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항 3년간 승객 ‘0명’…여객선사도 보따리상도 ‘울상’
선사들, 운송 수입 끊겨 150억원 적자에 심각한 경영난
3000여 소무역상인은 일자리 잃고 상당수 생활고 극심
지난 4일 찾은 경기 평택항 국제여객터미널은 텅 비어 있었다. 3년 전인 2020년 1월 중국 정부의 탑승 금지 조치로 여객선 운항이 전면 중단됐던 모습 그대로였다. 1층 출국장은 빈 의자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고, 매표 창구를 포함해 사무실·관광안내소·편의점도 모두 운영을 중단한 상태였다. 2층에 있는 한·중 여객선사 사무실들도 문을 닫았거나 상주 직원 1~2명이 사무실을 지키고 있었다.
“1년, 2년도 아니고 장장 3년입니다. 바닷길은 여전히 열릴 기미가 보이지 않네요.”
여객선사들은 더 이상 버틸 여력이 없다고 하소연한다. 선사들은 여객 운송 수입이 완전히 끊기면서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일부는 연간 50억원씩 모두 150억원의 적자를 봤다. 이런 현상이 3년간 이어지자 파산 위기에 내몰린 곳도 있다. 구조조정, 직원 휴직, 경비 절감 등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지만 상황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과 최단거리에 위치한 평택항 국제여객터미널에는 평택항~중국을 오가는 5개 노선(위해·연태·일조·연운항·영성)을 운항하는 여객선사 5개가 있다. 이곳을 이용하면 항공 운임의 30% 수준으로 싼 값에 중국을 오갈 수 있다.
2018~2019년 2년간 모두 107만5000여명이 이용했는데 90% 이상이 중국인 단체 여행객이나 보따리상이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3년 전인 2020년 1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탑승 금지 조치를 하면서 운항이 전면 중단된 이후 현재까지 사실상 폐쇄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A선사 이모 지사장은 “지난 3년간 단 한 명의 승객을 태우지 못하고 있다”며 “메르스나 사스 때처럼 시간이 좀 지나면 상황이 나아질 줄 알았는데 이렇게 오래 갈 줄은 몰랐다”면서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B선사의 한 직원은 “함께 일하던 직원들이 뿔뿔이 흩어진 후 연락도 잘 안 된다”며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대리운전·배달 등 직종을 바꿔 생활하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소무역상인 보따리상들은 상당수가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 평택항소무역연합회에 따르면 평택항을 이용하는 보따리상은 모두 3000여명(중국인 포함)으로 평균 연령이 65세로 고령화돼 있다.
이들 대부분은 기초생활수급 대상자로 폐지 수거 등을 하며 어렵게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김모씨(75)는 “하루 종일 폐지를 주어도 5000원을 손에 쥐기가 어렵다”며 “생활비는 고사하고 아파도 약 사먹을 돈이 없어 참고 지낸다”고 말했다.
이성수 평택항소무역연합회장은 “일자리를 잃은 소무역상들이 복지 사각지대에서 방치되면서 생계마저 위협받고 있다”며 “바닷길이 언제 열릴지 모르는 상황에서 공공근로 일자리 제공 등 최소한의 생계 지원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평택시 관계자는 “여객선사에 대해 입·출항 관련 비용이나 세금, 임대료 등을 감면해주고 있고, 향후 바닷길이 열려도 이런 지원은 계속할 계획”이라며 “일부 소무역상의 경우 생계가 어려워 지원책이 시급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이들을 지원할 관련 조례와 근거가 없어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 최인진 기자 ijcho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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