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연체 4천억이나 늘어…어디에 돈 빌려줬길래

서정원 기자(jungwon.seo@mk.co.kr), 명지예 기자(bright@mk.co.kr) 2023. 1. 5.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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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기연장으로 틀어막던 연체율 상승
전국 저축은행 연체율 3%대 올라서
부동산 경기 악화로 PF부실 직격탄
“금리, 물가 영향으로 계속 상승할 것”
[사진 출처 = 연합뉴스]
강원도 소재 A저축은행은 지난해 9월 말 연체액이 101억4000만원으로 전 분기(15억3600만원) 대비 6배 넘게 뛰었다. 연체율도 0.74%에서 6.20%로 5.46%포인트 상승했다. 중도금대출 만기가 도래했는데 갚지 못한 사람이 속출했기 때문이다. A저축은행 관계자는 매일경제와 통화에서 “연대보증을 선 부동산 개발 시행사와 시공사에서 채무를 대신 갚아 이후 연체가 해소됐다”고 설명했다.

금리가 올라 경기가 악화하고 부동산 시장도 충격을 받으며 저축은행 대출채권 부실이 본격화되고 있다. 하향 안정화 추세를 보이던 연체율이 지난 3분기 말 상승 반전해 3%대로 올라섰고, 연체금액은 2016년 6월 이후 6년 여만에 다시 3조원을 넘겼다. 전문가들은 저축은행 부실 리스크가 4분기에도 커졌을 것으로 추정하고, 올해 상반기에 특히 위험할 것으로 본다.

5일 예금보험공사 최신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전국 저축은행 연체율이 3.0%를 기록하며 전분기 대비 0.4%포인트 상승했다. 연체액은 3조 4344억원으로 2분기 2조 9772억원 대비 4000억원 넘게 늘었다. 저축은행권 연체액 합산이 3조원을 넘은 건 2016년 6월 이후 6년 여 만이다. 1분기와 2분기에는 연체율이 2.6% 수준에서 머물다가 3분기 들어 급격하게 뛰었다. 3분기 말 호남 권역을 제외한 전국 5개 권역(서울, 경기·인천, 대구·경북·강원, 대전·충남·충북, 부산·울산·경남)에서 연체율이 일제히 올랐다. 코로나19 시기 경기부양책과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로 연체율은 하향안정화 추세를 보였지만, 경기침체 여파로 부실채권이 많아져 결국 상승세로 돌아서게 됐다.

저축은행별로 나눠보면 자산 총액이 1조원 안팎인 중소형사들 부실화가 두드러진다. 대형사들과 달리 대출 한 건 한 건의 연체에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작년 3분기에 전국 79곳 저축은행 중 40%(32곳)의 연체율이 전 분기 대비 상승했고, 특히 7곳은 1%포인트가 넘는 상승폭을 보였다. 또 이들 중 6개사는 연체율이 3% 이상으로 전국 평균보다 높았다.

연체가 지속돼 채권이 부도로 이어지는 위험성도 높아지고 있다. 연체기간과 회수예상금액을 고려해 실제 손실위험을 나타내는 손실위험도가중여신비율은 전체 저축은행의 절반이 넘는 43곳에서 전분기 대비 상승했다. 전체 저축은행의 30%에 달하는 25개사는 순고정이하여신비율도 전분기 대비 상승했다. 순고정이하여신비율은 대손충당금을 제하고 부실율을 측정한 것으로, 이 비율이 커진다는 건 대손충당금이 부족할 정도로 부실채권이 늘고 있다는 뜻이다.

부실화 위험이 높은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 비중이 큰 게 원인이다. 한국은행은 최신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부동산PF 규모가 10조6000억원 규모로,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PF 비율이 75.9%로, 은행(10.5%), 증권(35.8%), 여전(39.9%), 보험(46.3%)보다 크게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고위험사업장 관련 PF대출 비중도 다른 업권에 비해 높아 부실위험이 상대적으로 크다고 했다. 저축은행에 저신용·저소득 차주가 많은 것도 일조했다. 위지원 한국신용평가 금융·구조화평가본부 금융1실장은 “3분기 들어 일부 저축은행이 여신 취급을 줄였다”며 “저신용 차주는 소득보다는 돌려막기를 통해 기존 대출을 상환하기 때문에 대출이 잘 안 나오면 연체율 상승에 영향을 준다”고 했다.

경기흐름 상 4분기에도 저축은행 연체율이 악화됐을 가능성이 높다. 한국신용평가는 4분기 저축은행 연체율이 3%대 초반으로 상승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위 실장은 “시간이 갈수록 금리와 물가 인상 영향이 누적되기 때문에 4분기에도 연체율이 상승할 걸로 예상한다”고 했다. 향후 전망도 어둡다.

금융당국과 저축은행권은 예상치 못한 악재에 대비해 위기관리에 더욱 만전을 기하고 있다. 당국은 개별 저축은행 건전성을 면밀하게 살피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건전성이 낮아 주의가 필요한 저축은행에 대해서는 경영진 면담을 실시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저축은행권과 충분히 소통하며 적극 대비하고 있다”고 했다. 저축은행들은 금융당국에서 제시한 충당금 기준치보다 더 많이 쌓고, 자체 스트레스테스트도 실시하고 있다. 대형 저축은행 관계자는 “4분기에 기준금리가 대폭 오르며 차주들 상황이 더 어려워졌다“며 ”올해 가장 중요한 목표를 건전성 관리로 설정하고 대출 모니터링을 기존보다 엄격하게 실행 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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