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순 여행 경비·농민 부부의 정성…모아모아 작년 ‘6억원’
100만원 이상 기부자 208명
전남 신안군 자은면에서 농사를 짓는 박상복 할아버지(71)는 지난해 7월 ‘신안군장학재단’에 1000만원을 맡겼다. ‘칠순’을 기념해 가족과 함께 여행을 다녀오기 위해 모아온 돈이었다.
코로나19 대유행이 이어지면서 여행이 쉽지 않자 박 할아버지는 “무의미하게 돈을 쓰는 것보다 값지고 의미 있게 쓰자”며 기부를 결심했다고 한다. 박 할아버지는 80세가 되기 전까지는 매년 100만원, 80세 이후에는 매년 150만원씩을 장학재단에 추가 기부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신안군장학재단이 지난해 재단 출범 이후 역대 최대 금액을 모금했다. 장학재단은 “2022년 한 해 동안 장학금 6억300만원을 기탁받았다”고 밝혔다. 박 할아버지를 포함해 지역 기업 등 개인 110명과 단체가 재단에 기부금을 냈다.
이 같은 모금액은 장학재단이 출범한 이후 가장 많은 금액이다. 장학재단은 2008년 60억원의 출연금으로 설립됐다. 이후 주민들의 기부가 이어지면서 기탁금이 매년 늘고 있다. 2020년에는 5억300만원, 2021년에는 5억2300만원이 모였다. 출범 이후 302명이 낸 기부금만 총 30억5000만원에 달한다.
증도에 사는 박형기·최연아씨 부부도 최근 장학재단에 3000만원을 맡겼다. 박씨는 2011년에도 500만원을 기탁했다. 팔금면에 사는 이상배·이인숙씨 부부는 1000만원을 장학기금으로 내놨다.
장학재단은 100만원 이상을 기부한 주민들의 이름을 신안군 청사 입구 ‘명예의 전당’에 새기고 있는데 현재 208명의 이름이 적혔다. 이씨 부부는 “‘명예의 전당’을 보며 지역인재 육성에 대한 이웃들의 열망을 느꼈고 일조하고 싶은 마음에 기탁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혜택을 받는 학생들도 많아지고 있다. 지난해 신안지역 초·중·고·대학생 총 456명이 장학금을 받았다. 올해는 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 군 거주기간을 기존 1년에서 6개월로 단축하기로 했다. 작은 섬에 사는 학생들을 위한 ‘낙도장학금’도 신설했다.
박우량 신안군장학재단 이사장(신안군수)은 “경제적 어려움으로 모금이 줄어들까 걱정했지만 많은 주민들의 인재 육성을 향한 바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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