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김해란도 납득불가 "흥국생명에서 뛰는게 부끄러워…선수들도 알고 있었다" [인터뷰]

김영록 2023. 1. 5.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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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스포츠에서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김해란과 김연경은 "전혀 몰랐던 일", "우리에게 좋은 기회가 왔는데 안타까운 일이 생겨 당황스럽다. 어디까지 우리가 감당해야하나"라며 괴로워했다.

김연경은 "다음 감독님을 어떻게 신뢰할 수 있겠나. 회사 말 잘 듣는 분이 온다는 건데, 누굴 위한 경질인가. 이런 일이 있을 수가 있나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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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에 임한 김해란(왼쪽)과 김연경. 김영록 기자

[인천=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프로스포츠에서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배구계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김해란과 김연경조차 황당함과 속상함,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5일 인천 삼산체육관. 권순찬 전 감독이 경질된 뒤 첫 경기였다. 흥국생명은 풀세트 접전 끝에 GS칼텍스에게 승리를 거뒀다.

하지만 인터뷰실에 들어선 김해란과 김연경의 표정은 어두웠다. 이날 경기가 끝난 직후 이영수 감독대행마저 권 전 감독에 이어 사의를 표한 상황. 이 대행은 선수들에게도 말하지 않았다고 했다. 김해란과 김연경은 "전혀 몰랐던 일", "우리에게 좋은 기회가 왔는데 안타까운 일이 생겨 당황스럽다. 어디까지 우리가 감당해야하나"라며 괴로워했다.

김연경은 연초 장염을 앓아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그는 "오늘 경기도 뛸까 말까 했는데, 이슈가 이슈인 만큼 내가 안뛰면 많은 이야기가 나오니까(출전했다)"라고 했다.

지난달 29일 현대건설전 승리 이후 팀 분위기는 최고였다고. 김해란은 "하고자 하는 마음이 서로 같았다"고 했다. 김연경은 "새해 휴식도 잘 취하고, 이제 시합이다 생각하고 들어왔는데 그 얘기(권순찬 감독 경질)를 들었다"며 당시의 속내를 되새겼다. 김연경은 권 감독과 그날 당일 연락을 취했지만, 시간이 없어 깊은 이야기는 나누지 못했다고.

5일 인천 삼산체육관에서 배구 V리그 여자부 흥국생명과 GS칼텍스의 경기가 열렸다. 평소와 다름없이 몸을 풀고 있는 김연경. 인천=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3.01.05/

이날 경기에 앞서 기자회견에 나선 신용준 신임 흥국생명 단장은 "선수단과 잘 대화를 나눴고 지금 안정돼있다"고 주장했다. 또 감독 경질 사유에 대해서는 "김여일 전 단장과 권순찬 전 감독이 '선수 기용'이 아닌 '선수단 운영'에 대해 의견 대립이 심했고, 동반 사퇴로 가닥을 잡았다. 구단과는 무관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선수들의 이야기는 전혀 달랐다. 김연경은 "회사가 뭐라고 얘기하는지 모르겠지만, 경질 사유가 '로테이션 문제'라면 더 납득이 안된다. 지금 그 포메이션으로 좋은 성적을 내고 있고, 올시즌 4패밖에 하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권 감독의 경질 사유, 이후 선수단의 대처(보이콧 논의) 등에 대해서는 "기사에 난 그대로"라고 거듭 답했다. 김연경은 "다음 감독님을 어떻게 신뢰할 수 있겠나. 회사 말 잘 듣는 분이 온다는 건데, 누굴 위한 경질인가. 이런 일이 있을 수가 있나 싶다"고 했다.

전 단장의 '선수 기용' 개입에 대해 김해란은 "선수들도 알고 있었다. 그 때문에 마음상한 선수들이 있고, 저 또한 그랬다. 감독님께 직접 말씀드린 적도 있다"고 단언했다. 이어 "(타 팀 감독들이 말한)무시당하는 느낌, 그 말에 공감한다"고 덧붙였다.

인터뷰에 임한 김해란(왼쪽)과 김연경. 김영록 기자

김연경은 "사실이다. 공감하고 말고 할 게 없다. 원하는대로 하다가 진 경기도 있다"면서 "내가 이 팀에 소속되서 뛰고 있는데, 이런 일이 일어나는 자체가 부끄럽다. 나와있는 그대로가 사실"이라고 거들었다. 이어 "납득하기 어렵다. 이런 힘(을 가진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놀랍다. 배구인의 한사람으로서 안타깝다"고 강조했다.

이날 삼선체육관에는 3411명의 팬들이 찾았다. 홈팬들은 '팬들은 선수들을 지지한다'는 플래카드를 들고 선수들의 '행복배구'를 기원했다. 김연경도 팬들의 성원에 감사를 표했다.

"오늘 끝까지 힘내서 뛸 수 있었던 건 팬들의 응원 덕분이다. 항상 감사드린다. 앞으로 우리 팀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팬들이 우리를 싫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인천=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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