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뒷돈 받은 편향 팩트체크' 국민의힘 주장 적절한가

금준경 기자 2023. 1. 5.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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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U팩트체크 편향 논란 제기하는 국민의힘
대선 팩트체크 비교해보니 이재명 윤석열 후보 차이 미미
보수언론도 다수 참여, 플랫폼의 팩트체크 후원 일반적

[미디어오늘 금준경 기자]

국민의힘이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가 운영하는 SNU팩트체크를 정조준하고 나섰다.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간사)은 3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네이버가 문재인 정부 기간 동안 60억 원의 뒷돈을 대고 '뉴스 영역'에 판을 깔아준 SNU팩트체크센터, 한국언론학회의 팩트체크 사업이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을 가짜뉴스 선동자로 전락시켰다”고 주장했다.

▲ SNU팩트체크 로고

박성중 의원은 “최근 1년 동안 윤석열 정부 및 국민의힘을 대상으로 한 SNU팩트체크센터의 검증 건수는 총 162건으로 부정비율은 79%인 반면 민주당 대상 검증 건수는 총 81건, 부정비율은 57%에 그쳤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결과적으로 SNU팩트체크센터는 네이버를 사용하는 국민들로 하여금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 등 보수진영의 발언이 대부분 가짜뉴스라는 인식을 갖게끔 지극히 편향적으로 운영되고 있었다”고 밝혔다.

대선 팩트체크, 윤석열 이재명 후보 차이 미미

국민의힘은 지난 1년 간 수치를 비교했는데 언론 보도는 정책을 주도하는 정부에 비판이 집중되고, 팩트체크 역시 많을 수 있다.

SNU팩트체크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서비스 출범 이후 5년 간 가장 많은 팩트체크 대상이 된 인물은 문재인 전 대통령으로 나타났다. SNU팩트체크가 문재인 대통령에 특정한 의도를 가졌다기 보다는 대선 후보 시절과 대통령 재임 시절 팩트체크가 많을 수밖에 없다.

▲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간사)은 3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네이버가 문재인 정부 기간 동안 60억 원의 뒷돈을 대고

동등한 조건으로 비교해보면 특정 후보나 정당에 편향적이라고 보기 어려운 면도 있다. SNU팩트체크는 20대 대선 팩트체크를 별도 페이지로 모아서 제공하고 있다. 이 기간 윤석열 후보와 이재명 후보에 대한 SNU팩트체크 검증 내역을 집계한 결과 부정적 결과가 나온 건수는 이재명 후보 27건, 윤석열 후보 30건으로 두 후보 간의 차이가 미미하다.

SNU팩트체크 편향? 보수언론도 다수 참여

SNU팩트체크의 출범 배경과 구성을 살펴볼 필요도 있다.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가 언론사들과 제휴를 맺고 만든 팩트체크 플랫폼이다. 2017년 출범 당시 동아일보, 매일경제, 서울신문, 세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국경제, 한국일보 등 8개 신문사와 KBS, SBS, JTBC, MBN, TV조선, YTN 등 6개 방송사가 참여했다. SNU팩트체크는 출범 때부터 여러 성향을 가진 언론사들의 플랫폼으로 주목을 받았다. 현재도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국경제, 매일경제, 머니투데이, 문화일보 등 보수 언론사들이 다수 소속돼있다. SNU팩트체크의 2022년 4분기 팩트체킹 취재보도 지원사업 결과를 보면 채널A, SBS, 한국일보, MBC 충북 등 4개사가 선정되기도 했다.

SNU팩트체크가 여러 성향의 언론과 제휴를 맺은 배경은 정파적 환경을 극복하려는 취지였다. SNU팩트체크 설립을 주도한 윤석민 서울대 교수는 2017년 출범 당시 미디어오늘에 “한국에서는 팩트체크도 진영화돼 있다”면서 “이를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 SNU팩트체크 5주년 기념페이지에 소개된 제휴 언론사(현재와는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박성중 의원은 SNU팩트체크 내 특정 언론사의 팩트체크 대상에 집중해 서비스 자체를 '편향적'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물론 진보와 보수를 불문하고 '개별 언론사가 성향에 맞는 팩트체크를 하는 것 아니냐'는 논쟁은 충분히 제기할 수 있다.

