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소 살리자” 세금 지원, 지역 밖으로 ‘줄줄’

오정현 2023. 1. 5. 19:3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KBS 전주] [앵커]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가 재가동에 들어가기까지는 지자체의 행정적, 재정적 지원도 한몫했습니다.

군산에서 만든 선박 블록을 울산으로 옮기는데에도 지자체 예산이 쓰입니다.

조선소 재가동이 지역 경제 활성화와 직결된 만큼 통 크게 지원한다는 취지인데요.

그런데 KBS 취재 결과, 최근 블록 운송 계약을 따낸 곳은 역설적이게도 외지 기업이었습니다.

오정현 기자입니다.

[리포트]

지난해 10월, 5년 석 달 만에 다시 문을 연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완전한 재가동'은 아니지만, 조선소 불을 다시 켤 수 있었던 건 지자체 도움이 컸습니다.

인건비와 교육비, 여기에 현대중공업 직원이 울산과 군산을 오갈 때 드는 출퇴근 비용까지 전라북도와 군산시 예산이 들어갑니다.

그리고 지원 규모가 큰 것 중 하나가 바로 운송비입니다.

군산에서 만든 선박 블록을 이 같은 배편에 실어 울산조선소로 날라야 하는데, 이 비용의 60%를 전라북도와 군산시가 내주기로 한 겁니다.

예상되는 운송비는 연간 140억 원 수준, 80억 원 넘는 돈을 해마다 도비와 시비로 메꿔주는 셈입니다.

현대중공업은 최근 이 운송 업무를 맡길 업체를 정했습니다.

그런데 KBS 취재 결과, 선정된 곳은 서울에 본사를 둔 업체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군산 업체 두 곳이 합작 형태로 입찰에 참여했으나 떨어졌습니다.

탈락 사유는 '가격 경쟁력 저하'.

140억 원에 입찰했다가 139억 원을 써낸 업체에 밀린 겁니다.

[이천우/군산 해운업체 대표 : "우리 지역에서 세금을 그렇게 많이 들여서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한 건데, 지역 업체 이점도 안 주고."]

전라북도와 군산시는 지역 업체가 입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현대중공업에 최대한 배려를 받아냈지만, 계약 자체는 민간 영역이라 도리가 없다고 말합니다.

[군산시 관계자/음성변조 : "지역 업체가 됐으면 했는데, 안 됐다고 해서 문제가 있다, 그렇게는 할 수 없는 상황이거든요."]

하지만, 블록 운송에 거액의 지자체 예산을 들이는 만큼 처음부터 지원 협약 조건으로 지역 업체 할당이 논의됐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실제 고용보조금 지원 등은 군산시민 채용 같은 조건을 달고 있어, 사전에 치밀하지 못했다는 논란도 낳고 있습니다.

[전라북도 관계자/음성변조 : "만약에 입찰이 우리 (지역 업체가) 안 되면 하도급 그런 분야를 우리 지역 업체로 최대한 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습니다.)"]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한 소중한 세금들이 지역 밖으로 샐 처지에 놓였습니다.

KBS 뉴스 오정현입니다.

촬영기자:안광석
https://news.kbs.co.kr/special/danuri/2022/intro.html

오정현 기자 (ohhh@kbs.co.kr)

Copyright © K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이용(AI 학습 포함)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