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터리] 재벌집 막내아들과 기업지배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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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말 막을 내린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은 많은 화재를 불러일으켰다.
온갖 궂은 일을 도맡아하던 재벌의 충복이 이유도 모르게 살해당한 후 재벌집 막내아들로 과거 시점에 환생하고 이미 살아본 과거가 미래가 돼 복수를 한다는 설정은 판타지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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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말 막을 내린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은 많은 화재를 불러일으켰다. 온갖 궂은 일을 도맡아하던 재벌의 충복이 이유도 모르게 살해당한 후 재벌집 막내아들로 과거 시점에 환생하고 이미 살아본 과거가 미래가 돼 복수를 한다는 설정은 판타지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재벌가에서 벌어지는 가족 간 싸움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인물과 사건을 다시 떠올리게 해 드라마에 대한 몰입도를 증가시켰다.
경영권 상속을 두고 벌어지는 가족 간 다툼은 단지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높은 시청률과 작품성을 동시에 달성하며 현재 방송하고 있는 미국 드라마 ‘승계(Succession)’는 병상에 누운 아버지를 가운데 두고 경영권을 차지하기 위한 가족 간의 ‘재벌집 막내아들’보다도 더 복잡하고 살벌한 싸움을 그리고 있다.
경영권을 쟁취하기 위한 가족 기업 내의 다툼은 드라마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 어디서나 언제나 벌어지고 있다. 극단적인 예로 구찌 집안은 그러한 다툼 끝에 부인이 남편을 청부살인까지 했고 결국 회사는 중동 투자자에게 매각되고 만다.
물론 이러한 경영권 다툼은 지분이 분산돼 있어 전문경영인이 경영하는 기업에서도 다른 모습으로 흔하게 일어나고 있다. 한때 경영의 신이라 추앙되던 잭 웰치는 지나치게 오랜 기간 독단적인 경영을 이어오면서 사내의 유능한 최고경영자(CEO) 후보를 육성하기보다 자신의 경영권에 위협이 되는 존재로 보고 내치기를 반복했다. 그 결과 GE는 원활한 경영권 승계에 실패했고 오늘날 심각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업 지배 구조에서 가장 중요한 사안은 경영권 승계라는 데는 별다른 이의가 없다. 기업을 가장 잘 경영할 최적의 인물을 찾는 것뿐 아니라 전임자에서 후임자로 넘어가는 과정 역시 원활하게 이뤄져야만 기업의 지속 가능성이 확보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기업의 대부분은 창업자 가족이 지배주주로서 기업 경영에 있어 절대적인 권한을 지니며 경영권 승계는 주주나 이해관계자들이 배제되고 단순히 집안 내에서 해결할 문제로 국한돼 버린다. 지난 연말부터 관심을 모으고 있는 금융지주회사의 CEO 선임 과정 역시 여러 뒷말을 남기며 무언가 개운치 않은 느낌을 주고 있다.
드라마에서는 지배주주 일가의 비리가 폭로돼 이들은 일순간 경영에서 배제되고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된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그런 사례가 없다. 우리나라 주가가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소위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원인으로 낙후된 지배 구조가 지목된 지 이미 오래다. 소유 구조에 상관없이 지배 구조의 핵심인 경영권 승계가 원활하고 정상적으로 이뤄져 우리나라 기업들의 가치가 제대로 시장에서 평가받기를 희망한다.
이혜진 기자 hasim@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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