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째 버스로 40분 통학…안동 강남동 주민들 “중학교 좀…”[현장에서]
최소 6000가구 있어야 신설
강북서 ‘재배치’ 고민하지만
교육부 심사 통과 쉽지 않아
지난달 말 오전 8시10분 경북 안동 강남초등학교 인근. 한 중학생이 아파트 단지 앞에서 손님을 기다리는 택시를 향해 소리쳤다.
“아저씨 길주중이요!”
길주중학교는 이곳에서 가장 가까운 중학교다. 버스로 25분이 걸린다. 400여가구 5개 아파트 단지가 모여 있는 이곳에 정차하는 버스의 배차간격은 14~22분이다. 이를 고려하면 등교 시간은 최대 39분이 걸리는 셈이다.
강남동은 강남초를 중심으로 4329가구가 살고 있다. 인구수는 지난달 기준 1만612명. 강남초(전교생 799명)에서 매년 140~150명이 졸업하지만 이들이 갈 수 있는 중학교는 없다. 중학교에 진학한 학생들은 가깝게는 길주중으로, 멀게는 7㎞ 떨어진 경안중으로 통학하고 있다. 경안중은 버스로 40분이 걸린다.
‘강남동 중학교 신설’은 이곳 주민들의 숙원사업이지만 6년째 제자리걸음이다. 인근 강북지역에만 중학교 7곳이 몰려 있어 교육불균형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중학교 신설이 필요하지만 저출생과 강북지역 주민 반대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한 탓이다.
경북도교육청은 40년 이상 노후한 학교 건물에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스마트교실 등을 설치하는 ‘그린스마트스쿨 사업’을 진행하는 강북지역 학교를 강남동으로 이전 배치하는 세부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안동 시내에 있는 한 학교를 강남동으로 재배치한다는 계획이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강남동 중학교 신설을 위해서는 최소 6000~9000가구가 거주해야 한다”며 “(중학교) 신설 및 이전이 불가능해 해당 사업을 통해 학교 재배치를 검토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학교 재배치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40년 이상 노후한 학교라도 급식소나 체육관 등 일부 건물은 40년이 넘지 않은 경우가 많아서다. 이들 건물에 대한 이전 및 철거 비용은 국비 지원이 불가능하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40년 이상 된 건물 외 시설을 어떻게 이전할지는 교육부와 협의가 필요하다”며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의 중앙투자심사(중투심) 문턱도 넘기 쉽지 않다. 교육부는 총사업비(100억원 이상·300억원 이상)를 기준으로 사업의 타당성과 효율성 등을 심사한다.
안동지역 학교 이전은 최소 18학급, 468명(학년별 156명) 규모여야 한다. 강남초 졸업생(140~150명) 규모는 턱걸이다. 내년부터 강남초 1학년 입학생이 100명 밑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 문제다. 교육부 관계자는 “일정 규모의 학생 수를 유지할 수 없는 상황에서 중투심을 통과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남동으로 학교 이전을 반대하는 기존 학교 주민과 동창회 등을 설득하기도 쉽지 않다. 임종식 경북교육감은 지난해 3월 도정질의에서 “학교 이전의 법적 제약은 해결할 방법을 찾겠지만 주민과 공동체의 수용성은 쉬운 문제가 아니다”라며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한 바 있다.
강남동 주민들은 2015년 ‘강남중학교 추진위원회’를 발족했다. 한 주민이 승용차를 이용해 아이를 등교시킨 뒤 돌아오는 길에 등교하던 다른 학생을 치어 숨지게 한 사건이 계기가 됐다. 이후 강남초 학생 400여명이 당시 박근혜 대통령에게 중학교 설립 염원을 담은 손편지를 쓰기도 했다.
글·사진 김현수 기자 kh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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