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감독보다 ‘팬 유튜브’? 흥국생명 “우승 위해 감독 경질”

이준희 2023. 1. 5.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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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찬 전 흥국생명 감독. 한국배구연맹 제공

새해 벽두부터 감독과 단장을 동시에 경질한 흥국생명이 해명에 나섰다. 흥국생명은 전임 단장이 로테이션 문제에 관여한 부분은 인정하면서도 “선수 기용 개입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신용준 흥국생명 신임 단장은 5일 인천 삼산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 V리그 여자부 흥국생명과 지에스(GS)칼텍스 경기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권순찬 감독·김여일 단장 경질 사유를 설명했다. 신 단장은 “(구단과 단장이) 선수 기용에 개입한 것은 아니다”라며 “로테이션 문제를 두고 갈등이 있었다”고 했다. 그는 또 “로테이션 문제에 대해 팬들도 요구가 많았다. (전임 단장이) 우승을 위해 조언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흥국생명은 앞서 2일 갑작스럽게 김여일 단장과 권순찬 감독 동반 사퇴를 발표했다. ‘방향성 차이’가 경질 이유였다. 이날 신 단장이 밝힌 구체적인 문제는 김연경과 옐레나의 배치 방법이었다. 신 단장은 “팬들 사이에서 전위에 김연경과 옐레나가 같이 있는 게 아니고 전후로 나눠서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었다. 그래서 그런 부분에 대해 (단장과 감독이) 이야기하다 보니 서로 의견이 대립했던 것 같다”고 했다.

다만 신 단장은 이른바 ‘팬들의 요구’를 정확히 어떻게 파악했는지는 설명하지 못했다. 신 단장은 ‘팬들의 요구를 어떤 기준으로 측정하느냐’는 질문에 “유튜브에서도 팬들이 그런 이야기를 했다”라며 “다른 것을 보면 팬분들이 많이 그런 부분(로테이션)에 대해 이야기했다. 주변 분들도 많이 얘기한다고 알고 있다”고 했다. 신 단장은 또 ‘팬들 생각이 감독 생각보다 우승에 가깝다는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하기도 했다.

신용준 흥국생명 신임 단장. 이준희 기자

다음은 신용준 신임 단장 질의·응답 전문

“팬분들에게 죄송하다는 말씀을 미리 드린다. 추후에 좋은 경기로 선수들이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우리 배구단은 물심양면 지원하겠다.”

—김여일 전 단장이 선수 기용에 개입했다고 하는데

“선수 기용에 대해서 이야기한 건 아니다. 선수단 운영에 대해서 갈등이 있었던 건 사실이다. 전임 단장과 감독 사이에 선수단 운영에 대해서 갈등이 있었다.”

—선수단 운영이 구체적으로 무엇이냐

“로테이션 문제에서 서로 의견이 안 맞았다.”

—그게 결국 선수 기용과 맞닿아있는 문제 아니냐

“그런 건 아니다. 팬들 사이에 전위에 김연경과 옐레나가 같이 있는 게 아니고 전후로 나눠서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었다. 그래서 그런 부분에 대해 이야기하다 보니 서로 의견이 대립했던 것 같다.”

—두 선수를 어떻게 둘지는 감독 전권 아니냐

“아직 정확하게 파악은 안 된 부분이다. 그렇게 알고 있다는 거지, 정확하게 파악된 건 아니다.”

—그러면 신임 단장은 앞으로 그런 전술적인 부분에 개입할 생각이냐

“개입이라는 이야기가 자꾸 나오는데, 그 부분은 좀 아닌 것 같다. 저도 이제 얼마 안 됐다. 그래서 정확하게 파악은 못 하고 있다. 일단은 선수단과 코치진들과 소통을 좀 많이 하겠다. 현장 목소리를 많이 들으면서 운영하겠다.”

—소통은 쌍방향이다. 결국 단장은 감독에게 ‘전위를 어떻게 했으면 좋겠다’ 이런 부분도 얘기하겠다는 건지, 그게 궁금한 것이다

“그런 부분은 얘기하는 것보다는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게 좋지 않겠나 하고 생각한다.”

—단장이 감독을 경질할 수 있는 위치인가. 결국 누구한테 이야기를 듣고 감독에게 전달한 게 아니냐. 태광산업 흥국생명팀에서 지금 그럴 수 있는 사안인가. 예전 감독 얘기 들어보면 오너가 재가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

“오너라는 게 저희 구단주를 이야기하는 것인데, 흥국생명 대표가 구단주다. 외부에서 별 이야기가 다 나오는데 그런 부분은 없다.”

