는 우리끼리 할 상황인 거 같다.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나 싶다"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저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길 바랄 뿐이다.

김해란은 "안타깝다. (권순찬) 감독님께선 무시당하는 느낌을 받으셨을 거 같다. 다시는 이런 일이 안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연경 역시 "이런 일이 다시 안나왔으면 한다. 여러 상황이 있지만 지금 같은 상황은 납득하기 어렵다. 이런 팀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많이 놀랍다"고 목소리를 냈다.

☞공감언론 뉴시스 juhee@newsis.com

Copyright ©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