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 목맸던 20대, 재혼 생각 없었지만"…'별 볼일 없는 인생' 정가은, 첫 원톱 주연 워킹맘(종합)[인터뷰]
[OSEN=김보라 기자] 배우 정가은(45)이 새 영화에서 처음 원톱 주연을 맡았다. 지난 2008년 방송 활동을 시작한 이후 단독 주연은 15년 만에 처음이다. 방송인으로 데뷔해 드라마 및 시트콤에서 연기 활동을 했던 그녀는 이번 영화에서 그간 쌓아온 연기 내공을 발휘했다.
정가은은 5일 오후 서울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신작 ‘별 볼일 없는 인생’으로 인터뷰 자리를 갖고 “서동헌 감독님에게 제안을 받았는데 처음엔 ‘이게 진짜인가? 사기 아닌가?’ 싶었다”고 출연 제안을 받았을 당시를 떠올렸다.
정가은이 주연을 맡은 영화 ‘별 볼일 없는 인생’(감독 서동헌, 제작 허니몽스토리·나우콘텐츠, 배급 이놀미디어)은 죽기 직전 과거로 떠나게 된 이선(정가은 분)이 자신의 옛 연인들을 마주하고 다시 한번 사랑을 찾으려는 내용의 타임슬립 판타지 멜로영화. 이선 역의 정가은은 원톱 주연으로서 극 전체를 이끌었다.
이날 정가은은 “작년 2~3월쯤 대본을 먼저 받았고 그 이후 감독님을 만났다. ‘내가 주연을 할 깜냥이 되나?’ 싶었으면서도 이선 캐릭터가 제 모습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선으로 감정이입을 해서 연기를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감독과의 미팅에서 ‘저는 정가은 배우와 함께 하겠다’는 말을 들었다는 그녀는 “감독님이 직접 대본을 쓰시면서 정가은 배우가 제격이라는 생각을 하셨다더라. 제가 안 하면 여자 주인공 이선을 남자 캐릭터로 바꾼다고 하셨다. 그만큼 캐스팅에 대한 생각이 확고하셨다”고 서 감독에게 캐스팅 제안을 받고 출연을 결정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원톱 주연으로서 작품 전체를 이끌게 된 그녀는 “스태프 한 분 한 분 배려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옛날에 ‘롤러코스터’를 할 때는 다른 사람들이 안 보였고 오로지 내가 힘든 것만 생각했다. 현장에서 나만 힘든 게 아니라는 걸 나이 40살에 깨닫게 됐다.(웃음) 현장에서 스태프와 어우러져서 함께 작품을 만들어가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캐릭터 분석에 대해서는 “예전에 주말드라마를 준비할 때는 연기 선생님을 찾아가서 대본 리딩을 했었다. 이번에도 찾아갈까 싶었지만, 대사 한 줄 한 줄을 어떻게 읽을지보다 이선에 대한 감정을 더 생각하며 연기했다”고 캐릭터의 감정선에 충실했다고 털어놨다. 이번 작품에서 한층 농익은 정가은의 연기를 만나볼 수 있다.
정가은은 이어 “이번에 서동헌 감독님에게 ‘제가 말할 때 경상도 사투리가 나와서 걱정이 된다’고 말씀드렸더니 ‘전혀 상관없다. 이선이 경상도 출신일 수도 있는 거니까 편하게 하라’고 해주셨다”며 “제가 주말드라마에서 철딱서니 없는 부잣집 여자 역할을 맡았던 적이 있어서 제 이미지가 그렇게 비춰질 수도 있을 거다. 근데 이번 영화에서 맡은 이선의 목소리 톤이 제 실제 목소리다. 감독님이 편하게 하라고 하셔서 제 말투로 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영화를 보면 표준어와 어법에 따른 발음을 살리려고 노력한 흔적이 느껴진다.
정가은은 2016년 동갑내기 사업가와 결혼했지만 결혼 2년 만인 2018년 이혼했다. 현재 워킹맘으로서 딸을 키우고 있다. 정가은은 인터뷰 내내 당당한 여성이자 엄마의 모습을 보여줬다.
“제가 열심히 하는 원동력은 딸이다. 아이를 낳기 전과 후가 완전히 달라졌다. 굉장히 전투적으로 바뀌었다. 스케줄을 마치고 집에 갔을 때 딸이 제게 달려와서 매달리면 기분이 좋다.”
그러면서 “딸이 올해 8살인데 이제 초등학교에 입학한다. 유치원 때보다 신경 쓸 게 많다고 하더라. 내가 아직 부족한데 완벽한 엄마가 될 수 있을지 걱정이다. 딸은 엄마가 연예인이라는 건 아는데, 아직 연예인이 무슨 직업인지 정확한 개념은 서지 않은 상태 같다”고 전했다.
정가은의 20대 시절 꿈은 현모양처였지만, 결혼 후 살아 보니 사랑이 전부는 아니며 자신의 인생은 스스로 만들어나가야 한다는 걸 느꼈다고 털어놨다.
정가은은 “20~30대 때는 현모양처가 꿈이었는데 막상 해보니 저와 너무 안 맞더라. 현모양처는 정말 어려운 일이다. 8~9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좀 더 현명한 선택을 하고 싶다”고 솔직한 마음을 털어놨다.
“이루고 싶은 사랑은 없다”고 말한 정가은은 “20~30대의 사랑이 담긴 멜로드라마를 보면 사랑이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 20대 때는 나 역시 사랑에 목맸다. 이제 저는 그런 사랑을 꿈꿀 나이는 지나지 않았나 싶다. 그래서 (이혼한 후에는) 사랑, 재혼을 생각하지 않았다. 근데 ‘돌싱글즈’를 보면서 너무 부럽더라. '저런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내 아이를 안아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보면서 많이 부러워서 울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재혼은)절대 없어’에서 생각이 바뀌었다. 무엇이든 ‘절대 없다’라는 생각은 하지 말자는 마음”이라고 밝혔다.
정가은은 배우로서 좀 더 다양한 캐릭터와 장르에 출연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한다.
"제가 말을 안 하면 새침하게 보이는 거 같다. 그래서 더 찌질한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다. 차분하고 순수한 역할을 하게 된다면 조금 더 잘할 수 있을 거 같다. 아니면 아예 센 캐릭터도 잘할 수 있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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