—그러면 이번 감독 경질 주체는 누구냐

“전임 단장과 감독이 의견 대립이 많으니까 임형준 구단주가 이 부분을 결정해서 동반 사퇴시켰다고 알고 있다.”

—구단 입장문을 보면 경질 이유로 방향성 차이를 이야기했다. 그건 구단 방향과 감독 방향이 안 맞았다는 뜻 아닌가? 이제 구단에서 생각하는 방향으로 가겠다는 것?

“이렇게 말씀을 드리고 싶다. 우리가 배구단 운영하는 건 우승이 목적이다. 우리 선수들이 우승해야지 제대로 대우를 받을 수 있다. 우승하기 위해 서로 소통하는 것이다. 우승을 목적으로 해서 일하는 것이다. 일방적으로 무슨 지시를 하거나 하진 않는다.”

—그러면 구단에선 권순찬 감독은 우승 못 할 거라고 생각한 것이냐

“말씀드리기 어렵다. 저는 갑작스럽게 발령을 받고 왔다. 그런 부분까지는 모른다. 제가 하는 건 앞으로 선수들을 어떻게 잘 추슬러서, 궁극적으로 프로팀은 우승을 해야 하기 때문에 그 부분을 서포트하기 위해 하는 것이다. 전에 어떻게 했는지는 솔직히 잘 알지 못한다.”

—전임 단장과 감독 갈등이 있었고, 그 위에서 (구단주가) 심판자 역할을 했다는 것인데 보도자료에는 방향성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었다. 둘 사이에 (설명의) 공백이 있지 않으냐. 둘이 갈등이 있다면 누구 방향성이 더 맞는지 판단도 있을 것이고, 근데 지금 둘 다 내보냈다. 둘이 싸워서 내보낸 건가 아니면 구단 방향성이 문제인가

“그 부분은 제가 지금 언급할 수 없다.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저도 2일에 발령받았고, 오늘 처음 구단주도 만났다. 그런 부분은 정확히 모르겠다.”

—선수단 진정시키고 동요를 막으려면 설명이 있어야 하는데 그냥 선수단에 가서 ‘모든 일은 다 잘 될 것이다. 괜찮을 것이다’ 이렇게 수습을 하셨다는 건가

“그건 아니다. 제가 2015∼2016시즌에 단장을 했다. 선수들을 좀 알고 있다. 저희 흥국생명 사람들치고 배구에 관심 없는 사람이 없지 않으냐. 선수들하고 유대 관계를 계속 맺고 있었기 때문에 선수들 진정을 시켰다. ‘앞의 상황은 조금 힘든 상황이지만, 우리가 힘을 합쳐서 다시 한 번 열심히 해보자. 팬들이 있으니까’ 이런 이야기를 나눴다. ‘이게 경기에 임해서 우리가 최선을 다하고, 앞으로 좋은 경기를 하자’ 그렇게 설득했다.”

—선수단 반응은 어땠나

“제 자랑이 아니라, 저하고는 좀 일면식들이 있다. 주장 김미연 선수부터 시작해서, 김연경 선수도 마찬가지다. 고참 선수들은 김해란 선수도 마찬가지다. 저하고 얘기를 해서 그래도 좀 많이 이해를 해주는 편이라고 저는 생각한다.”

—잔여 시즌은 대행 체제?

“빠르게 (새 감독을) 선임할 계획이다. 신중하게 관계자분들과 협의도 해서 실수하지 않도록 가능하면 빨리 선정을 하겠다. 선수단과 힘을 합쳐 나머지 라운드를 진행할 계획이다.”

—(선수단 기용 개입 없었다면) 권순찬 감독이 거짓말했다는 의미인가?

“그건 아니다. 지금 여기서 제가 ‘누가 거짓말을 했다, 안 했다’를 따지기엔 정확하게 파악이 안 된 상황이다. 그 부분에 대해서 마녀사냥식으로 이야기하는 건 아닌 것 같다.”

—단장님은 로테이션에 관여한 건 선수 기용에 관여한 게 아니냐고 정의하는 거냐

“그렇다. 왜냐하면 팬들이 요구하는 부분들이 매우 많았던 걸로 알고 있다. 그리고 우승을 해야 하니까, 우승한다는 목적으로 그런 부분에 조언이 갔다고 생각한다.”

—단장님은 그러니까 로테이션 얘기를 한 건 문제가 없고, 단장으로서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거냐

“로테이션이라는 자체가 제가 정확하게 말씀드리기 좀 그렇다. 저희가 아까 말씀드렸듯 우승을 위해서는 서로가 상의도 하고 이렇게 가는 게 맞는다고 생각한다.”

