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낙 英총리 “수학 의무교육 高3까지 연장...미래 직업에 필수”

백수진 기자 2023. 1. 5.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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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현지 시각) 리시 수낙 영국 총리가 신년 연설을 하고 있다. 그는 수학 의무 교육을 2년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AP 연합뉴스

리시 수낙 영국 총리가 4일(현지 시각) 영국 학생들의 ‘수학 의무 교육’ 기한을 현행 만 16세에서 만 18세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우리로 따지면 고등학교 3학년생까지 수학을 의무교육에 넣어 가르치겠다는 것이다. 수낙 총리는 이날 신년 연설을 통해 “어디에서든 데이터를 활용하고 통계가 모든 직업의 기반이 되는 세상에서, 우리 아이들이 수학 능력을 갖추지 못하고 사회에 진출한다면 좌절하고 말 것”이라며 그같이 말했다.

수낙 총리는 수학 교육이 국가의 장래와 개인의 미래를 위해 대단히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내 인생의 모든 기회는 내가 운 좋게 받은 교육에서 시작됐다”면서 “내가 정치에 뛰어든 가장 큰 이유는 모든 학생에게 최고의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서였다”고 교육 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나는 수리 능력을 교육의 핵심 목표로 삼고 있다”면서 “수학은 최적의 주택담보 대출과 예·적금을 찾을 수 있는 기술은 물론, 더 많은 월급을 받을 수 있는 능력과 변화하는 세상을 헤쳐나갈 수 있는 자신감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영국에서는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12~13학년(만 17~18세)은 3~4과목만 선택해 공부한다. 이 때문에 어려운 수학을 배우지 않는 학생이 많다. 신년사에 앞서 총리실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영국 학생 16~19세 중 절반이 수학을 배우지 않고 있으며, 특히 저소득층 학생의 60%는 16세에도 기초 수학 능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통계에 19세가 포함된 것은 이미 대학에 진학한 학생 중에서 자신의 고등학교 수학 성적을 올리기 위해 공부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영국 성인 약 800만명은 초등학생 수준의 계산 능력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8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79국의 만 15세 학생 71만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결과, 영국 학생의 수학 점수는 502점으로 중국(591점), 일본(527점), 한국(526점) 등에 밀려 17위에 그쳤다.

하지만 영국의 상위권 학생 중에는 대학 진학 때 수학과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수학을 전공한 사람은 영국이 국제적으로 가장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자부하고, 연봉 수준도 높은 금융 분야 등으로 취직이 잘되기 때문이다.

영국 정부는 의무교육 기한을 늘리되 수학을 대학 입학시험에서 필수 과목으로 지정하지는 않을 방침이다. 총리실은 “수학 자격증이나 기술 교육 과정 등을 통해 수학을 가르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면서 “이번 의회에서 수학 의무 교육 연장안을 추진하기 시작해, 총선 이후 다음 의회에서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영국 총선은 오는 2025년 1월 이전에 치러질 예정이다.

수낙 총리의 야심 찬 계획은 현장 교사 부족이라는 현실에 막혀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교육 현장에서는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제프 바튼 대학지도자연합회 사무총장은 “수학 교사가 심각하게 부족한 현 상황을 고려할 때 총리의 계획은 실현되기 어렵다”고 했다. 지난 2021년 기준 영국 공립학교의 수학 교사는 3만5771명으로 영어 교사(3만9000명), 과학 교사(4만5000명)보다 적었다. 영국 국립교육연구재단 설문조사에 따르면, 영국 중·고등학교의 45%가 “(수학 교사 부족으로 인해) 비전공 교사가 수학 수업을 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고교교육보다는 초등교육이나 유아 보육에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무니라 윌슨 자유민주당 교육담당 대변인은 “16세가 되기 훨씬 이전부터 너무나 많은 학생이 수학 과목에서 뒤처진다”고 했다. 영국 하원 의회 교육위원장인 로빈 워커 보수당 의원도 BBC라디오에 출연해 “16세 이후의 수학 교육도 중요하지만, 보육 문제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면서 “성장 초기에 아이들이 배움에 대한 흥미를 느끼지 못하면, 학교에 적응할 기회를 놓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영국뿐 아니라 전 세계 곳곳에서 코로나 유행 이후 학생들의 수학 능력 하락으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미국에서도 학업성취도평가(NAEP) 결과, 한국의 중학교 2학년에 해당하는 8학년 수학 점수가 2019년 282점에서 지난해 274점으로 8점 떨어졌다. NAEP 32년 역사상 가장 큰 하락 폭이었다. 헤더 힐 하버드대 교육대학원 교수는 “코로나 유행으로 인한 원격 수업이 수학 점수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면서 “언어는 가정이나 일상생활에서도 익힐 수 있는 반면, 대다수 학생에게 수학을 배울 수 있는 곳은 학교뿐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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