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단이 추구하는 방향이 대체 뭔데?"...팬들 역시 '행복배구' 하고싶다

권수연 기자 2023. 1. 5.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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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인천 삼산체육관에서 열린 '2022-23시즌 도드람 V-리그' 여자부 4라운드 경기에서 흥국생명과 GS칼텍스가 대결한다.

흥국생명은 지난 2일,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권순찬 전 감독과 김여일 전 단장의 동반 사퇴 소식을 전했다.

시즌 중 감독과 선수들을 전혀 배려하지 않은 구단 측 돌발행보에 팬들의 분노는 당연히 하늘을 찔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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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배구' 클래퍼로 꽉 찬 흥국생명 관중석ⓒ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MHN스포츠 삼산, 권수연 기자) '팬들은 선수들을 응원하고 지지합니다'

5일, 인천 삼산체육관에서 열린 '2022-23시즌 도드람 V-리그' 여자부 4라운드 경기에서 흥국생명과 GS칼텍스가 대결한다. 

흥국생명은 지난 2일,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권순찬 전 감독과 김여일 전 단장의 동반 사퇴 소식을 전했다. 임형준 흥국생명 구단주는 "구단이 추구하는 방향과 다르다"는 이유를 덧붙였다.

이후 권 전 감독은 방송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문자를 통해 '윗 선'의 특정 선수 기용 지시가 있었음을 폭로했다. 여기에는 "당황스럽다"는 입장이 함께 붙었다. 사실상 일방적인 경질이다.

배구계 파장은 어마어마했다. 배구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당혹감을 내비췄다. 남자부 우리카드 신영철 감독을 비롯해 IBK기업은행 김호철 감독까지 배구계에서 잔뼈 굵은 감독들도 사태를 다소 냉정하게 바라보았다. 

김연경을 비롯한 베테랑 고참들은 당시 구단주를 직접 만나 경기를 보이콧할 수도 있다는 강경한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즌 중 감독과 선수들을 전혀 배려하지 않은 구단 측 돌발행보에 팬들의 분노는 당연히 하늘을 찔렀다. 

이 날 경기 시작 전 팬들은 직접 제작한 보랏빛 클래퍼를 출입구 앞에서 배포했다. 애초 비어있는 관중석에 깔아놓는 방식으로 선배포하려 했으나 관계자의 제지로 출입구에서 직접 나눠주게 되었다. 

이 날 팬들은 '행복배구'가 새겨진 자체 제작 클래퍼를 배포했다ⓒMHN스포츠 권수연 기자
이 날 팬들은 '행복배구'가 새겨진 자체 제작 클래퍼를 배포했다ⓒMHN스포츠 권수연 기자

자체 제작한 클래퍼 앞면에는 '행복배구', 뒷면에는 '팬들은 선수들을 응원하고 지지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언뜻 보기에는 평범한 응원 클래퍼로 보인다. 그러나 '행복배구'라는 문구에는 '선수들이 더 이상 논란에 휘말리지 않고 배구에만 신경쓸 수 있게 해달라'는 무언의 항의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경북 경산에서 왔다는 팬 조 모씨(28)는 "구단이 추구하는 방향이 도대체 뭔지 모르겠다, 권순찬 감독님이 안타깝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런 팬들을 흥국생명은 '총알받이'로 삼았다. 기자회견에서 전임 단장과 권 전 감독의 로테이션 갈등에 대해 묻자 신용준 신임 단장은 "팬들과 유튜브에서 원하기 때문에"를 이유로 내놓았다.

팬의 말을 그토록 잘 귀담아듣는 프로구단이라면, 애초에 시즌 도중 일방적으로 사령탑을 내치며 선수단에 혼란을 안기는 사태가 있었을까? 두고두고 아쉬움만 남는 대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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