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무인기 용산 침투 뒤늦게 시인한 군, 책임자 문책해야
합동참모본부는 5일 “전비태세검열실 조사 결과 (지난달 26일) 서울에 진입한 적 소형 무인기 1대로 추정되는 항적이 비행금지구역의 북쪽 끝 일부를 지난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했다. 북 무인기 1대가 대통령 경호를 위해 설정한 비행금지구역(P-73) 안으로 진입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된 것이다. 비행금지구역은 용산 대통령 집무실 부근의 특정 지점을 근거로 서초·동작·중구 일부를 포함하는 3.7㎞ 반경으로 설정됐다. 북한 무인기가 서울 상공을 휘젓고 다닌 것만도 놀라운데, 대통령실과 군 지휘부가 밀집해 있는 지역까지 날아들었다니 충격적이다.
더욱 당혹스러운 것은 당시 비행금지구역 침투 가능성을 극구 부인했던 군이 열흘 만에 말을 정면으로 뒤집은 점이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28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용산까지 오지 않은 것으로 확신한다”고 답했다. 나아가 군은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비행금지구역 침범 가능성을 제기하자 “사실이 아닌 근거 없는 이야기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며 “이적행위”라고까지 했다. 그래놓고 열흘 만에 정면으로 판단을 뒤집었다. 군의 역량과 도덕성에 근본적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군은 당초 북 무인기를 격추하지는 못했지만 관측은 제대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무인기의 궤적으로 관측 자체도 실패했음이 확인됐다. 군 작전의 기초인 경계에서 허점을 드러낸 것이다. 그럼에도 군은 무인기의 구체적 항적에 대해 “스치듯 지나간 수준이고, 용산이나 대통령실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고 했다. 대통령 집무실 안전에는 이상이 없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은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 보고에서 대통령실 촬영 가능성에 대해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고 한다. 군이 거짓말을 한 것이든 정보 판단에 실패한 것이든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침묵을 지키던 대통령실은 이날 저녁 브리핑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은 4일 북한 무인기가 비행금지구역 안쪽으로 들어온 사실을 보고받았다”며 “바로 공개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김병주 의원의 비행금지구역 침범 가능성 제기를 두고는 “당시 합참도 국방부도 모르는 것이었다. 이 정보를 어디서 입수한 것인지 의문”이라고 했다. 어처구니가 없다. 지금 야당 의원의 정보 출처를 문제 삼을 때인가. 윤 대통령은 무인기 침투 직후 그 책임을 문재인 정부에 떠넘겼다. 윤 대통령은 이에 대해 사과하고, 철저한 진상 규명과 대책 마련을 지시해야 한다. 경위를 낱낱이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 문책해야 한다.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으로 이전한 데 따른 방공·경호의 취약점이 없는지도 따져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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