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딕토 16세 전 교황 장례식 엄수
지난해 마지막 날 95세를 일기로 선종한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의 장례식이 5일(현지시간) 바티칸 성베드로 광장에서 엄수됐다.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 장례 미사는 이날 오전 9시30분(한국시간 오후 5시30분) 시작됐다.
장례 미사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주례했다. 현직 교황이 전임 교황의 장례미사를 집전한 것은 1802년 당시 비오 7세 교황이 비오 6세 교황 장례미사를 집전한 이래 가톨릭 역사상 두 번째다.
베네딕토 16세는 2005년 요한 바오로 2세 선종 후 교황으로 선출됐으나 즉위 8년 만인 2013년 건강 문제로 사임했다. 교황이 생존 중 자진 사임한 것은 598년 만이었다. 전임 교황과 후임 교황이 공존하게 되면서 현직 교황이 전임 교황의 장례 미사를 주례하는 초유의 일이 발생한 것이다.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의 시신이 든 삼나무 목관은 이날 오전 8시50분 성 베드로 대성전 밖으로 운구돼 성베드로 광장 야외 제단 앞에 놓였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휠체어를 타고 성베드로 광장에 도착해 장례 미사를 주례했다. 장례 미사는 바티칸 시스티나 합창단의 그레고리안 성가와 함께 시작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강론에서 “그가 몇 년간 우리에게 베풀어준 지혜, 친절함, 헌신에 감사한다”며 “주님, 당신께서 베네딕트의 목소리를 영원히 듣는 것이 당신의 기쁨이 되길”이라고 축원했다.
이날 장례 미사가 진행된 성베드로 광장에는 추기경과 주교 등 성직자 4000여명과 신도 6만여명이 운집했다. 이날 장례 미사를 위해 1000명 이상의 보안요원이 배치됐고 교황청 주변 영공이 폐쇄됐다.
장례 미사에 공식 초청을 받은 국가는 바티칸이 속한 이탈리아와 베네딕토 16세의 모국인 독일 등 두 나라다. 벨기에 필리프 국왕과 스페인의 소피아 왕대비 등 유럽 왕족들과 리투아니아, 폴란드, 체코, 슬로바키아 등 유럽 지도자들은 개인 자격으로 장례 미사에 참석했다.
한국에서는 오현주 신임 주교황청 한국 대사가 정부를 대표해 장례 미사에 참석했다. 염수정 추기경,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이용훈 주교, 사무국장 신우식 신부 등은 한국 천주교 조문단으로 참석했다.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인 유흥식 추기경도 장례 미사에 참석했다.
약 1시간30분 동안 진행된 장례 미사가 끝난 후 베네딕토 16세의 관은 지하 묘지 안장을 위해 성 베드로 대성전으로 다시 운구됐다. 지하 묘지에서 진행되는 안장 의식은 비공개로 진행된다. 성 베드로 대성전 지하 묘지에는 역대 교황 91명이 안장돼 있다.
현지 매체들은 이날 장례 미사에 참석하려는 사람들이 오전 6시30분부터 길게 줄을 섰다고 전했다.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의 시신이 안치됐던 성베드로 대성전엔느 사흘간 약 20만명의 조문객들이 다녀갔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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