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기 카메라 파악 못한 합참 “구글어스 이상 해상도 못 찍었을 것”

[북한 무인기]북 무인기, 비행금지구역 침범 판단 왜 바뀌었나

합참이 적 소형 무인기 침투 상황에 대응하는 훈련을 한 5일 오후 우리 군의 무인기가 동해안 상공을 비행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이날 훈련은 가상 적기를 운용한 가운데 방공무기와 헬기 등 지상 및 공중 감시, 타격자산을 통합운용해 진행했다. 한편, 훈련과 관련 속초시와 고성군은 재난 문자로 훈련소식을 알리고 주민들에게 놀라지 말 것을 당부했다. 연합뉴스

지난달 26일 수도권 영공을 침범한 북한 무인기 5대 중 1대가 서울 용산 일대 비행금지구역까지 들어온 사실이 5일 뒤늦게 밝혀지면서, 군 당국의 판단이 달라진 까닭에 궁금증이 일고 있다.

군 당국은 12월26일 당일 수도권 영공을 침범한 북한 무인기를 국지방공레이더와 열상감시장비(TOD)로 탐지했다. 당시 무인기가 서울 상공을 감시하는 레이더에는 무인기 항적이 일부 잡혔으나 탐지와 소실을 반복하면서 항적이 선형이 아닌 점 형태로 나타났다. 북한 무인기 항적을 놓친 곳이 곳곳에 있다는 것이다. 북한 무인기는 2m급이라 레이더 전파 반사면적이 매우 작은데다 기체가 금속이 아닌 유리섬유나 탄소합성소재로 만들어져 레이더로 탐지하기 쉽지 않다고 한다.

북한 무인기는 레이더에 잡히더라도 크기가 너무 작아 새떼나 풍선 등과 구분하기 어렵다. 레이더의 빈틈을 적외선을 감지해 영상으로 재현하는 열상감지장비(TOD)가 보완해야 하는데, 북한 무인기는 프로펠러형 엔진을 사용해 열 발생도 적어, 열상감지장비로도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

지난 26일 무인기를 탐지하던 작전 요원들은 용산 비행금지구역에 들어온 레이더 항적을 파악했으나 이를 무인기라고 평가하지 않았다. 레이더 항적이 점으로 표시돼 분명치 않는데다 열상감지장비상 열 발생도 미미해 인공 비행체인 무인기가 아니라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현장 작전요원들은 레이더 항정과 열상감지장비의 열원이 중첩 확인되면 무인기로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합동참모본부 전비태세검열실이 점으로 된 무인기 항적들을 연결해보며 저장된 항적을 분석한 결과 북한 무인기가 비행금지구역에 들어왔을 가능성이 높다는 쪽으로 판단을 바꿨다고 한다. 합참 관계자는 “현장 작전 요원들이 무인기가 아니라고 초기 판단을 왜 그렇게 했는지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도 이날 “지난 28일 군 정비태세 검열을 시작해 지난 3일 비행금지구역 안쪽을 스친 항적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비행금지구역에 들어온 무인기가 용산 대통령실 사진을 찍었는지 논란이다. 합참 관계자는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안전에는 이상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며 “북한 무인기에 사진기가 달려 있었다 해도 구글어스가 제공하는 해상도 이상의 사진을 못 찍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비행금지구역 자체가 대통령 경호와 안전을 위해 설정한 구역인 만큼 비행금지구역 안을 안전거리보다 바깥이라고 설명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또 합참은 북한 무인기에 무슨 사진기가 장착됐는지 파악못했다고 밝혀, 무인기의 사진기 성능이 떨어진다는 주장 자체가 성립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국가정보원은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 보고에서 용산 대통령실 촬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군사용 정찰위성이 없는 북한이 소형 정찰 무인기를 한국에 보내는 목적이 주요 시설 촬영이다. 이 때문에 비행금지구역을 침범한 북한 무인기가 용산 대통령실을 사진 찍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이 나온다. 북한 무인기는 드론처럼 사용자가 무선 조정을 하는게 아니라, 지피에스(GPS) 항법장치에 목적지를 사전 입력해 정해진 경로를 비행한다. 무인기 기체에 달린 지피에스 수신기의 임무명령 데이터를 통해 이륙 후 입력된 좌표를 따라 남쪽으로 비행하며 임무명령상의 좌표 상공에서 사진 촬영을 한 뒤 사전에 입력된 좌표를 따라 북한으로 되돌아가는 방식이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