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윤 대통령이 북한 무인기 항적 공개 지시한 것”···비행금지구역 침범 사실 은폐 비판 방어나서

유정인·심진용 기자 2023. 1. 5. 20:2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비행금지구역 통과 가능성 제기 야당 의원에겐
“국방부도 모르는 정보 어디서 입수했나” 역공
윤석열 대통령이 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교육부와 문화체육관광부의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대통령실은 5일 국방부가 뒤늦게 북한 무인기가 서울 비행금지구역(P-73)을 침범했다고 기존 발표를 번복한 데 대해 윤 대통령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비행금지구역을 침범하지 않았다던 국방부의 해명이 언론 보도로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자 ‘은폐’, ‘거짓말’ 비판을 피하기 위해 대응에 나선 것이다. 지난달부터 관련 의혹을 제기한 야당을 향해선 “자료 출처에 의문을 품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대통령실이 즉시 방어·역공 태세에 나서면서 안보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은 (전날 국방부 장관과 합참의장에게) 북한 무인기가 비행금지구역 안쪽으로 들어온 사실을 보고받고 국민들이 알고계신 사안과 다르니 바로 공개하고 알려드리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 지시에 따라 국방부는 전날 저녁 언론에 ‘군 전비태세 검열 결과’ 브리핑을 이날 오전으로 고지했다고 대통령실은 밝혔다.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는 당초 북한 무인기가 용산 대통령실을 중심으로 반경 3.7㎞로 설정된 비행금지구역을 침범하지 않았다고 했다가 이날 “비행금지구역의 북쪽 끝 일부를 지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군통수권자 경호를 위해 설정된 핵심 안보 구역까지 북한 무인기에 뚫렸다는 뜻이다.

대통령실은 국방부의 ‘허위 해명’ 의혹에도 적극 방어에 나섰다. 국방부가 비행금지구역을 침범하지 않았다고 밝힌 시점인 지난달 28일에는 군 전비태세 검열 결과가 나오지 않아 이를 알 수 없었다는 취지다. 이 고위관계자는 지난달 26일 북한 무인기가 군사분계선(MDL)을 넘어온 뒤 28일 검열에 착수해 지난 1일 검열단 레이더를 통해 무인기가 비행금지구역 안쪽을 스친 항적을 발견했다고 전했다. 그는 “(추가조사 결과) 북한 무인기의 최종 항적이 지난 3일 확인됐고 (다음날) 즉시 대통령께 보고됐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이 전날 두 차례의 무인기 대응과 관련한 윤 대통령 지시사항을 브리핑할 당시에는 이같은 보고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였다고 했다.

대통령실 해명에도 안보 무능 논란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10일 만에 군 당국이 발표를 번복한 것을 두고 최종 조사가 나오기 전에 결과적으로 부정확한 답변을 거듭 반복해 혼란을 초래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군통수권자 경호와 직결되는 안보 사안 분석에 장시간이 소요되는 허점도 노출됐다. 안보 정국에서 군의 부실대응이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확전을 각오한” 맞대응, 9·19 군사합의 효력 정지 검토 등 대북 군사 강경책에 힘을 실어가던 정부 대응은 ‘내부의 난관’을 맞닥뜨리게 됐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국방부 장관 등 책임론을 두고 “당초 군의 허술한 대비태세를 대통령이 강하게 질책했다는 보도를 저희도 접했다”면서 “군에서 이에 상응하는 각오와 나름의 진행과정을 밟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이 이날 야당에 화살을 돌리면서 진영 간 확전은 불가피해 보인다. 대통령실은 지난 달 말 한 야당 의원이 남산과 은평구, 종로 지역 등을 언급하며 무인기의 비행금지구역 통과 가능성을 제기한 것을 문제 삼았다. 지난 달 29일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CBS 라디오 출연 발언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이 고위 관계자는 “(야당 의원 주장은) 당시 시점으로 하면 국방부도 합참도 모르는 것이었다”면서 “국방부도 합참도 모르는 그런 정보는 어디에서 입수하셨는지 자료의 출처를 당국에서 의문을 품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달 28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이와 유사한 의혹을 제기한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국방부가 제공한) 그 지도를 보고 얘기한 것”이라며 “대통령실 발언이 사실이라면, 전형적인 ‘날리면’ 식 얘기다. ‘바이든-날리면 시즌2’”라고 말했다.

여당은 이날 군 대응을 비판하면서도 전임 정부를 비판하며 정부의 강경 대응 기조에 힘을 실었다. 양금희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대한민국 군이 얼마나 대북 훈련과 대비가 부족했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낸 사태”라며 “지난 정권에서 중단되었던 실전 훈련 등이 재개되어야 함은 물론 안보 태세를 전면적으로 재점검,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