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 유리로 빵 굽는다고?…홍병희 대표 “포스코 지원, 그래핀 개척에 큰 힘 됐죠” [CES 인터뷰]
그래핀 얇으면서도 강철보다 200배 강해
대량 생산 위해 포항 포스코 창업 센터 입주
반도체·자동차 등 그래핀 적용분야 무궁무진
[헤럴드경제(라스베이거스)=김지윤 기자] 5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하는 세계 최대 전자 박람회 ‘CES 2023’. CES를 주최하는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는 전세계 참가 기업 2200개사 중 단 17개사에 올해 최고 혁신상을 줬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대기업들의 주 무대인 이 분야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벤처기업이 있다. 바로 홍병희 대표가 이끄는 그래핀스퀘어다.
4일 CES 개막을 앞두고 막바지 준비로 분주한 그를 직접 만났다. 홍 대표는 그래핀 상용화에 있어 선봉장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성균관대, 서울대 등에서 교수를 역임하다 2012년, ‘그래핀으로 히팅(가열) 방식의 패러다임을 전환하겠다’는 포부로 그래핀스퀘어를 창업했다.
그래핀은 흑연에서 벗겨낸 한 겹의 탄소 원자막이다. 0.2나노미터(nm, 1nm은 10억분의 1m)의 두께로 매우 얇으면서도 강도는 강철보다 200배 이상 강하다. 최고의 열전도성을 자랑하는 다이아몬드보다 2배 이상 열전도성이 높다. 탄성도 뛰어나 늘리거나 구부려도 전기적 성질을 잃지 않는다. 그래핀이 ‘꿈의 소재’로 불리는 이유다.
다만 균일한 품질로 대량 생산이 어렵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돼 왔다. 포스코는 그의 이같은 고민에 든든한 지원군이 됐다. 포스코가 830억원을 투입해 구축한 벤처 창업 인큐베이팅 센터 ‘체인지업 그라운드 포항’에 입주하면서다. 그래핀스퀘어는 2021년 수도권에서 포항으로 본사를 이전하고 포스텍 나노융합기술원에 파일럿 공장을 준공했다.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과는 그래핀 합성 시 발생하는 폐수를 저감하는 공정을 개발했다.
홍 대표는 “정보기술(IT) 분야는 판교에서도 사업을 할 수 있지만, 공장을 지어야 하는 제조업의 경우 포항이 최적의 장소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또 “포스코의 제철 공정에서는 열이 2000℃가 넘는 경우도 있다”며 “그래핀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높은 열이 발생하는 만큼 포스코의 노하우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래핀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폐수를 처리하는 데 있어서도 포스코와 RIST가 기초 기술을 제공, 산업화의 브릿지(다리) 역할을 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같은 노력의 결실로 CES 최고 혁신상을 거머쥔 제품은 바로 ‘더 그래핀 라디에이터’다. 신개념 난방기기로 ‘Z’ 형태의 폴더블 구조로 접어 휴대할 수 있다. 창문이나 거울, 액자에 붙일 수도 있다. 열 전도도가 높은 그래핀으로 만들어 기존 코일 방식의 히터보다 30% 에너지 절감이 가능하다.
홍 대표는 이번 CES에 신개념 투명조리기구인 ‘그래핀 키친스타일러’도 함께 출품했다. 이 제품은 지난 11월 미국 타임지(TIME)가 선정한 ‘올해의 최고 발명품상’을 수상했다.
두 유리판 사이에 그래핀 필름이 코팅된 투명 가열체를 통해 식빵의 양면을 동시에 최대 250℃까지 가열할 수 있다. 눈으로 보면서 굽기를 조절할 수 있고, 그래핀의 고유한 중적외선 파장이 수분을 함유한 음식 재료 깊숙이 고르게 침투해 빠르게 요리가 가능하다.
홍 대표는 특히 그래핀은 ‘백여년 만에 등장한 새 히팅기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기존 주방기기, 난로 등에서 사용하는 코일히터 방식은 100년도 넘은 기술로 그동안 큰 진보가 없었다”며 “그래핀은 물질 자체가 강철보다 200배 강하고, 히팅과 쿨링을 반복해도 모양이 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기존의 코일을 활용한 기술은 ‘선’을 따라 열이 발생하지만 그래핀을 활용하면 ‘면’ 단위에서 발열이 이뤄져 균일하게 모든 면을 가열할 수 있다. 이밖에도 그래핀은 습기에 강하다는 장점도 있다.
홍 대표는 “그래핀은 기존 히팅 기술과 연속점이 아닌 퀀텀 점프”라며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모든 문명에 쓰이는 히팅 기술을 교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당장은 주방기기, 라디에이터 등 작은 가전제품으로 출발하지만 향후 자동차, 반도체 등 각종 산업에 그래핀이 활용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미 자동차 업계와는 협업을 하고 있다. 현대모비스, 제너럴모터스(GM) 등 국내외 자동차 업체들은 그래핀스퀘어의 소재를 헤드라이트, 라이다 센서 등에 적용하고 있다.
홍 대표는 “유럽과 중국 등도 그래핀을 미래 먹거리로 보고 막대한 돈을 투자하고 있다”며 “하지만 반도체, 가전, 자동차 등 제조 생태계가 잘 갖춰진 한국을 따라오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특히 포항을 ‘그래핀밸리’로 육성해야 한다는 비전도 내놨다. 그는 “포항은 포스코를 비롯 소재로 이미 압도적인 지위를 점하고 있는 지역”이라며 “포항에 그래핀 밸리를 만들고, 그래핀을 활용해 개척할 수 있는 신산업을 지속 발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jiy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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