—팬들 요구를 말했는데, 그걸 어떤 기준으로 측정하고 취합하고 있나?

“유튜브에서도 팬들이 그런 얘기를 했다. 다른 것을 보면 팬분들이 많이 그런 부분에 관해 이야기했다. 주변 분들도 많이 얘기한다고 알고 있다.”

—팬은 팬이고, 감독은 배구 전문가 아니냐. 그러면 팬들 이야기가 (감독보다) 우승에 더 가깝다고 생각하는 건가

“그렇다.”

—앞으로는 구단 입장이 더 많이 반영된 배구를 볼 수 있냐

“그건 아니다. 새로운 감독이 선임되면 그 철학이 있을 것이고, 선수들을 가르치는 오랫동안 관리해온 방법이 있을 것 아니냐. 그걸 따라서 저희가 서포트해주는 역할이다. 지원하고 운영해주는 역할이지, 자꾸 개입하고 이런 역할은 아니다.”

—단장님이 전에 단장으로 있을 때도 로테이션에 관여했나. 그렇지 않다면, 하지 않은 것인가 아니면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 것인가

“저는 안 했다. 그 당시에는 저희가 전력이 굉장히 약했다. 김연경 선수도 없었다. 한 5년 동안 꼴찌를 하는 팀이었다. 김연경 선수가 나가고 이렇게 해서. 그때는 로테이션을 어떻게 하고 이런 부분을 말하기보다는 감독에게 맡기고 운영했다.”

—꼴찌 팀이면 더 얘기를 많이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지금은 1위로 가고 있는데 오히려 얘기가 나온다는 게 이해가 안 되는데

“성적이 워낙 나쁜데 얘기한다고 해서 이게 하루아침에 변화되거나 하는 게 아니다. 어떤 목표를 가지고 갈 수 있었으면, 그것에 대해서 서로 이렇게 커뮤니케이션도 하는 게 더 좋지 않겠느냐. 워낙 바닥에 있는 팀인데 뭘 더 요구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 당시에는 내년을 준비하는 팀으로 만들어갔다.”

—권 감독을 적임자라고 생각하니 선임한 것 아니냐. 다음 감독 조건은 뭐냐. 아까 철학을 말씀하셨는데 그 철학도 이제 팬들과 안 맞으면 그 감독님도 또 잘릴 수 있다는 얘기인가

“그렇지 않다. 저희가 배구단 운영을 그렇게 무자비하게 운영하는 건 아니다. 어쨌든 팬들에게 사랑을 받아야 하고, 팬이 없으면 안 된다. 우승도 해야 한다. 김연경 선수가 있는데 저희가 우승을 못 하면 안 된다. 김연경 선수도 우승을 원한다. 가능하면 우승할 수 있는 전력을 만들기 위해 저희는 서포트하는 형태로 가려고 한다.”

—권순찬 감독은 고문 형태로 일한다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저희가 대우해드려야 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그렇게 한다고 알고 있다. 특별히 어디 다른 곳으로 재취업하거나 하지 않으면 고문 대우를 할 예정이다.”

—단장과 감독이 안 맞으면 한 명과는 그냥 갈 수도 있었던 것 아니냐. 갈등에 구단은 아예 관여 안 했다는 거냐.

“저는 그렇게 알고 있다.”

—지금처럼 우승을 목표로 하는 상황이 다시 온다면 그때도 로테이션 개입을 해도 된다는 건지?

“그런 건 아니다. 로테이션을 자꾸 말씀하시는데, 사례로 말씀을 드린 것이다.”

—단장 역할에 로테이션에 대해 지시하는 게 녹아있다는 거 맞지?

“아니다. 그건 아니다.”

—지금까지 계속 일관되게 그렇게 말하지 않았느냐

“그건 전임 단장과 감독 간의 문제였다. 제가 지금 말씀드리는 건 저는 앞으로 배구단 운영하는 데 있어서 현장과 소통하고 스태프와 선수들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서 하겠다는 것이다. 저희는 지원하는 시스템으로 가겠다는 것이다. 제가 아직 잘 파악이 안 된 부분이 있다. 다음에 저희 게임이 계속 있고, 그때 필요하면 더 말씀을 드리겠다. 선수들이 굉장히 불안해하고 하는 부분이 이제 좀 잠잠해졌다. 오늘 게임도 잘할 거라고 믿는다. 여러분께서 많은 성원 해주셔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응원해주시길 바란다.”

인천/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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