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北무인기, 대통령실 촬영 가능성"…'軍 발표 번복' 논란
3일 최종 확인, 4일 尹에 보고
尹 격노…고위급 문책 불가피
공세 나선 野…청문회도 추진
국가정보원이 지난달 26일 한국 영공을 침범한 북한 무인기가 용산 대통령실을 촬영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5일 밝혔다. 이 같은 사실을 뒤늦게 파악해 대통령의 안전에 허점을 드러낸 군에 대한 우려와 비판이 제기된다.
국회 정보위원회 여야 간사를 맡고 있는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과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정보위 전체회의를 마친 직후 "용산 대통령실 촬영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고 가능성이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다만 유 의원은 "'무인기가 들어와 그 고도에서 촬영할 수 있지 않느냐'는 가정적 질문에 대해 '그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답변이지 그게 가능하다고 답변한 건 아니다"고 덧붙였다. 유 의원은 또 "국정원은 북한이 현재 1~6m급 소형기 위주로 20여 종 500여 대의 무인기를 보유 중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면서 "원거리 정찰용 중대형 무인기를 개발하는 동향이 포착됐으나 초기 단계로 파악하고 있고 국정원은 관련 동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보고했다)"고 말했다. 이 밖에 정보당국은 북한이 자폭형 등 공격형 무인기도 소량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윤 의원은 "항적 조사와 관련해 대통령실 일대에 설정된 비행금지구역(P-73) 북쪽을 지나간 것으로 확인했다고 보고받았다"며 "12대 침투라는 언론 보도에 대해 국정원은 '사실과 다르다. 기보도된 대로 5대가 맞는다'고 밝혔다"고 설명했다. 합동참모본부도 이날 "전비태세검열실에서 관련 기록들을 정밀 분석한 결과 서울에 진입한 적의 소형 무인기 1대로 추정되는 항적이 P-73 북쪽 끝을 일부 지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안전에는 이상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고 강조했다.
앞서 군은 지난달 26일 영공을 침범한 무인기를 탐지한 후 공군 전술통제기와 육군 공격헬기 등을 출격시키고도 격추에 실패해 비난받았다. 당시 군은 북측 무인기가 은평구와 노원구 등 서울 북부 지역을 좌우로 비행했고 도심으로 진입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또 김병주 민주당 의원이 북측 무인기가 대통령실 인근을 비행했을 가능성을 제기하자 "사실이 아닌 근거 없는 이야기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며 거듭 부인한 바 있다. 그러나 군은 북한 무인기의 서울 진입 당시 항적을 '초 단위'로 나눠 다시 들여다본 뒤 기존 입장을 뒤집었다.
이에 윤석열 대통령은 군의 행태에 격노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저녁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은 어제(4일) 국방장관과 합참의장으로부터 북한 무인기가 비행금지구역 안쪽으로 들어온 사실을 보고받았다"며 "국민이 알고 있는 사항과 다르니 바로 공개하고 알려드리라 지시했다"고 밝혔다. 군이 북한 무인기가 P-73에 진입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최종 판단을 한 것이 지난 3일이며, 다음날 윤 대통령에게 이 사실이 보고됐다는 것이다. 결국 지난달 26일 사태 발생 이후 열흘이 지난 시점에서야 제대로 된 상황 파악이 이뤄진 셈이다.
이 고위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비행금지구역 침범을 보고받은 뒤 이에 대한 후속 조치로 9·19 군사합의 검토를 지시한 것이냐'는 물음에 "그 당시엔 보고가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이번 북한 무인기 사태에 대한 군의 총체적 부실 대응이 사실로 드러난 만큼 고위급에 대한 문책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당초 허술한 대비태세와 관련해 대통령께서 군을 질책했다는 보도를 저희도 접했다"면서 "군에서도 이에 상응하는 각오와 나름의 진행 과정을 밟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감찰 등 후속 조치에 대한 질문에도 "밟아야 할 절차는 밟고 있음을 말씀드릴 수 있다"고 답변했다.
민주당은 책임자 경질을 요구하며 공세에 나섰다.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긴급 현안 질의와 국방위원회 차원의 청문회도 추진하기로 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군이 뒤늦게 시인한 데 대해 "군 통수권자라면 유례없는 안보 참사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책임자를 문책해야 한다"며 윤 대통령을 겨냥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도 "민주당이 이미 가능성을 제기했지만 '가짜뉴스' '이적행위'라고 정쟁으로 치부하며 펄펄 뛰더니 뒤늦게 사실로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박 원내대표는 "작전 실패와 경호 실패를 거짓말로 덮으려 했던 국방부 장관과 경호처장 등을 엄중히 문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성훈 기자 / 박윤균 기자 / 김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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