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마리나베이’ 서울 혁신구역 조성
서울 용적률 1300% 개발 등 규제 푼 ‘도시혁신구역’ 도입
주거·공원 ‘한 건물 다용도’…용산 정비창 첫 수혜지 유력
앞으로 서울 도심에 싱가포르 ‘마리나원’과 같은 용적률 1300%의 초고밀 복합개발단지 조성이 가능해진다. 거주시설과 상업시설, 체육시설, 공원이 한 건물 안에 조성되는 복합건물도 들어설 수 있게 된다.
국토교통부는 이 같은 내용의 ‘도시계획 혁신방안’을 5일 내놓았다. 주거·상업·공업 등 토지의 용도와 밀도(용적률·건폐율)를 엄격하게 구분해온 기존 도시계획 체계에서 벗어나 고밀·복합개발을 할 수 있는 기본틀을 새로 마련한다는 것이다. 즉 학교용도 부지에는 학교만 들어가고, 주거용도 지역에는 주택만 들어가던 기존 도시계획을 버리고, 학교부지에 학교·사무실·공원·주거시설이 한꺼번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우선 지방자치단체와 민간이 도시규제 제약 없이 개발할 수 있는 ‘도시혁신구역’을 도입한다. 일명 ‘한국형 화이트존’을 만들겠다는 얘기다. 이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재선(4선) 후 첫 출장지로 선택했던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사진) 내 복합개발단지 ‘마리나원’을 방문한 자리에서 내놓은 구상과 동일하다. 싱가포르 마리나원은 용도복합형 개발 방식인 ‘화이트 사이트’가 적용된 곳으로, 토지이용 규제가 없다. 용적률은 1300%(지하 4층~지상 34층)에 달한다. 이번 도시계획 혁신방안의 제1과제인 ‘도시혁신구역’은 서울시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도시혁신구역’은 기존 도시계획 틀에서 벗어나 토지·건축의 용도제한을 두지 않고, 용적률과 건폐율 등을 지자체가 자유롭게 정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게 핵심이다. 특히 민간사업자가 도시혁신구역을 제안하는 경우 정부와 지자체가 도시개발 사업구역으로 지정한 것으로 보고 제안자에게 도시개발법상 사업시행 자격까지 부여하기로 했다.
또 기존 체육시설이나 대학교, 터미널 등 다중이용시설을 본래 기능을 살리면서 고밀·고도화하는 ‘도시계획시설 입체복합구역’도 새롭게 도입한다. 국토부는 다중이용시설을 복합화하거나 지하화할 경우 용도지역별로 설치가 제한된 종합의료시설, 전시장, 체육시설 등도 설치할 수 있도록 허용할 방침이다. 용적률·건폐율도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쳐 1.5~2배까지 상향한다. 민간이 도시계획시설 입체복합구역 사업에 참여할 경우 민간에 국공유재산 장기사용 특례를 부여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국토부의 이번 발표 첫 수혜지는 용산 철도정비창 부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민간이 선호하는 도심 내 유휴부지에 업무, 호텔, 주거, 병원, 공원 등 다양한 시설이 고밀 융·복합되는 개발사업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주거지역 내 상업시설 설치, 공업지역 내 주거·상업시설 설치 등 기존 용도지역 내 용도변경 없이도 다른 용도시설 설치를 허용하는 ‘복합용도구역’도 도입된다. 단, 복합용도구역 내 시설은 기존 용도지역의 용적률을 적용받는다.
도시혁신구역·복합용도구역 지정은 민간사업자가 ‘공간재구조화계획’을 수립해 지자체에 제출하면 지자체가 주민 및 지방의회 의견을 수렴하고, 중앙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쳐 최종 승인한다. 정부는 이번 방안이 지가 상승으로 연결될 수 있는 점을 고려해 공공기여 방안도 마련했다. 기존 지구단위계획 지정·변경을 통한 이전부지·역세권 개발 등에만 적용했던 공공기여를 공간혁신구역까지 확대·적용하고, 환수 방식은 토지가치 상승 범위에서 지자체와 사업자 간 사전협상으로 결정한다. 국토부는 1월 중 법 개정안을 발의하고 하위법령 정비작업에 착수한다.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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