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김해란 충격 폭로 “윗선 개입 때문에 진 경기 있었다”

이준희 2023. 1. 5.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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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생명 베테랑 김연경(35)과 김해란(39)이 단장급 이상에서 선수 기용에 대해 개입을 했고, 윗선이 원하는 대로 경기를 하다가 패배한 적도 여러 번 있다고 밝혔다.

이는 이날 경기 전 "선수 기용 개입은 없었다"고 밝힌 신용준 흥국생명 신임 단장 입장과 정반대 주장이다.

김연경은 "그렇게 경기를 몇 번 (윗선에서) 원하는 대로 하다가 경기를 진 경우도 있었다. 이야기하는 게 부끄럽다. 이 팀에 소속해서 하고 있는데, 이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것 자체가 부끄럽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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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생명 김연경이 5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 V리그 여자부 지에스칼텍스와 경기 도중 동료들을 격려하고 있다. 연합뉴스

흥국생명 베테랑 김연경(35)과 김해란(39)이 단장급 이상에서 선수 기용에 대해 개입을 했고, 윗선이 원하는 대로 경기를 하다가 패배한 적도 여러 번 있다고 밝혔다. 두 선수는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게 부끄럽다”라며 “다시는 이런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

김연경과 김해란은 5일 인천 삼산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 V리그 여자부 지에스(GS)칼텍스와 경기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그간의 심경을 밝혔다. 흥국생명은 지난 2일 갑작스럽게 김여일 단장과 권순찬 감독을 경질했다. 이후 감독대행을 맡았던 이영수 수석코치마저 이날 경기 뒤 사임하며 선수들은 더욱 혼란에 빠진 모습이었다.

특히 두 선수는 김여일 전 단장이 선수 기용에 개입한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는 이날 경기 전 “선수 기용 개입은 없었다”고 밝힌 신용준 흥국생명 신임 단장 입장과 정반대 주장이다. 김해란은 “(선수 기용 개입에 대해) 저는 느꼈다. 선수들도 알고는 있었다. 마음 상한 선수들도 있었고, 저 또한 그랬다”고 했다. 김연경도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김연경은 윗선 개입으로 경기를 패배한 적도 있다고 고백했다. 김연경은 “그렇게 경기를 몇 번 (윗선에서) 원하는 대로 하다가 경기를 진 경우도 있었다. 이야기하는 게 부끄럽다. 이 팀에 소속해서 하고 있는데, 이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것 자체가 부끄럽다”고 했다. 김연경은 이런 패배가 “이번 시즌에도 있었다”고 했다. 흥국생명은 이번 시즌 15승4패로 2위를 달리고 있다. 1위 현대건설과 승점 단 4점 차이다.

감독 경질에 대한 아쉬움도 짙게 묻어났다. 김연경은 “선두랑 차이가 크게 안 나서 이제 기회가 오고, 상대는 기회에서 벗어나고 있었다. 아시다시피 (현대건설은) 외국인 선수가 못 뛰는 상황이기 때문에 좋은 기회였다. 그 타이밍에 안타까운 일들이 자꾸 생겨서 너무 아쉽고 선수로서는 진짜 당황스럽다”고 했다. 그는 또 “많이 힘든 와중에 준비했다. 경기 결과가 좋아서 잘 되긴 했는데, 이영수 코치님까지 (사임하는 거로) 얘기가 돼서 사실 어디까지 감당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고 복잡하다”고 했다.

김연경은 “경기를 운영하다 보면 맞는 부분도 있고 안 맞는 부분도 있다. 포지션이나 포메이션에 정답이 있는 건 아니다. 그런 문제로 경질했다면 더욱 납득이 안 된다. 그 포지션으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었다”고 했다. 그는 또 “이런 식이면 모든 감독님이 경질될 수 있는 것 아니냐. 이러면 얘기를 안 듣는 감독이 어디 있겠느냐. 회사, 팬들, 선수 얘기 다 듣고 (그렇게 하라는 건가).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연초에 장염 증세를 겪은 김연경은 이날 팀을 위해 경기에 뛰기도 했다. 김연경은 “아파서 훈련을 못 했기 때문에 오늘 경기 뛸지 안 뛸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그래도 이슈가 이슈인 만큼 제가 안 뛰면 많은 이야기가 나오고, 지금까지 고생했으니까 동료들과 같이 고생한 선수들이 있는데 목표가 어느 정도 가까워진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아쉬움이 남으면 안 될 거 같아서 같이 힘내서 했다”고 전했다.

흥국생명은 이영수 수석코치마저 사임하며 다시 한 번 ‘대행의 대행’을 구해야 한다. 일단 신임 감독을 빠르게 물색한다는 계획이지만 선수들은 이에 대해서도 불신을 드러냈다. 김연경은 “다음 감독님이 오신다고 해도 신뢰할 수 없다. 회사에서 원하는 감독님은 회사 말 잘 듣는 감독님을 선호하는 거랑 다름없지 않으냐. 누구를 위해서 선임하고 누구를 위해서 경질이 됐는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인천/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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