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으로 설날 손주 용돈 주려면 열심히 배워야죠”
기초반 첫 수업 60~70대 16명 참여
카톡 등 각종 기능 익히기 ‘학구열’
“앞으로 은행 일 보고 게임 즐길 것”
은행들, 고령층 지원 강화 앞다퉈
“스마트폰 화면에 삭제를 누르고 휴지통에 보내면 30일 후에 완전히 삭제되는데, 그 옆에 달린 버튼 하나 더 있었죠. 거기서 삭제를 누르면 그럼 즉시 완전삭제하는 거예요. 그럼 다른 것들을 설치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기겠죠?”
지난 3일 서울 은평구 역촌노인복지관 ‘WOORI(우리) 어르신 IT 행복배움터’에서는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스마트폰 일상생활 기초반’ 첫 수업이 열렸다. 새 학기 개강 날 교실에는 60~70대 어르신 16명이 열띤 학구열 속에서 스마트폰 활용 강의를 듣고 있었다.
이날 수업의 첫번째 과제는 ‘휴지통에서 파일을 지우기’였다. 강사 진영숙씨(49)는 수강생들 사이를 누비면서 스마트폰에서 파일을 삭제하는 방법을 단계별로 설명했다. 진씨는 “스마트폰을 처음 배우는 어르신들께는 불필요한 애플리케이션 삭제 방법부터 가르쳐드린다. 지울 줄 모르다보니 용량 문제가 잦아 휴지통에 들어가 영구 삭제하는 방법을 알려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수강생 최의자씨(75)는 “할아버지랑 할머니(부부끼리)만 사니까 내가 배워야겠구나 싶어서 나왔다”며 “앞으로 활용반에 넘어가서 스마트폰 여러 기능을 배우고 싶다”고 했다.
수강생들은 은행 업무를 스마트폰으로 처리할 수 있는 모바일뱅킹 이용 방법에도 관심이 많았다. 이날 수업의 막바지에 우리은행의 모바일앱 ‘우리WON뱅킹’을 설치하고 사용하는 방법을 배웠다.
허영숙씨(78)는 “여기서 예금하고 돈 찾고 게임하는 방법도 배워서 여가에 활용하니 정서도 안정되고 치매예방에도 좋다”며 “여기서 배워서 손자들 용돈도 모바일 뱅킹으로 줘볼까 한다”고 말했다. 이유순씨(71)는 “오길 잘한 것 같다”면서 “평소 텔레뱅킹 정도만 할 줄 알았는데 앞으론 휴대폰으로도 은행일을 볼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업권이 영업 기반을 디지털로 전환하면서 영업점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6년 2분기 전국 5200여곳이 넘던 은행 영업점은 지난해 2분기 4056곳까지 줄었다. 6년 만에 25%가량 감소했다.
디지털 환경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된 고령층은 오프라인 영업점 이용률이 높다. 이 때문에 영업점이 줄어들면 금융접근성도 떨어지게 된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노년층은 온라인 거래를 하다가 문제가 발생할 경우 즉시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에 오프라인이 공존하면서 대안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19일 서울 은평구 역촌노인복지관에 ‘WOORI 어르신 IT 행복배움터’ 1호점을 열었다. 이곳에서는 키오스크나 모바일뱅킹 등 스마트 기기 활용법을 배울 수 있다. KB국민은행은 서울시 5개 자치구에 ‘KB 시니어 라운지’라는 차량을 보내 이동식 영업점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신한은행도 지난해 7월부터 영업점 내에 별도 데스크를 마련해 고령층에게 모바일뱅킹 이용법을 안내하는 ‘디지털금융 老老(노노) 케어’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허준수 숭실대 교수는 “연령별 디지털 정보화 수준을 비교해보면 일반 국민을 100으로 했을 때 70대는 46까지 떨어진다”며 “사회통합에 디지털 격차도 장애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정부가 노인 정보격차 수준을 상시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 권정혁 기자 kjh05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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