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극우, 미국 의회를 마비시키다
연방정부 축소·국경 이민 차단 등 주장하는 ‘프리덤 코커스’
‘친트럼프’지만 트럼프의 ‘매카시 지지’ 호소에도 부결 강행
118대 하원, 출범 첫 주부터 헛돌아…바이든 “부끄러운 일”
미국 하원이 제118대 회기 이틀째인 4일(현지시간)에도 의장을 확정하지 못했다. 하원 다수당인 공화당의 극우 강경파 모임 ‘프리덤 코커스’가 주도한 반란표로 인해 초유의 하원의장 공백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이날 세 차례 실시된 하원의장 선출 투표에서도 과반(218표)을 획득한 후보는 나오지 않았다. 4·5·6차 호명 투표에서 공화당 케빈 매카시 원내대표는 201표, 민주당 하킴 제프리스 원내대표는 212표를 얻었다. 강경파가 추천한 재선의 바이런 도널스 의원(플로리다)은 20표를 얻었다. 매카시 원내대표는 전날에 이어 여섯 차례 투표에서 내리 고배를 마신 셈이 됐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날 오전 “케빈 매카시는 업무를 잘해낼 것”이라며 지원사격에 나섰음에도 강경파 20명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매카시 원내대표는 1~3차에서 자신을 지지한 빅토리아 스파츠 의원(인디애나)이 ‘재석’을 외치고 지지를 철회하면서 3차(202표) 때보다 득표가 줄었다.
결국 하원은 이날 저녁 표결로 정회를 결정했다. 하원은 5일 의장 선출 절차를 재개한다. 매카시 원내대표는 취재진에게 “오늘 밤 투표한다고 해서 달라질 것 같지 않다”며 “하지만 다음에 있을 투표에서는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매카시 측과 강경파 사이의 물밑 협상에서 일부 진전도 보이고 있다고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전했다.
100년 만에 치러진 재투표에도 하원의장 선출이 표류하고 있는 까닭은 공화당 초강경파로 구성된 프리덤 코커스의 위세 때문이다. 반란표를 행사한 20명 가운데 19명이 이 모임에 적을 두고 있다. 2·3차 투표에서 의장 후보로 추천된 짐 조던 의원(오하이오)이 창시자다. 2015년 결성된 프리덤 코커스는 공화당 강경파 ‘티파티’ 진영을 주축으로 ‘작은 정부’를 목표로 내걸었다. 연방정부 재정적자 금지, 연방 공무원 해고 및 임금 삭감을 위한 의회 권한 강화, 멕시코 국경 이민 차단, 국세청 해체 등을 주장하고 있다. 이민·임신중단·성소수자 문제에서도 극단적인 극우 성향을 띤다.
트럼프 행정부 이후에는 정책·이념 지향성보다는 ‘트럼프 충성파’로 결집하는 양상을 보였다. 반란파 20명 중 17명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를 받았다. 2021년 1월 대선 결과 인증 당시 현역이던 15명 중 14명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패배를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엔 매카시 원내대표에 투표해달라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호소도 반란표를 돌려세우지는 못했다.
프리덤 코커스는 “의회는 미국인이 아닌 워싱턴을 위해 일하고 있다”며 워싱턴 주류 정치권에 노골적인 반감을 가지고 있다. 지난해 7월 발표한 일종의 행동 강령에서는 공화당 지도부가 민주당과의 합의(딜)를 통해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소속 의원 명단을 공표하지는 않지만 모임에는 약 35명이 속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화당 하원 의원의 15%에 불과하지만 간신히 다수당이 된 공화당 내에서 이들은 막강한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다. 2015년에도 공화당 소속 존 베이너 하원의장의 사퇴, 그리고 후임 폴 라이언 하원의장의 당선을 이끌어내면서 ‘킹메이커’ 역할을 과시했다. 당시 베이너 의장 후임을 노리던 2인자 매카시 원내대표는 프리덤 코커스의 반대에 부딪혀 출마조차 하지 못했다.
하원 지도부 부재 탓에 하원은 출범 첫 주부터 교착 상태에 빠졌다. 매카시 원내대표의 정치력도 큰 타격을 입었다. 뉴욕타임스는 매카시 측이 경륜 있는 정치인들이 금과옥조로 여기는 ‘통과를 확신할 수 없거나 플랜B가 없다면 표결에 나서지 말라’는 원칙을 무시했다고 꼬집었다. 워싱턴포스트는 “공화당의 아킬레스건은 권력을 잡았을 때 ‘통치 불능’에 빠진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와 함께 켄터키주를 방문해 올해 첫 외부 일정을 소화한 조 바이든 대통령은 하원의장 선출 실패에 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는데 부끄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백악관 내부에선 공화당 분열 사태를 관망하면서도 지금처럼 극우 강경파가 의회에서 득세하는 상황을 우려하는 분위기라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테드 류 하원 민주당 의원총회 부의장은 “연방 정부의 한 축이 기능하지 않는 상황을 방치할 수는 없다”며 “의장이 누가 됐든 공화당은 단합해야 하고,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민주당이 나서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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