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태원 국조 연장, 더 이상 맹탕 안 된다
국민의힘 주호영·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5일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기간을 오는 17일까지 연장하기로 합의했다. 당초 합의한 특위 활동 시한(45일)이 7일 끝나지만, 조사가 미흡하다고 보고 열흘 더 늘리기로 한 것이다. 기간 연장 안건은 6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된다. 여야의 예산 처리 지연으로 특위 활동 시간을 허비한 데다 ‘맹탕 조사·청문회’로 의미 있는 결과를 내지 못한 터라 연장은 당연하다. 특위는 연장된 조사 기간 참사의 드러나지 않은 부분을 규명하고, 대형참사를 막는 제도적 대책을 마련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태원 국조 특위는 한마디로 실패였다. 여야는 서로 흠집내기에 골몰했다. 국민의힘은 신현영 민주당 의원 때문에 긴급출동차 도착이 늦어진 사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보좌진이 조수진·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의 대화를 몰래 촬영한 것 등을 부각시키며 논점을 흐렸다. 민주당도 목소리만 클 뿐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는 데 실패했다. 윤희근 경찰청장이 지난 4일 청문회에서 참사 당일 음주 사실을 인정하며 “주말 저녁이면 저도 음주할 수 있다. 저도 사생활이 있다”고 하는데도 제대로 추궁하지 못했다. 압사 직전 시민들의 살려달라는 호소가 빗발치는데도 경찰 총수가 대응을 지시하기는커녕 술에 취해 보고 자체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었는데도 그 잘못을 드러내지 못했다. 의원들은 진실 규명은 고사하고 논리성 없는 억지 주장이나 비아냥으로 시간을 보냈다. 이럴 거면 국정조사는 왜 하자고 한 것인가.
정부의 직무유기로 159명 국민이 목숨을 잃었는데 책임지는 사람 하나 없다. 청문회에 참석한 한 소방대원은 “구조 현장에는 경찰관이 단 두 명 있었다. 외로웠다”며 울먹였다. 왜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벌어졌는지를 특위가 낱낱이 밝혀내야 한다. 6일 열리는 2차 청문회 증인으로 나서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등의 정치적·정무적 책임을 철저하게 추궁해야 한다. 여야는 유가족과 생존자, 전문가가 참여하는 3차 청문회 증인 채택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데, 한심하다. 만약 특위 활동을 다른 정치적 사안과 연계해 흥정하려 한다면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처럼 책임 회피에 급급해한다면 유권자들은 반드시 기억했다가 총선에서 심판할 것이다. 민주당도 분발해야 한다. 최소한 유족들이 납득할 수 있는 결과를 내놓아야 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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