그런데 이는 SNU팩트체크 서비스의 문제와 구분할 필요가 있다. SNU팩트체크는 언론사들이 같은 사안에 상반된 결과를 내놓더라도 이를 비교할 수 있도록 교차검증 서비스를 제공한다. 독자가 직접 검증 내용을 확인할 수 있도록 근거자료를 링크로 제시하고 있기도 하다. 지난 대선 때 SNU팩트체크의 의사 결정기구인 팩트체크위원회는 '특정 정당이나 후보에 과도하게 치우치지 말고 다양한 후보 주장 검증' 등을 골자로 한 권고문을 내기도 했다.

▲ SNU팩트체크 홈페이지 갈무리. 언론사가 상반된 결과를 내놓을 경우 '논쟁 중'으로 표기한다.

네이버가 '뒷돈'? 플랫폼 팩트체크 후원 일반적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은 네이버가 연간 10억 원을 SNU팩트체크에 지원한 사실을 밝히며 '뒷돈'으로 규정했다. 몰래 돈을 댄 것과 같은 뉘앙스를 주지만 SNU팩트체크는 네이버에서 펀딩을 받은 사실을 공개해왔다.

네이버가 SNU팩트체크에 후원한 사례를 이례적으로 보기도 힘들다. 뉴스를 다루는 플랫폼 기업이 온라인 공간의 허위정보 대응 차원에서 팩트체크 기구와 협업하거나 후원하는 사례는 일반적이다. 페이스북은 IFCN(국제팩트체킹네트워크)과 제휴를 맺고 IFCN 소속사들의 팩트체크 결과를 허위정보 게시글에 반영하고 있다. 국내에는 JTBC가 IFCN에 가입돼 있다. 구글은 지난해 11월 IFCN에 1320만 달러를 지급한다고 발표했다.

또 다시 팩트체크 전방위 공세, '위축효과' 문제

국민의힘이 SNU팩트체크 서비스를 문제 삼으며 대응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7년 대선 이후 자유한국당은 SNU팩트체크 사이트가 정치적으로 편향된 매체들의 기사 9건을 검증 없이 인용해 명예를 훼손했다며 SNU팩트체크 관계자들에게 1억 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그러나 서울남부지방법원은 2019년 5월21일 "사이트의 목적과 성격, 운영방식, 소위 팩트체크의 기능과 목적, 이 사건 게시물 내용을 종합할 때 피고에게 게시물을 삭제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고의 주장을 기각했다.

당시 판결에서 재판부는 “최근 일부 언론사들은 공적 인물의 발언 등을 단순히 전달하기만 하는 역할을 넘어 나름의 근거를 가지고 검증 결과를 제시한다. 검증 결과가 언제나 옳다고 단정할 수 없지만 언론사가 믿을 만한 근거를 토대로 합리적 사고 과정을 거쳐 판단한 결과라면 쉽사리 명예훼손이라 인정해선 안 된다”고 판시해 주목을 받았다.

자유한국당은 같은 이유로 형사고발에 나서기도 했는데 서울남부지검은 '혐의없음'으로 불기소 결정했다.

당시 언론계와 언론학계는 우려를 쏟아냈다. 언론 3대 학회는 회원들에게 긴급 공지를 통해 사안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한국방송학회는 “이번 고발 사건이 학문 및 언론 자유 침해 문제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여 사태의 전개를 주목하여 볼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기자협회는 성명을 내고 “공인의 공적 사안에 대한 보도를 비공개로 진행되는 중재와 소송으로 압박하는 것은 언론 길들이기에 다름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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