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 7000개씩 돌아왔는데 … 韓, 유턴기업 요건부터 너무 깐깐
◆ 머나먼 韓유턴 길 ◆
한국에 비해 미국·일본 등 주요 선진국은 국내로 복귀하는 기업(유턴기업)에 더 많은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5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경제연구원 등에 따르면 미국의 유턴기업은 2014년 340개에서 2021년 1844개로 5배 이상 늘었다. 이 기간 전체 유턴기업 수는 6839개에 달한다. 일본도 유턴기업이 매년 꾸준히 나오고 있다. 2014년 628개에서 2018년 612개로 소폭 감소했지만 연간 600~700개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2006년부터 2018년까지 유턴기업은 총 7633개다. 대만도 유턴기업 수가 연평균 72개이고 유럽도 2016~2018년에만 193개 기업이 역내로 돌아왔다.
미국은 유턴기업에 세금 감면이나 양질의 노동력 제공, 안정적인 셰일가스 공급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반도체산업육성법을 통해 반도체 생산과 연구개발에만 보조금 520억달러를 지원하기로 했다. 미국 내 반도체 시설 건립 지원에 390억달러, 연구·노동력 개발에 110억달러, 국방 관련 반도체 제조에 20억달러 등이다. 또 미국에서 반도체 시설에 투자하면 25% 세액공제를 받는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라 전기차·배터리 관련 제조시설에도 최대 30% 세액공제가 제공된다.
일본은 인공지능(AI)·로봇·사물인터넷(IoT) 등 첨단산업에 투자한 기업의 복귀를 지원하고 있다. 혁신기술 투자 기업에 대한 법인세를 20%까지 인하해주는 방식이다. 또 국내 복귀를 유도함으로써 글로벌 공급망을 구축하는 데도 정책적 힘을 싣고 있다. 예컨대 유턴기업에는 신축 건물·생산공정·설비 도입에 대한 보조금이 지급된다. 대기업은 공장 이전 비용의 2분의 1, 중소기업은 3분의 2를 지원하고 있다.
유럽도 국가별로 다양한 유턴기업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영국은 2007년 30%였던 법인세를 2020년 17%로 낮췄고 독일은 최고 법인세율을 25%에서 15%로 인하했다. 네덜란드는 유턴기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 지원을 위해 특별 인센티브 펀드를 조성했고 프랑스는 유턴기업을 위해 정부 지원금·컨설팅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대만도 유턴기업에 산업단지 내 임대료를 우대하고 법인세를 25%에서 17%로 인하해주고 있다. 상속세·증여세도 50%에서 10%로 낮췄다.
전문가들은 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 활성화를 위해 인센티브를 더 늘려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는 해외 진출 기업이 해외 사업장을 최소 25% 이상 축소하거나 청산·양도하고 동일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국내에 신증설할 경우에만 유턴기업으로 인정된다. 유턴기업으로 인정되면 300억원 한도로 투자보조금과 고용창출장려금 등을 지원받을 수 있다. 다만 첨단기술이나 공급망 핵심 업종에 한해선 해외 사업장 축소 의무가 면제된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국내 복귀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가 획기적으로 늘어나야 한다"며 "법인세 감면을 확대하고 수도권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재현 한국경영자총협회 규제개혁팀장은 "유턴기업 지원제도가 있지만 자격 요건이 까다롭고 중견기업 중심으로 지원이 이뤄지다 보니 한계가 있다"며 "(유턴기업에 대한) 인센티브를 파격적으로 확대하고 자격 요건도 완화해 많은 기업이 동참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면 글로벌 경기 침체 극복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함께 세금·노동 등 경영 환경에 대한 전반적인 개선책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주 실장은 "한국의 법인세는 글로벌 수준과 비교해 상당히 높은 편"이라며 "경직돼 있는 노동시장도 유연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해 매출액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투자계획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해외 진출 기업 가운데 과반인 57%가 국내 복귀를 검토 중이거나 향후 검토할 수 있다고 응답했다. 다만 국내 투자 환경에 대한 만족도를 묻는 질문에는 87%가 '보통 이하'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유턴기업 확대를 위해서는 △규제 완화 △세제 감면 확대 △보조금 지원 강화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산업부가 발표한 '2022년 해외 진출 기업 국내 복귀 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유턴기업 24개의 향후 투자계획 규모는 2021년보다 43.6% 증가한 총 1조1089억원이다. 투자계획이 1조원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도별 유턴기업의 투자계획은 2014년 745억원 이후 매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또 지난해에는 중견·대기업 비중이 전년보다 증가해 국내 복귀 기업의 질적 수준이 높아졌다는 게 산업부 설명이다. 기업 규모별로 보면 지난해 대기업 1개, 중견기업 8개, 중소기업 15개로, 중견·대기업 비중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늘어났다.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유턴기업 126곳 중 77%에 해당하는 97곳이 중국에서 복귀했다. 지난해에도 전체 24곳 중 15곳이 중국에서 돌아왔다.
[송광섭 기자 / 박동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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