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지사-교육감 러닝메이트로…“정치에 줄 세울라” 우려
유권자 무관심 ‘로또 선거’ 비판에 후보 난립 ‘비용 논란’도
시·도지사가 교육감 임명하는 셈…일각 “선거 방식 바꿔야”
‘로또 선거’라는 비판을 받는 현행 교육감 직선제의 대안으로 교육부가 ‘시·도지사-교육감 러닝메이트제’ 도입을 추진한다. 유·초·중·고 교육을 책임지는 교육감을 시민들이 직접 뽑기 시작한 지 20년도 안 돼 직선제가 폐지될 수 있다. 정당에 소속된 시·도지사가 사실상 교육감을 임명하는 러닝메이트제가 시행되면 교육이 정치에 예속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교육부는 5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2023년 주요업무 추진계획을 보고하면서 “시·도지사-교육감 러닝메이트제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러닝메이트제 도입을 위한 지방교육자치법 및 공직선거법 개정은 교육자유특구법 제정, 고등교육법·사립학교법 개정과 함께 교육부의 ‘4대 교육개혁 입법과제’에 포함됐다. 교육부가 앞으로 러닝메이트제 도입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한다는 뜻이다.
러닝메이트제 도입 논의는 윤 대통령이 지난달 15일 국정과제 점검회의에서 “시·도지사와 교육감이 러닝메이트로 출마하면 지방시대, 지방균형발전에 훨씬 도움이 되지 않겠나”라고 발언하며 급물살을 탔다. 교육부도 지난달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 정치관계법개선소위원회에서 러닝메이트제 도입을 골자로 한 지방교육자치법 개정안에 대해 찬성 의견을 냈다.
시·도교육감은 과거에 대통령이 임명했다. 1991년부터 학교운영위원 선거인단을 통한 간선제로 선출됐고 2007년 부산시교육감 선거를 시작으로 직선제가 도입됐다. 직선제로 진보 성향 시·도교육감들이 상당수 당선되면서 무상급식과 혁신학교 등 교육정책들이 성공적으로 현장에 정착하기도 했다.
교육감 선거는 유권자의 무관심 속 ‘(아무나 찍는) 로또 선거’라는 비판도 받았다. 교육감 후보들은 정당 공천을 받지 않아 후보나 공약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진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해 실시한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유권자 의식조사에 따르면 유권자 1520명 중 교육감 선거에 “관심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43.1%로 광역단체장(74.1%)·기초단체장(71.3%)은 물론 지방의원(53.1%)보다도 낮았다. 선거비용이 과다하게 들어간다는 문제도 있다. 선관위가 지난해 7월 공개한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선거비용 지출 내역을 보면 교육감 후보자 1명이 쓴 평균 선거비용은 약 10억8300만원으로 시·도지사 후보 1인당 평균 선거비용(약 9억800만원)보다 많다.
교육감 러닝메이트제가 도입되면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정당의 공천을 받고 당선된 시·도지사가 선거 전 러닝메이트로 고른 인물이 자동으로 교육감이 되기 때문이다. 김성천 한국교원대 교수는 “시·도지사는 결국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교육이 정치에 예속될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며 “지금의 선거 방식을 개선할 문제이지 직선제를 폐지할 사항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전국 시·도교육감의 의견은 엇갈린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지난 4일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장 자격으로 낸 신년사를 통해 “러닝메이트제는 정당과 정치권에 줄서기를 조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강은희 대구시교육감,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등은 긍정적이다. 강 교육감은 지난 3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시도교육감협의회 내의 분위기는 대부분 찬성하지 않는 상황이지만 개인적으로 일정 부분 필요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나연 기자 ny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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