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칸 르포] 두손 모은 2시간…베네딕토 16세 장례미사 참관기
프란치스코 교황 "우리 형제를 아버지 손에 맡기자"
(바티칸=연합뉴스) 박수현 통신원 =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이 5일(현지시간)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을 가득 메운 5만여 추모객의 배웅을 받으며 먼 길을 떠났다.
이른 아침 성 베드로 광장 주변은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의 장례 미사에 참석하기 위한 인파로 북적거렸다.
광장 주변에는 이탈리아 경찰과 안내 요원이 배치됐고, 차량 통행이 전면 통제됐다.
연합뉴스는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인 유흥식 추기경의 배려로 가까이에서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 장례 미사를 참례할 수 있었다.
오전 7시부터 추모객의 소지품 검사를 시작으로 성 베드로 광장 입장이 시작됐다.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몇 분 지나지 않아 성 베드로 광장은 장례 미사에 참석한 신자들로 가득 찼다.
이날 바티칸은 근래 따듯했던 날씨와 달리 안개가 끼고 기온이 뚝 떨어져 찬 기운이 감돌았다.
장례 미사에 참석한 이탈리아 사상 첫 여성 총리인 조르자 멜로니는 추운 듯 연신 옷깃을 여몄다.
오전 8시 49분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의 관이 성 베드로 대성전 바깥으로 나와 성 베드로 광장 야외 제단 앞으로 운구됐다. 복음서가 관 위에 펼쳐졌다.
광장의 신자들은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의 관이 보이자 길고 우렁찬 박수를 보냈다.
전임 교황의 관이 성 베드로 광장 야외 제단 앞에 운구되자 곧바로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을 위해 묵주기도가 시작됐다. 이날 묵주기도는 고통의 신비 1단부터 5단까지 라틴어로 암송됐다.
세계 각지에서 온 신자들은 각자의 언어로 기도를 바쳤다. 눈물을 흘리는 신자들도 보였다.
오전 9시 20분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휠체어를 타고 나와 미사를 집전하는 제단으로 입장했다.
광장의 신자들이 조용히 일어나 교황의 입장을 지켜보는 가운데 성가대의 입당 성가와 함께 장례 미사가 시작됐다.
모든 의자마다 미사 책자가 배부됐고, 모든 이들이 책자를 들고 성가를 따라 불렀다.
미사는 차분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복음 구절인 "아버지, '제 영을 아버지 손에 맡깁니다.'"라는 루카 복음 구절을 인용하며 강론을 시작했다.
교황은 이 구절이 예수가 십자가 위에서 마지막으로 한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이 대가를 바라지 않는 사랑으로 주님과 교회의 백성을 위해 헌신했다며 "사랑하는 우리의 형제(베네딕토 16세)를 아버지 손에 맡기자"고 말했다.
무릎 질환으로 거동이 불편한 프란치스코 교황을 대신해 조반니 바티스타 레 수석 추기경이 성찬 전례를 이어갔다.
장례 미사가 끝날 무렵 레 수석 추기경은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의 관에 성수를 뿌리고 분향했다.
이후 성가대와 신자들이 모두 라틴어로 "자비로우신 하느님 아버지, 베드로의 후계자로 교회의 목자가 되게 하신 자비로운 전임 교황 베네딕토 16세를 당신 말씀의 용감한 설교자요, 하느님 신비의 충실한 봉사자로 삼으소서"를 부르는 가운데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의 관이 교황 수행원들의 어깨에 실려 다시 성 베드로 대성전으로 운구됐다.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의 관이 성 베드로 대성전으로 들어갈 때 조종이 울렸고, 신자들은 다시 한번 큰 박수로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의 마지막을 환송했다.
수많은 신자는 "즉시 성인으로!"(Santo subito)라고 외치며 전임 교황에게 경의를 바쳤다.
이날 장례 미사는 오전 9시 30분부터 약 1시간 30분 동안 거행됐다. 그전의 묵주 기도까지 포함하면 2시간을 넘겼다.
성 베드로 광장에서 만난 세계주교대의원회의(주교 시노드) 사무국장 나탈리 베카르 수녀는 "전 세계 가톨릭교회가 친교를 이루며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을 배웅하는 순간이었다"면서 전임 교황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렸다.
교황청 성직자부 김혜윤 수녀는 "가톨릭 신학계에 커다란 발자취를 남기신 분을 떠나보내는 역사적으로 중요한 순간이라고 생각한다"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교회를 위한 헌신적인 섬김이 무엇인지 몸소 보여주신 분"이라고 말했다.
미사가 끝날 무렵, 성 베드로 광장에는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을 감싸는 듯 따듯한 햇살이 비치기 시작했다.
celi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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