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취득세 감면받은 사회적 기업, 임대사업해 돈 챙겼다
정부는 사회적 기업에 대한 재정 지원과 관리 실태를 점검한 결과, 부당한 세금 감면과 지원금 잘못 지급 등 여러 부정 사례를 적발했다고 5일 밝혔다. 지방세 감면액 4억1000만원을 추징하고 지원금 1억3000만원을 환수하면서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한 제도 개선에도 나설 계획이다. 정부가 노동조합, 시민단체에 이어 세금이 투입된 사회적 기업의 투명성도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사회적 기업은 비영리 단체와 기업의 중간 형태로, 사회적 가치와 이익을 같이 추구하는 기업을 뜻한다.
국무조정실 산하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단장 박구연 국무1차장)’은 작년 4~11월 노동부, 행정안전부와 함께 최근 4년(2018~2021년) 동안 이뤄진 사회적 기업에 대한 재정·세제 지원 실태를 점검했다. 국무조정실은 “과태료 미부과 86건, 지방세 부당 감면 151건, 근로자 1006명에 대한 지원금 잘못 지급 등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에 따르면 2021년 12월 기준 3125개의 사회적 기업이 활동 중이고, 근로자는 6만1877명이다.
점검 결과 사회적 기업 활동에 쓰겠다며 부동산 취득세와 재산세를 감면받고서 실제로는 부동산을 임대하거나 남에게 넘긴 경우가 151건(감면액 4억1000만원)이나 됐다. 사회적 기업이 업무 관련 부동산을 구입하면 취득세(50%)와 재산세(25%)를 깎아주는데 이를 악용해 부동산 상승기 부당 이익을 챙긴 것이다. 지자체가 나서 지방세 감면액을 추징할 계획이지만 매입 부동산을 임대·양도해 얻은 이익은 환수가 어려울 전망이다.
또 사회적 기업이 근로자를 고용하면 정부가 사업주에게 최저임금과 사회보험료 등을 일정 비율로 지원하는데 근로자 1006명에 대한 지원금이 잘못 지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보조금 관련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계산 오류로 지원금을 과다 책정하거나 근로자가 다른 지원금과 중복 수급한 경우가 많았다.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다른 보조금 관련 시스템과 연계해 사회적 기업 통합정보시스템을 고도화하고 부정 수급을 원천 차단할 것”이라고 했다. 이 밖에 사회적 기업이 정부 시정 명령 등을 이행하지 않았는데도 과태료가 부과되지 않은 경우는 86건(1억2000만원)에 달했다. 법을 어기고도 과태료를 내지 않은 것이다. 앞서 감사원이 2021년 발표한 보고서에선 사회적 기업 175곳이 사업보고서를 제출하지 않고도 46억원의 재정지원을 받아 논란이 됐다.
문재인 정부는 대선 공약인 ‘사회적 경제 활성화’를 국정 과제로 선정해 각종 정책을 추진해왔다. 지원 예산 규모가 2020년 기준 1638억8400만원에 달했다. 이 기간 정부 인증을 받은 사회적 기업은 꾸준히 증가했지만, 사업성이 떨어져 폐업하거나 지자체·공공기관 지원으로 연명하는 조직도 늘어 일자리 창출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취약 계층 고용, 사회문제 해결이라는 사회적 기업 취지에 정부도 공감한다”면서도 “지원금 부정 수령 등은 국가 재정 누수를 초래하는 것이기 때문에 제도를 개선하고 민간 일자리 창출과 사회 서비스 제공 확대를 도모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국정현안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며 노조의 채용 강요와 금품 요구 등 건설 현장의 불법 행위에 대해 “강력한 실천 의지와 법의 원칙에 따른 실행만이 성과를 낼 수 있다”며 “고질적 병폐를 이번에야말로 일소할 수 있도록 하라”고 했다. 또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전세 사기에 대해 “서민 삶 기반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임대인 납세 정보 공유 등 안전장치를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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