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무너뜨린 ‘날씨의 여신’…무기화하려던 가스값 뚝

박민기 기자(mkp@mk.co.kr) 2023. 1. 5.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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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평년 기온 크게 웃돌아
천연가스값, 전쟁 시작전 회귀
푸틴 ‘에너지 무기화’ 전략 차질
12월 중순 그리스 아테네 해변에서 뜻밖의 포근한 겨울에 일광욕 즐기는 시민들. [로이터 = 연합뉴스]
유럽 겨울 기온이 평년을 크게 웃도는 등 ‘온화한 겨울’이 이어지면서 유럽 천연가스 가격이 2021년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의 대(對) 유럽 가스 공급 중단에 가격이 치솟을 것이라는 당초 우려와 달리 높은 기온에 수요가 하락하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에너지 무기화’ 전략에 차질이 생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4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유럽 대표 천연가스 가격 지표인 네덜란드 TTF 2월물 선물 가격은 메가와트시(㎿h)당 64.4유로로 내려갔다. 이는 전날에 비해 약 11%가 떨어진 수치다. 이날 가스 가격은 한때 ㎿h당 64.22유로까지 하락하면서 지난해 11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2월 말 우크라이나 사태 발발 이후 천연가스 가격은 지난해 8월 한때 ㎿h당 340유로 선까지 치솟았지만 다시 5분의 1 가까이 내려앉으면서 전쟁 시작 전 평소 가격대로 돌아갔다.

오스트리아 슈룬스의 스키장 슬로프에 눈이 거의 녹아 있다. 2022년 12월 28일(현지시간) 모습. [AFP = 연합뉴스]
이 같은 가스 가격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는 유럽 전역을 덮친 ‘이상 기온 현상’이 꼽힌다. 최근 독일과 폴란드 등 유럽 국가들은 연일 기록적인 겨울 온도를 경신하고 있다. 새해 첫날 독일 수도 베를린의 기온은 16도로 1월 최고치를 기록했다. 폴란드의 최대 도시 중 하나인 바르샤바의 기온은 18.9도로 이전 최고치를 5도 이상 상회했다. 이 외에도 체코 자보르니크가 19.6도, 스페인 빌바오가 25.1도 등을 나타냈다.

이처럼 기온이 치솟으면서 당초 예상과 달리 유럽 내 가스 수요는 급감했다. 앞서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에 대비하기 위해 난방 수요가 특히 높은 겨울을 앞두고 대대적인 에너지 비축에 돌입했다. 그러나 가스 등 수요가 예상치를 밑돌면서 가스 저장고는 여전히 84%가 채워진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풍력발전 사용이 늘면서 전기 생산을 위한 가스 사용량도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네덜란드 에너지 회사 PZEM NV 소속 수석 트레이더인 니에크 판 쿠테렌은 “유럽 시장은 현재 공급 과잉과 함께 대규모 소비 부족 문제에 직면해 있다”며 “가스 저장고는 지난 2주 동안 가득 차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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