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잡 벗고 긴머리 휘날린 '이란 여배우'···3주만에 풀려났다

타라네 알리두스티. 로이터 연합뉴스

[서울경제]

‘히잡 시위’를 지지하고 시위대에 대한 당국의 사형 집행을 강도 높게 비판해 구금됐던 이란의 유명 배우 타라네 알리두스티(38)가 보석으로 3주 만에 석방됐다.

4일(현지시간) 현지 ISNA 통신에 따르면 알리두스티의 변호인 자흐라 미누이는 “나의 의뢰인(알리두스티)은 오늘 보석으로 풀려났다”고 밝혔다.

해당 소식을 접한 칸국제영화제는 공식 트위터 계정을 통해 “이란인 배우 알리두스티가 구금 3주 만에 석방된 것은 매우 다행스럽고 기쁜 일”이라면서 “계속해서 (이란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밝혔다.

알리두스티는 2017년 아카데미상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아쉬가르 파르하디 감독의 ‘세일즈맨’에서 주인공을 맡아 출연했다. 또 지난해 칸 영화제에서 극찬을 받은 사이드 루스타이 감독의 '레일라의 형제들'에 출연하며 최근까지 활발한 작품 활동을 펼쳐왔다.

앞서 알리두스티는 지난 9월부터 석 달 넘게 이어진 ‘히잡 시위’를 지지하며 정부를 비판하다 허위 정보를 게시하고 사회 혼란을 조장한 혐의로 지난해 12월 17일 당국에 체포됐다.

알리두스티는 엄격한 이슬람 국가인 이란에서 예전부터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높여온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2016년 칸 영화제 수상을 기념하는 기자회견에서 팔꿈치 안쪽에 페미니즘 지지를 상징하는 문신을 새긴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란 내 보수층의 비난을 받았다.

아울러 반정부 시위가 본격화되면서 지난해 11월에는 인스타그램에 히잡을 벗은 채 긴 머리를 늘어뜨린 자신의 사진을 게시하며 ‘히잡 의문사’로 촉발된 반정부 시위 연대 입장을 밝혔다. 알리두스티는 해당 사진에서 쿠르드어로 ‘여성, 삶, 자유’라고 적힌 종이를 들어 보이기도 했다.

이란의 유명 배우 타라네 알리두스티(38)가 4일(현지시간) 석방된 후 테헤란 에빈교도소 앞에서 지인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테헤란을 비롯한 이란 주요 도시에서는 지난해 9월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가 체포된 마흐사 아미니가 3일 만에 경찰서에서 의문사한 사실을 알려진 뒤 4개월째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또 알리두스티는 시위 참가자 모센 셰카리(23)의 사형이 집행됐던 지난해 12월 8일에는 인스타그램에 “당신의 침묵은 억압과 독재에 대해 지지를 의미한다”며 시위 참여를 호소했다. 그러면서 “이란 정부의 이런 잔혹한 사형 집행에 국제단체들이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인류의 수치”라고 거듭 날을 세웠다. 현재 알리두스티의 인스타그램 계정은 폐쇄된 상태다.

지난 9월 25일 반정부 시위에 참여한 모센 셰카리는 테헤란의 한 도로를 점거하고 보안군에게 흉기를 휘둘러 다치게 한 죄로 사형을 선고받아 형이 집행된 바 있다. 이는 이란 정부가 반정부 시위대 관련자에게 시행한 첫 사형 집행이었다.

강사라 인턴기자 sar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