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X 창업자 전 여친, 어쩌다 110년 징역 범죄자 됐나
FTX 창업자 샘 뱅크먼-프리드의 전 여자친구이자 ‘FTX 사태’의 진원지인 계열사 알라메다 리서치의 캐롤라인 엘리슨 최고경영자(CEO)가 자신의 혐의를 일부 인정했다.
FTX 고객들로부터 수십억 달러를 고의로 훔쳤다는 진술이다. 미국 CNN 방송에 따르면, 그는 지난 26일(현지시간) 뉴욕 연방법원 판사 앞에서 “내가 한 일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한다. 잘못됐다는 것을 알았다”고 자백했다.
엘리슨은 “알라메다가 FTX에 사실상 무제한 대출 한도를 갖고 있었으며, FTX가 대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서는 고객 자금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두 회사의 비정상적으로 긴밀한 관계를 외부에 숨겼다는 점도 인정했다.
4년 동안 ‘FTX 제국’을 건설하는 데 일조한 엘리슨 CEO는 뱅크먼-프리드에 비해 알려진 바가 비교적 적은 ‘그늘 속’ 인물이었으나, 이번 사태의 진앙지가 알라메다 리서치로 지목되면서 재조명됐다.
◇MIT 경제학자 집안, 스탠포드의 ‘수학 천재’
엘리슨은 메사추세츠 공과대학(MIT) 경제학 교수들의 자녀로 어린 시절부터 수학과 언어 부분에서 뛰어난 재능을 보였다. 5살때는 부모님이 책을 읽어주는 것이 느리다고 생각해 두꺼운 ‘해리포터’ 책을 직접 다시 읽었다고 한다.
또한 그는 어린 시절 부모님의 교육을 받으며 수학과 경제학을 접할 기회가 많았다. 수학 교과서를 집필하기도 했던 아버지가 엘리슨에게 직접 수학을 가르치기도 했다. 8살의 엘리슨이 아버지 생일에 편지 대신 장난감 업체 ‘토이저러스’의 동물 인형 가격을 분석한 리포트를 준 일화는 유명하다.
엘리슨은 2008년 미국수학대회(AMC) 1등상, 2011년 국제언어학올림피아드(IOL) ‘베스트 솔루션상’ 등을 거머쥐기도 했다. 그는 2012년 미국 스탠포드 대학교에 진학했고, 뛰어난 성적으로 유수의 투자사들로부터 인턴십 제안을 받았다.
◇젊은 천재들의 ‘잘못된 만남’…’이타주의’ 빠진 효율
엘리슨과 뱅크먼-프리드의 ‘잘못된 만남’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엘리슨이 인턴십으로 선택한 기업은 미국 대형 투자사 ‘제인 스트리트 캐피털’. 엘리슨은 이 곳에서 뱅크먼-프리드를 만났다.
둘은 공통점이 많았다. 둘 모두 실리콘 밸리를 중심으로 퍼지고 있는 ‘효율적 이타주의’(effective altruism)에 관심이 있었으며, 젊은 천재 경제학자라는 점이 대표적이다.
뱅크먼-프리드는 2018년 FTX를 설립했고, 엘리슨은 몇 달 뒤 알라메다 리서치에 합류했다. 엘리슨은 알라메다 입사 권유가 “지나치기에는 너무 멋진 기회”였다고 표현했다.
같이 일하며 둘은 연인 관계로 발전했고, 6개월의 짧은 연애 끝에 헤어졌다. 이 과정에서 다자간 연애, 마약 등의 루머가 돌기도 했으나 뱅크먼-프리드는 이를 부인했다.
둘은 ‘효율적 이타주의’를 신봉하며 ‘막대한 기부금 마련’이라는 목적을 내세워 부를 추구했다. 그러나 이는 표면적인 이유였을 뿐 자신들의 제국을 세우는 데만 관심이 있었다고 문자 메시지를 입수한 포브스는 전했다.
◇FTX 사태, 뱅크먼-프리드는 ‘부인’…엘리슨 등 최측근은 ‘인정’
한 때 전 세계 3위에 달했던 글로벌 가상화폐 거래소 FTX는 지난해 11월 파산 신청했다.
법원에 신고된 부채 규모는 66조원을 넘고, 채권자는 10만 명을 웃돈다. 320억 달러의 기업 가치를 평가받았던 코인 거래소가 몰락하는 데에는 불과 한 달도 걸리지 않았다.
한때 블록파이와 보이저에게 구제금융을 제시하며 업계의 ‘구원자’로 떠올랐던 FTX의 실체가 드러나자 업계는 충격에 빠졌다. 테라폼랩스의 ‘루나코인 사태’가 벌어진 지 6개월도 되지 않은 시점이라 시장은 단숨에 얼어붙었다.
알라메다 리서치가 당시 사태의 방아쇠를 당겼다. 알라메다의 자산 대부분이 FTX 거래소가 발행한 자체 코인 FTT 형태로 보유되어 있다는 점이 문제였다. 가상자산 전문 미디어 코인데스크가 알라메다 리서치의 대차 대조표를 공개하면서 이 같은 문제를 지적하자 우려가 확산됐다.
창펑 자오 바이낸스 최고경영자(CEO)가 “부실 리스크 관리 차원으로 5억 달러 상당의 FTX 토큰(FTT)을 판매하겠다”라고 발표하면서 토큰 가격은 급락했고, 뱅크런 사태로 이어져 리스크는 계속 증가했다. 결국 FTX는 고객 자금 인출 중단을 발표했으며, 이어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물론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와 미국 법무부(DOJ)까지 사태 조사에 착수했다. 뱅크먼-프리드는 사기 등 8개의 범죄 혐의로 모두 인정시 최대 115년형의 위기에 봉착했다.
사기와 돈세탁 공모 등 7개 혐의를 받는 엘리슨은 최고 110년 징역형 위기에 처했지만, 검찰에 도움을 주고 자신의 형량을 낮추려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뱅크먼-프리드의 MIT 재학 시절 룸메이트이자 FTX 공동창업자였던 게리 왕 전 최고기술책임자(CTO)도 “내가 한 일이 잘못됐다는 것을 알았다”고 시인했다.
다만, 뱅크먼-프리드는 법정에서 8개 혐의에 대해 모두 부인하며 무죄를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Copyright © 전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초연결·고객·디지털·우주...CES2023 혁신키워드
- [CES 2023] 한종희 '초연결 시대 비전 공개', 조주완 '혁신의 시작과 끝은 고객'
- [CES 2023]원자로, 급속충전기, 수소드론…SK, 탄소중립 앞당길 신기술 한자리에
- FTX 창업자 전 여친, 어쩌다 110년 징역 범죄자 됐나
- 美 장례업자 모녀, 시신 560구 훼손…"팔다리 일부는 팔기도"
- "美가 먼저 잘못했다"…中, 남중국해 정찰기 6m 근접비행 영상 맞불 공개
- 공공기관 '업무용 아이폰' 도입 눈앞
- 尹 "우수 인재, 창의 콘텐츠는 국가 경쟁력 핵심"
- [업무보고] 문체부, K-콘텐츠 산업 육성에 '7900억원 정책금융' 집중 투입
- [업무보고] 교육부, AI 기반 디지털 교과서로 맞춤형 학습…교육개혁 원년 선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